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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종합]"대본만 보고도 울컥"…신예 지이수의 첫걸음 #미세스강종렬#공효진#엄마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9-11-29 10:06


배우 지이수가 2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본지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이수는 얼마 전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SNS 스타 제시카 역을 연기했다. 목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19.11.27/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은 연기파 배우들의 향연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주연 배우들 뿐만 아니라 '신스틸러'들이 곳곳에서 출몰(?)하면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신인급 배우들이 예상외의 호연을 펼치며 극의 재미를 살린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강종렬(김지석)의 아내 박상미, 아니 제시카를 연기한 지이수의 연기는 솔직히 뜻밖이었다.

이른바 '관종'의 '끝판왕'이었던 제시카는 '미세스 강종렬'이라는 직업으로 사는 인물이다. SNS팔로워 늘리기가 가장 주된 업무이고 "돈을 안줄거면 이혼해서 위자료를 내놔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으면서 자신의 딸 강지선, 아니 레베카를 돌보지도 않는다. 본인을 뉴요커라고 소개하지만 실상은 어학연수 3개월을 갔다 왔을뿐인 허영덩어리인데 자신의 직업 '미세스 강종렬'에서 해고될 위기에 빠지면서 '폭주'하기 시작한다.

제시카는 배우 지이수의 연기인생에서 가장 큰 역할이었다. "이렇게 큰 비중의 역할을 한 것이 처음이라서 시작부터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상대역이 있는 배역, 남편과 엄마가 있는 배역을 맡아본 것이 처음이거든요."


배우 지이수가 2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본지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이수는 얼마 전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SNS 스타 제시카 역을 연기했다. 목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모델로 활동하다 2015년 KBS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던 지이수는 tvN '디어 마이 프렌즈', SBS 드라마 '닥터스',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라피를 쌓아오다 '동백꽃'이라는 '복덩이'를 만났다.

물론 '동백꽃'에서 제시카는 꽤 동떨어져 있는 인물이다. 주무대인 옹산에는 단 한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제시카는 주로 서울에 있는 강종렬하우스에 등장했다. 게다가 극중 몇안되는 '악역'이었다. "처음에는 제 역할만 미워보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철이 덜든 역할인데 그 매력을 잘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감독님과 대화할때도 '너무 미워보이지 않게, 딸이 아빠에게 떼쓰듯이 하자'고 했는데 초반에는 어쩔 수 없이 나빠보이는 면이 있더라고요. 아무리 사랑스럽게 해도 자기 아이도 안돌보고 가정은 내팽개치는 인물을 누가 좋아하겠어요.(웃음)"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도 그랬다. "저는 사실 엄청 긍정적이고 쾌활한 성격이거든요.(웃음) 그런데 제시카는 짜증을 계속 내야하는 역할이고 매회 소리지르는 연기를 하다보니까 기존 드라마에서 봐왔던 캐릭터들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황영희 선생님, 김지석 선배님의 조언이 정말 많이 도움이 됐죠."

'동백꽃'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다. "대본만보고 있어도 울컥한게 몇번인지 모르겠어요. 너무 마음이 아프고 엄마 생각도 나고 해서요. 엄마와 연기할 때는 황영희 선생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눈물을 흘리는 신은 황영희 선생님 얼굴을 보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그러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까 눈물이 안날 수가 없었어요. 진짜 엄마한테 잘못했던 게 막 생각나고 미안함이 밀려오고 그랬죠. 이 드라마를 하면서 사람으로서도 조금은 성장한 것 같아요."


공효진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사실 촬영할 때는 만나는 신이 단 한 번이었어요. 옹산초등학교 앞에서 서로 마주보고 서있는 장면 뿐이었거든요. 그런데 MT때 엄청 챙겨주시더라고요. 방도 같은 방을 썼는데 하룻밤 같이 있으면서 조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동안 배우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 앞으로 제가 느낄 감정들에 대해 많이 얘기해 주셔서 고마웠죠."


배우 지이수가 2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본지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이수는 얼마 전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SNS 스타 제시카 역을 연기했다. 목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19.11.27/
하지만 본인도 '동백꽃'이, 그리고 제시카가 이정도로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댓글은 보지 말라는 얘기가 많아서 안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위 지인들이 알아서 링크를 보내주더라고요.(웃음) 초반에는 속상한 댓글도 있었는데 역할이 그런 역할이라 어쩔 수 없잖아요. 점점 좋아지는 댓글을 보면서 뿌듯했죠."

이런 관심에 물론 부모님이 가장 기뻐하신단다. "부모님이 주위에 자랑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시거든요. 아무 말 안하고 계시는데 주위 지인분들이 전화가 와서 '딸이 '동백꽃' 제시카가 맞냐'고 하면 자랑을 하시더라고요. 원래부터 제가 워낙 좋아하는 일이고 열심히 하려고 하는거 아니까 응원 많이 해주셨거든요."

제시카는 단순히 '악처'가 아니라 아픔을 가진 인물이었다. 제시카의 아버지는 잘난 아들 둘을 빼고 못난 딸은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집에 걸려있는 가족사진에 보면 엄마와 저는 없어요. 아버지와 아들 둘만 있죠. 또 엄마가 아버지가 싸우면서 '공사, 회계사 아닌 자식은 자식도 아니냐'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 대사 하나하나가 제시카가 왜 비뚤어진 인물이 됐나를 보여주는 거죠."


배우 지이수가 2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본지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이수는 얼마 전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SNS 스타 제시카 역을 연기했다. 목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19.11.27/
악역이나 다름 없었던 제시카가 변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바로 아빠를 따라 서울로 올라온 필구(김강훈)와 아침식사를 하는 신이다. "이 신을 촬영하기 전에 감독님께서 따로 저를 부르시더라고요. 제시카의 심경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신경을 많이 써주신거죠. 감독님과 녹음기를 켜놓고 연습도 했어요. 오히려 감정없이 내려놓고 얘기하는게 좋겠다고 하셨죠."

이제 첫 걸음을 내디딘 지이수에게 '동백꽃'은 선물과 같다.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지 몰랐고 악역도 처음해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하고 싶은 역할은 정말 많죠. 원래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라 액션 연기도 잘해요. 이번에 향미(손담비)를 위협하는 신의 운전도 직접했다니까요. '국민여러분' 때 형사 역할때 액션도 직접 많이 했고요. 그때는 액션스쿨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받을 정도였어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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