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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믿보작가' 김은숙에 닥친 위기..2주차 '더 킹', 혹평의 숙제 풀까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04-23 11:29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첫 주차 성적, 기대 이하다. 높은 제작비에 1년에 가까이 이어졌던 기대감, '실패도 없는 성공신화'를 써왔던 김은숙 작가의 극본이 만났지만 결과물을 마주하니 생각이 달라진다. 지금이 2020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들은 귀를 의심하게 만든 대사부터 전작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설정과 전개들이 아쉬움만을 남기고 있다.

17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시청자들을 만난 SBS 금토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김은숙 극본, 백상훈 정지현 연출, 이하 '더 킹')은 스타작가 김은숙이 '시크릿 가든'(2010)과 '도깨비'(2016)에 이어 새롭게 선보이는 판타지적 세계관의 드라마다. 이미 두 드라마 모두 보디 체인지와 도깨비, 환생이라는 독특한 판타지 설정을 통해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더 킹'에 쏠리는 기대 역시 대단했다. 그러나 첫 방송 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실망으로 바뀌었다. 평행세계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가져왔지만, 그 난해함이 발목을 잡은 것. 간단한 이분법으로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을 나눠놨지만, 이 설정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혼란을 키우며 몰입을 막고 있는 상태다.

'더 킹'의 두 세계는 배우들의 1인 2역을 통해 완성되고 있다. 가장 먼저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라는 차원의 문을 열었던 이림(이정진)의 서사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 시청자들 사이 1차 혼란이 있었고, 차원의 문을 다시 넘은 이곤(이민호)의 모습에서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어린시절부터 이미 수학에 능통했고 각종 공식과 이론까지 섭렵해 제2의 직업이 수학자라는 이곤은 광화문 광장에 도착한 것만으로도 자신이 다른 세계에 와있음을 직감할 정도의 능력자로 처음 통과해본 평행세계에 대해서도 침착한 모습을 보였던 인물.

자신을 막아 세우는 정태을(김고은)에게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설명하며 '이과형' 인간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다. 그러나 반대로, 대한민국이 대통령제를 택한 공화국이라는 것까지 빠르게 간파한 뒤에도 자신의 신분을 앞세우며 행동하는 모습들이 그려지며 매력이 반감된다는 평이다.


여기에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장면도 탄생했다. 이곤이 정태을에게 프러포즈하는 모습이 단 2회 만에 그려졌지만, 전혀 매력적이거나 설렌다는 반응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2회 엔딩에서 이곤은 정태을에게 "정태을 경위. 내가 자넬 내 황후로 맞이하겠다"는 고백을 하지만, 정태을이 이렇게 받아쳤다. "뭐지? 반만 미친 줄 알았더니, 이제 다 미친 이 새끼는?"이라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똑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감정선이 제대로 마련될 틈도 주지 않았던 상황에서의 프러포즈는 당황스러움을 넘어 황당한 전개를 만들었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차진' 대사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겠지만, 이 대사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탓에 시청자들 사이에는 어리둥절함만 남았다.

'캐붕(캐릭터 붕괴)'도 너무 빨리 왔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대한제국에서 의심 속에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늘 암살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황제이지만 대한민국에 와서는 마음이 너무 빠르게 풀어졌다. 칼같은 기품을 지키고 있었던 이곤은 온데간데 없고 대한민국에서 다이아몬드 단추를 팔아 명품 쇼핑을 즐기는 황제만 남았다. 그렇다 보니, 시청자들도 알지 못하는 이곤의 매력을 정태을이 이렇게 빨리 깨달을리 만무했다.


김은숙 작가의 '구시대적' 발상도 또 문제가 됐다. 전작이었던 '하이에나'의 정금자(김혜수)가 적의 귀를 물어 뜯으며 자신을 지키고, '부부의 세계'의 지선우(김희애)가 자신의 계략으로 외도한 남편을 몰아세울 때 탄생한 "와이어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줘서요"라는 구시대적 대사는 시청자들이 시청의지를 잃게 만들었다. 정계입문 7년 만에 최연소 여성 총리가 된 구서령(정은채)이 뱉을 만한 대사는 아니기 때문. 게다가 정치인인지, 행사에 참여하는 연예인인지 모를 의상들도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성공을 위해 남성을 이용하는 구시대적 서사가 발목을 잡았다.

물론, 모든 것을 대본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차진 대사를 써줬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배우들의 문제도 있었고 그에 대해 제대로 된 디렉팅을 주지 못한 백상훈 감독이나 정지현 감독의 문제도 발생했을 터. 작가가 준 대본을 현장에서 완성하는 것은 배우와 연출의 몫이지만, 이를 마치 '학교' 시리즈를 찍어내듯 정직하게 찍어낸 탓에 '더 킹'의 매력은 반감되고 전개 역시 끊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작품을 둘러싼 문제 또한 발생했다. 이번에는 왜색논란까지 악재가 겹치고 또 겹쳐버린 것. 오프닝 타이틀에서 일본 사찰을 연상하게 만드는 목탑의 구조를 사용한 것, 그리고 황실의 문양이 벚꽃을 닮은 것 등이 문제가 됐다. 제작사는 스포츠조선에 "황실문양은 '이중 오얏꽃'을 디자이한 것이며 일본 왕가의 문장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또 타이틀에 대해서도 "탑의 경우 백제역사재현단지에 전시된 '백제5층목탑'을 베이스로 하였으며, 자료로 남아 있는 목탑의 특징을 재배치하여 가상의 목조건물을 만든 것으로 오해가 없으셨으면 한다. 그러나 2층 목조건물의 경우 우리나라 사찰과 중국의 궁의 특징을 베이스로 하여 가상의 목조건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본 사찰의 일부 특징적인 부분이 사용되었음을 확인 하였다"고 밝히며 이를 수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방송 첫 주차, 시청자들은 "맥시무스의 매력 빼고는 볼 것이 없다"는 한탄을 이어가는 중. 소문난 잔치였지만, 반찬만 부실했던 게 아니라 쌀밥도 제대로 지어지지 않은 모양새다. '실패 없는' 히트작 제조기로 불린 김은숙 작가가 이 모든 악재들을 뚫을 수 있을까. 겨우 방송 2주차를 맞이한 '더 킹'의 갈길은 아직 멀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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