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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싸움 잘한다고 자랑할땐가' 김동현의 싸움 서열이 불편한 이유(고재완의 전지적기자시점)

기사입력 2021-03-11 11:10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스포츠계에서 시작된 '학폭 논란'이 연예계까지 점령하고 있다. 방송가 전체에 '학폭 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어느 드라마는 방송이 연기되고 어느 드라마는 출연자를 교체해 90% 이상을 다시 촬영하고 있다. 어느 예능은 예고된 출연자 없이 방송을 시작한다.

이 가운데 10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이하 라스)는 때아닌 연예계 싸움 순위를 내세워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날 '라스'에는 모태범 이형택 윤석민과 함께 김동현이 출연했다. 김동현은 한국인 최초로 미국 UFC에 진출한 선수이자, UFC 한국인 최다승의 주인공이다. 최근에는 예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지난해에는 SBS 연예대상에서 우수상까지 받았다.

이날도 김동현은 넘치는 입담으로 MC들까지 즐겁게 했다. 하지만 그의 토크는 어느 순간 선을 넘어버렸다. 김동현은 앞서 줄리엔강이 꼽은 연예계 싸움 서열 순위 때문에 밤잠을 못 이뤘다고 고백하며 "나도 그 방송을 봤는데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누가 이기냐고 물어보더라. 물어보는 거 자체가…. 내가 잠이 오겠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프로 선수의 기량을 의심받는 것이 속상했다. 굳이 구분하자면 줄리엔강은 인간계"라며 자신은 '신계'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연예계 싸움 서열을 공개하며 "사실 줄리엔강이 운동하는 걸 알고 있지만 본 적은 없다. 누구랑 같이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전적과 실전 경력을 봤을 때 1위는 강호동이다. 2위는 이재윤이다. 워낙 잘한다. 그리고 3위 정도가 줄리엔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예계는 지금은 학폭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기다. 굳이 이런 시기에 프로 격투기 선수들 사이도 아닌 연예인들과의 싸움 서열로 이목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을까. 시기도 기기지만 큰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멘트다.

예능이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유튜브 등에서도 만연한 소재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능이라해도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면서 웃길 권리는 없다. 또 유튜브와 지상파 방송은 책임감과 공영성의 차이가 크다.

요즘은 연예인들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도 민감한 시기다. "나 싸움 잘해"라는 말이 자칫 피해자들에게는 상처를 주는 말이 될 수 있다.

김동현은 격투기선수지만 예능 유망주다. 때문에 웃음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싸움 잘한다'는 말로 웃기는 것은 조금 유치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가 1위로 꼽은 강호동은 예능에서 '신계'에 가깝지만 방송에서 '싸움 잘한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생각해볼 때다.
엔터테인먼트팀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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