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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그가 연기하는 장영실은 조선의 하늘을 천재 과학자. 관노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과학 지식을 지닌 그는 조선의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과 함께하며 각종 천문의기를 발명해낸다. 미천한 신분의 자신의 재능과 노력을 알아봐준 세종를 진심으로 섬기는 장영실. 세종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이자 든든한 벗인 그는 충정을 넘어 세종과 진실한 우정을 나눈다.
이날 최민식은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 묻자 "완성된 영화를 본다는 건 항상 아쉽다. 항상 욕심쟁이니까 항상 아쉬운 마음은 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이것저것 잘 주어 담은 느낌이다"며 유쾌하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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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민식은 '천문'이라는 영화에 설득될 수밖에 없었다며 "의견 개제는 치열하게 하되 수용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놓고 해야 되는 게 영화라는 작업이다. 그게 되어 있지 않고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안 된다. 그런 과정을 무시하면 내가 연출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작품에서는 연출자의 생각과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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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극중 장영실에 대해 '명량'에서 연기했던 이순신과 비교해 설명했다. "충무공의 경우는 정말 거대한 환란 속에서도 풍전등화 앞에 놓여있었던 인물 아닌가. 아주 절박한 심정이었을 거다"며 "장영실은 명나라와의 정치적 관계 같은 것은 잘 알지 못하고 큰 관심도 없었을거라 생각했다. 이 사람은 오직 세종만 바라보는 사람이었을 것 같다고 파악했다. 정치적 역학 보다는 과학자로서 과학에 대한 열정과 세종에 대한 충성심만 가득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영실 역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 묻자 최민식은 "캐스팅 될 때 허진호 감독이 저와 석규에게 두 사람이 세종과 장영실 중 알아서 정하라고 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석규에게 '너 뭐할래' 라고 했는데 석규가 세종을 하겠다고 하더라. 제가 '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을 했었는데 또 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또 다른 세종을 표현해 보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장영실을 하게 됐다. 저는 '천문'이 아니라도 석규랑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무조건 했을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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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인터뷰 내내 한석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던 최민식은 "한석규의 이름만 나와도 웃음이 번지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당연히 좋지 왜 안 좋겠냐. 대학교(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후배이자 직속 쫄따구 아니냐"며 농담을 던져 좌중을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 "석규와는 의견의 부딪히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다만 석규가 술을 못한다. 원래 석규가 술을 한 잔도 못했다. 대학교 때는 석규가 맥주 한 잔 소주 한 잔 먹으면 119를 불러야 되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맥주 3잔까지 먹게 됐다. 아주 장족의 발전이다"며 "술 먹을 때마다 '괜찮아?' '자 숨쉬어봐' 이러기도 했다. 석규는 대학교 때와 지금과 진짜 똑같다. 테이프 늘어질 것 같은 말투도 그렇고 느긋함도 똑같다. 오죽하면 대학교 때도 제가 석규 만나면 '어르신 나오셨어요?'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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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후배들에게도 관객수에 대한 주판알을 튕기지 말라고 한다. 연기를 돌아봐야지 관객수를 돌아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석규의 친 형님이 '연기에서 돈 냄새가 나면 안된다'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잘 하는게 배우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영화계 고참 선배로서 한국 영화의 부흥에 책임감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그는 "석규와 그런 이야기도 했다. 우리가 뭉쳐서 촬영했던 '넘버3'나 '쉬리' 같은 작품들이 나왔을 때, 언론에서 흔히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 말했던 시대, 그때에 정말 다양한 색깔의 감독과 작품이 있었던 그때를 다시 꽃피워야 하지 않냐는 이야기를 했다. 그때의 르네상스를 다시 꽃피워서 우리가 뉴 코리안 시네마를 이끌어봐야 하지 않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며 "가장 중요한 건 다양한 영화가 나오는 거다. 공산주의 사회도 아니고 획일화된 영화만 나오는 건 많이 안된다. 다양한 영화가 나오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나 석규, 그리고 (송)강호도 그렇고 고참이 됐으니 그런 걸 이끌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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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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