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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간 국민 성금 1000원씩 1억원을 요구하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이 일어난 날 사라진 아이, 그 아이를 학대한 부모에게 분노한 사회복지사, 그리고 사회복지사를 의심하는 경찰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영화 '고백'(서은영 감독, 퍼레이드픽쳐스 제작). 극중 경찰 지원 역을 맡은 하윤경(28)이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극중 하윤경이 연기하는 지원은 의욕 넘치는 신입 경찰. 의욕은 물론, 특유의 직감까지 갖췄지만 여자 경찰이라는 이유만으로 넘어야 할 산들을 계속해서 마주하게 되던 그는 우연히 공원에서 만났던 사회복지사 오순(박하선)과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이 묘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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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과 가정 폭력을 다루는 '고백'은 개봉에 앞서 '정인이 사건'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대중을 남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하윤경은 이러한 사회적 관심에 대해 "정인이 사건도 그렇고 아동 학대 및 폭력에 대한 사건이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데, 우리가 영화를 그 사건들과 연관시키키는게 너무 그 가슴 아픈 사건들을 이용하는 것일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며 조심히 말했다. "아동 학대라는 주제는 중요하게 다뤄져야하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럼에도 너무 사회 문제와 결부시켜서 영화를 홍보하는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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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촬영 후 아동 폭력 및 학대 사건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하윤경은 "사실 저도 아동 학대가 나쁜 일이라고는 늘 생각 했지만 이 영화를 찍기 전에는 상대적으로 아동 학대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것 같다. 영화를 찍고 정말 마음가짐이나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 같다. 체감하는 안타까움도 크다. 이 영화가 2년전에 찍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여전히 그런 사건이 터지고 있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며 "영화를 촬영하고 나서 포털 사이트를 볼 때마다 아동 폭력과 관련한 기사만 눈에 보이더라. 그냥 개인적으로도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진짜 커진 것 같다. 원래 화가 나는 것들을 잘 못봐서 '그것이 알고 싶다'를 잘 못보는데, 정인이 사건을 다룬다는 걸 알고, 봤다. 너무 화가 날 것 같아서 안보려고 하다가 마음을 다잡고 봤다. 보고 나니 너무 화가 나더라. 악몽까지 꿨다"고 전했다.
이날 하윤경은 극중 지원 역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경찰 역이라고 해서 직업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하진 않았다. 다만 파출소에 계신 순경분들과 야기를 많이 하고 접근하려고 했다. 조금더 일상적인 느낌으로 접근하려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욕적인 순경이라는 캐릭터 설정에 대해 "영화 안에서도 지원은 여자 경찰이라는 이유만으로 할 수 있는 일에 제한이 생긴다. 하고자 하는 일도 자꾸 막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의욕 넘치게 사건에 다가는 이유는 지원이 단순히 정의감이 넘치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원은 어렸을 때 학교 폭력을 겪었고, 자신이 폭력에 노출돼 있을 때 어른들이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도 겪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그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원을 '민폐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사실 지원은 전형적인 민폐 캐릭터처럼 보일 수도 있다. 계속 일을 벌이기만 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단순한 정의감 때문에 의욕적인 캐릭터가 아닌, 사건과 피해자를 향한 진심으로 보여지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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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폭력 뿐만 아니라 가정 폭력 및 데이트 폭력 등 많은 사회적 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기도 한 '고백'. 하윤경은 이런 작품에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실 '데이트 폭력'이라고 말하면 너무 대단해보이는 일이지만 제 주변에도 정말 많이 벌어지는 일상적인 일이다. 혹자는 우리 영화에서 너무 많은 주제를 담으려고 한다고 말 할 수도 있는데, 저는 이게 너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므로 대단한 것들을 많이 담으려고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사건이 아주 특별한 특정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서 여성이 겪는 차별 문제를 꼬집는 '고백'이 가진 의미를 강조하며 "사실 여자들끼리는 이런 차별들이 너무 당연한 것들로 받아들이고 일상적으로 매일 같이 느끼고 있지 않나. 그래서 사실 나는 '여상 서사'라고 대단하게 이름을 붙이는 것도 웃기다. 여자들은 안다. 정말 비일비재하게 차별을 받아오고 있지 않나. 물론 이런 소재를 예민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나 폭력은 아직도 너무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다룬 여성 서사의 영화들이 더욱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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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감독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의기투합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캐스팅 됐을 때의 소감을 묻자 "원래 제가 들뜨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왜 나를 뽑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감독님께서 '얼마 안나온다. 미안하다. 조금밖에 안나온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오히려 부담이 덜 되고 더욱 좋았다. 이런 스타 감독님과 함께 하는데 너무 큰 작품이면 더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오히려 부담없이 많은 걸 배울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대본을 받아보니까 너무 좋은 역할이고 분량도 생각 보다 많고 해서 부담이 커졌다. 이 작품이 잘될거라는 생각 보다는 좋은 감독님과 배우들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영화 '고백'은 2016년 데뷔작 '초인'으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대명컬처웨이브상을 수상한 서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박하선, 하윤경, 감소현, 서영화, 정은표 등이 출연한다. 오는 24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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