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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벗어난 관습·새로운 어법'…'사라진시간' 정진영 감독X조진웅, 낯설지만 신비하다(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06-09 16:49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이 영화는 미스터리가 아닌 선문답을 제시하고 끝난다. 관객들의 해석이 달린 작품이다." 낯설지만 새롭고, 미묘하지만 흥미롭다. 관습과 전형성에서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배우 정진영의 연출 데뷔작은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을까.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사라진 시간'(정진영 감독, ㈜비에이엔터테인먼트·㈜다니필름 제작).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 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 차수연, 정진영 감독이 참석했다.

'사라진 시간'은 '황산벌' '왕의 남자' '7번 방의 선물', '국제시장', '택시운전사' 등 상업 영화부터 '또 하나의 약속', '클레어의 카메라'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등 예술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갖춘 작품까지 전방위적 활약을 펼치며 연기 경력 33년을 맞이한 관록의 배우 정진영이 연출 데뷔작이다. 그가 연출 뿐만 아니라 각본까지 맡은 이번 영화는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다룬 신선한 설정과 결말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기묘한 스토리로 시종일관 미스터리함을 자아낸다.


영화 '사라진 시간'의 언론시사회가 9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조진웅과 정진영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6.09/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형구 역의 조진웅은 정진영 감독이 시나리오 구상을 시작할 때부터 머릿속에 주인공으로 그리며 썼을 만큼 캐릭터와 착 붙는 싱크로율과 최적화된 연기를 보여준다. 송두리째 사라진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필사의 추적을 하는 혼란스러운 인물의 심경을 특유의 동물적인 연기 감각으로 촘촘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배수진, 차수연, 정해균, 장원영, 신동미. 이선빈 등 극중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키는 미스터리한 캐릭터들이 더해져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날 정진영 감독은 "어렸을 때 꿈이 영화 연출이었는데, 연극을 하면서 배우를 하게 됐다. 삶의 대부분을 배우로 지냈고 20여년전에 연출부 막내를 하기도 했지만 제가 영화 연출한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고 그 꿈을 접고 살았다. 그런데 4년전부터 내 능력이 되든 안되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소박하게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까지 걱정하고 염려했던 이유는 '영화를 만들다가 망신당하면 어떨까'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냥 '망신 당할 수도 있지,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연출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말했다.
영화 '사라진 시간'의 언론시사회가 9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정진영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6.09/
이어 "이 영화 시나리오를 쓴 건 2017년 가을이다. 가을 영화를 찍고 가을에 개봉을 하려고 했다.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개봉에 대해서 실감을 하지 않았다. 그냥 재미있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며 "연출 후반작업은 작년에 끝났기 때문에 잊고 있다가 개봉 때가 되어 이런 행사를 갖게 되니 이렇게 무서운 자리라는 걸 생각하지 못하고 시작하게 됐나 싶다. 많은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고 떨린다"고 덧붙였다.

주인공 형구 역의 조진웅은 정진영 감독과 호흡에 대해 "조진웅 현역 배우이자 감독님이시지 않나. 배우를 하면서 감독을 하시는 감독님은 방은진 감독님과 해봤다. 우선 현역 배우 출신 감독님은 어디가 가려운지를 너무 잘 아신다. 소통이 굉장히 잘된다. 이상하게 소통이 잘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은 시나리오 읽었을 때부터 미묘한 지점이 존재한다. 말이 되나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세상에 말이 되는 일만 있는게 아니지 않나. 지금 코로나 사태도 그렇지 않나. 그런 미묘한 지점들이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끌렸다"고 덧붙였다.


영화 '사라진 시간'의 언론시사회가 9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조진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6.09/
외지인 교사 수혁 역의 배수빈은 "제가 40대 중반이 되다보니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제가 크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없었던 것 같더라. 뜨겁게 열정을 불태워서 했던 일들이 가치관이 바뀌면서 퇴색되고 무의미하게 되더라. 그래서 난 그냥 열심히 살아갈 뿐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이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처음에는 이 영화가 뭐지 싶었다. 장르도 모호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꼭 하고 싶었다. 내 이야기일 수도 있고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럼 이 작품을 하는 것에 대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진영 감독님이 꿈꿔왔던 부분의 결과물에 함께 할 수 있고 일부분일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해균 역의 정해균은 "사실 뭔지도 모르고 정진영 감독님이 연출을 하신다고 해서 뭔지도 모르고 하겠다고 했다. 이게 바로 말려드는 거구나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감독님이 꼼꼼하게 챙겨주셨다.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면서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죽을 때까지 고민할 것 같다. 하지만 가슴에 주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주연 배우들 조차 미묘하고 신비로운 이야기의 영화라고 입을 모으는 '사라진 시간'. 정 감독은 "이 영화를 생각하고 쓰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쓰고 싶고 끌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존의 어법 규칙을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제가 영화 연출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난 후 '사라진 시간' 말고 썼던 시나리오도 있었다. 그런데 그 시나리오는 버렸다. 나도 모르게 익숙한 관습들을 써놨더라. 세상에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내가 한다면 새롭고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냥 눈치 보지 않고 싶었다. 그런 낯섦이 장점이나 단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대한 스펙터클이나 특수 효과가 있진 않지만, 실줄과 날줄로 만든 이야기이다"며 "스토리 라인을 너무 알게 되면 재미가 반감될 것 같다.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해석하며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영화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설며했다.


한편, '사라진 시간'은 6월 18일 개봉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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