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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정인이 사건' 아니지만"…문소리, '세자매'에 담은 고민과 진정성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1-01-19 11:56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세자매'는 특별한 사건(정인이 사망 사건)을 다루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극적인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서 고민이 많았어요."

휴먼 영화 '세자매'(이승원 감독, 영화사 업 제작)에서 완벽한 척하는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을 연기한 배우 문소리(47). 그가 19일 오전 진행된 국내 매체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세자매'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세자매'는 어렸을 때 겪은 고통과 상처를 내면에 숨기며 나무랄 데 없는 가정주부로 가식의 가면을 쓴 둘째, 반항하는 딸과 가끔 찾아와 돈만 받아 가는 남편 때문에 바람 잘 날 없지만 그럼에도 괜찮은 척하며 늘 자매에게 미안하다 속죄하는 첫째, 안 취한 척하며 잘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자꾸만 실수를 반복해 인생이 꼬인 셋째까지 평범할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날카롭고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특별하게 그려냈다.

더불어 '세자매'는 문소리를 주축으로 김선영, 장윤주까지 친자매를 방불케 하는 케미스트리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연기부터 연출까지 충무로의 멀티플레이어로 떠오른 문소리는 '세자매'에서 독실한 믿음을 가진 성가대 지휘자이자 나무랄 데 없는 가정주부 미연으로 변신해 새로운 변신을 예고했다. 그간 쌓인 고통과 상처는 내면에 숨기며 완벽한 척 살아온 캐릭터를 연기한 문소리는 흡입력 있는 연기로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문소리는 이번 '세자매'에서 연기뿐만 아니라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제작자로서 가능성 또한 입증했다. 앞서 문소리는 2015년 단편 '최고의 감독' '동행'으로 감독에 데뷔했고 이후 2017년 첫 장편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로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출연, 연출, 각본은 물론 제작까지 1인 4역을 맡은 문소리는 이번 '세자매' 역시 시나리오에 공감해 출연부터 영화 전반 제작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문소리는 "미연과 내면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내가 스스로 안 좋아하는 부분이다. 어려운 걸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감추려고 한다. 오히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내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성격들이 영화 속 미연 캐릭터와 비슷하다. 마음속에 어떤 부분이 나에게도 있지만 썩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다. 이 캐릭터를 너무 잘 이해가 가면서도 처음에 와락 껴안기 힘든 심정이었다. 촬영 열흘 전까지도 그런 마음 때문에 끙끙 앓았다"고 답했다.

이어 "실제로 자매가 아닌 남동생만 있는 남매로 자랐고 첫째이기도 하다. 자매가 아니어도, 남매더라도 이 사회에 많은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여성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강한 가정에서 자라온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누구나 다 한 번은 생각해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열린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 시네마 프로젝트 2020 선정,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 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은 '세자매'. 문소리는 지난해 유수의 영화제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세자매'에 대한 애정이 상당했다. 그는 "어제(18일) 열린 시사회 전 지난해 열린 전주영화제, 부산영화제 상영 때 다 같이 '세자매'를 봤다. 특히 부산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 영화를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원래 내 영화를 보면서 잘 안 우는데 창피하게도 많이 울었다"며 "나머지 두 배우(김선영, 장윤주)는 기술 시사회 때부터 이미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그때 내가 두 배우에게 '자기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서 운다'며 놀렸는데 부끄럽게도 내가 울고 있더라. 나를 비롯해 두 배우 모두 이 영화를 좋아한다. 아직 관객의 평가가 나오지 않았지만 과연 이 영화를 어떻게 봐줄지 반응이 궁금하고 기다려진다"고 소회를 전했다.



문소리는 제작자로서 고충도 털어놨다. 그는 "얼마나 어려웠는지 말하고 싶지 않다. 말을 하자면 할 이야기가 정말 많다. 영화 한 편을 만드는데 누구보다 어렵다는 걸 안다. 알고 있었지만 처음 캐스팅, 투자, 제작, 후반 작업, 이 시기 개봉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승원 감독과 제작 PD, 나까지 호흡이 정말 잘 맞았다"며 "각자의 장점이 다르면서도 호흡이 잘 맞았다.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하게 논의하고 같이 고민하면서 또 같이 토닥이면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또 제작한다고 해도 이런 호흡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 감사하게도 우리끼리 호흡은 정말 좋았다. 배우로서 호흡도 좋았지만 제작 과정에서도 호흡이 정말 좋았다"고 설명했다.

'세자매' 속 가정 폭력, 아동 학대에 대한 소재에 대한 질문 역시 소신을 가졌다. 문소리는 "우리 영화는 특별한 사건(정인이 사망 사건)을 다루려고 한 것은 아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 것. 그는 "지금은 아빠들이 육아도 많이 참여하고 집안일도 공동으로 분배하고 한다. 달라진 아버지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예전에 아버지들은 사랑을 표현하거나 방법을 잘 몰랐다. 아시다시피 폭력에 대한 감수성 부분이 지금과 많이 달랐다. 좋은 아빠에 대한 기준도 많이 달랐다. 그래서 받았던 상처들이나 그 속에서 느꼈던 부분이 많을 것이다"며 "영화는 사람도 죽고 지구도 폭파하는데 '세자매'는 '뭘 그 정도까지 이야기해'라고 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사소한 것이라도 우리 마음속에 커다랗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게 얼마나 큰 상처인지를 말하려고 했다. 아주 특별한 아빠를 그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 아빠도 저랬던 것 같다' '동네에 저런 아빠가 있었지'라는 정도다. 시나리오를 각색할 때 사건을 조금 더 극적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 관객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봐 고민도 되지만 우리는 이게 최선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가 출연하고 '해피뻐스데이' '소통과 거짓말'의 이승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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