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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대신 실리, 향후 30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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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에서 국내외 유명 게임사들은 매출과 유저의 동시 증가라는 수혜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결코 긍정적인 영향만 끼친 것은 아니다. 재택 근무가 일상화 되면서, 전체적으로 개발 일정이 늦춰지고 완성도가 떨어지며 사업이나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못하다 보니 미래 성장 동력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 타임지는 지난 2000년 '디아블로 2'가 출시됐을 때 '단언컨데 역대 최고의 RPG이자 역대 최고의 던전 탐험 게임인 동시에 역대 최고의 PC 게임'이란 찬사를 한 바 있다. 이후 '디아블로 3'가 2012년에 출시됐고, '디아블로 4'가 지난 2019년 블리즈컨에서 첫 공개된 이후 이번 행사에서 신규 직업 '도적'이 공개되는 등 여전히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블리자드 팬이라면 단연 '디아블로 2'에 대한 향수는 남다르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롭게 업그레이드가 되면서 PC 이외에 콘솔기기에서도 즐길 수 있게되는 '레저렉션'을 통해 옛 유저는 물론 신규 유저까지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2D 기반의 원작이 전면적인 3D 렌더링, 동적 광원 효과, 개선된 애니메이션 및 주문 효과 등을 통해 4K 해상도로 거듭나고 총 27분 분량의 시네마틱 영상도 다시 제작된다. 인상 깊은 음향 효과와 사운드트랙은 돌비 7.1 서라운드 사운드를 지원하도록 업그레이드 되고, 기존 5개의 캐릭터에 암살자와 드루이드가 추가된다. 무엇보다 PC뿐 아니라 X박스나 PS(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스위치 등 다양한 콘솔기기에서 크로스 플레이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최고의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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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30년의 과제
'레저렉션'만 관심을 끈 것은 아니다. '디아블로 4'와 '오버워치 2' 등 새로운 후속작들의 개발 상황을 공개하는 한편 '하스스톤'의 경우 클래식전과 함께 신규 확장팩 '불모의 땅'도 올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새로운 1인 경쟁 게임 모드인 '하스스톤 용병단'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어둠땅'의 첫번째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 '지배의 사슬'도 연내 출시될 계획이다.
'디아블로' IP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 '디아블로 이모탈'도 최근 지역 테스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조만간 추가 테스트를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30주년을 맞아 블리자드의 초기 히트작인 '로스트 바이킹', '로큰롤 레이싱', '블랙쏜' 등을 최신 플랫폼에 맞게 업데이트해 디지털로 선보이는 블리자드 아케이드 콜렉션도 선보이는 등 다양한 라인업을 준비했다.
다만 'IP 재활용'만으론 블리자드가 지난 30년간 누려왔던 게임 개발 리더로서 지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블리자드 경영진이다. 20일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된 경영진 인터뷰에서도 잘 드러났다. J. 알렌 브랙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사장은 "게임 개발 사이클에서 2019년 블리즈컨에는 신규 IP를 대거 공개했으니 이번에는 진행 상황을 공유하게 됐다"며 "'레저렉션'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기존 IP의 리마스터 버전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등의 리마스터 버전이 공개돼 좋은 반응을 얻은 반면 이로 인해 다른 게임의 개발 일정이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팬들의 우려에 대해 전혀 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앨런 애드햄 블리자드 선임 부사장은 "지난 30년간 블리자드는 새로운 게임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왔다. 이는 향후 30년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프로젝트가 준비되고 있다. 새로운 팀과 게임, IP를 통해 향후 30년이 블리자드의 더 나은 전성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공개하지 힘들지만, 새로운 IP를 계속 출시하고 성공시켜야 그 어느 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게임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어 두 경영진은 "한국은 블리자드에게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한국 게임 커뮤니티 덕분에 블리자드가 크게 성공을 했다"며 "앞으로 VR(가상현실) 등을 비롯해 기술력을 발전으로 게임 세계가 더욱 방대해지고 수준이 높아지며 몰입감도 더 상승할 것이다. 소셜 기능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가장 큰 인기가 있는 MMORPG 장르의 미래는 더욱 밝다고 본다"고 말하며 향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글로벌 빅히트 MMORPG를 또 다시 선보일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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