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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첫술에 배부르랴"…'미나리' 한예리, 美오스카 불발의 아쉬움, 그리고 빛난 진심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1-03-17 10:37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첫술에 배부르랴. 배우 한예리가 자신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 '미나리'(정이삭 감독)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문을 두드렸지만 최종 후보로 지명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이다. 그의 진가는 지금부터 꽃을 피울 전망이다.

'미나리'는 15일(이하 현지시각)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크리스티나 오), 감독상(정이삭),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각본상(정이삭), 음악상(에밀 모세리) 등 6개 부문 후보에 지명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스티븐 연은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최초이자 아시아계 최초 아카데미 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 조연상 부문 후보이자 아카데미 역사상 4번째 여우조연상에 도전하는 아시아계 배우로 새 역사를 썼다. 더불어 정이삭 감독은 이안, 봉준호 감독에 이어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에 도전하는 세 번째 아시아계 감독이며 '미나리'는 오스카 역사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3개 부문 동시에 후보에 오른 3편의 영화 중 하나, 또 작품상 후보에 선정된 최초의 아시안 아메리칸 필름 등 각종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미나리'의 메인 OST인 'Rain Song'을 열창,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1차 후보에 이름을 올린 한예리의 후보 지명 불발이다. '미나리'는 주제가상 대신 '미나리'의 음악을 총괄한 음악상 부문에 에밀 모세리 음악감독이 이름을 올리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한예리는 '미나리'에서 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데이빗(앨런 김), 그리고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과 함께 미국 낯선 땅 아칸소에서 희망을 지켜내려 노력하는 엄마 모니카를 연기했다. 외롭고 절망적인 낯선 땅, 이동식 주택에 마주하는 이민 1세대 모니카로 변신한 그는 힘든 순간 엄마 순자(윤여정)를 통해 안정감을 찾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족들을 지키며 내면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계획만큼 풀리지 않는 남편의 모습에 좌절하기도, 흔들리기도 하는 현실 속 엄마, 그리고 여자 모니카를 완벽히 표현해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엄마의 모습을 그려내며 보는 이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감동을 선사한 한예리에 해외 매체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가 작성한 '올해의 위대한 연기(The Great Film Performances of 2020)' 기사에 언급됐고 미국 영화 전문지 콜라이더와 버라이어티는 한예리를 아카데미 시상식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꼽기도 했다. 실제로 '미나리'를 통해 2021 골드리스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한 한예리는 아카데미 주제가상 유력 후보뿐만 아니라 여우주연상 후보로도 기대가 컸다. 그러나 아카데미는 끝내 한예리까지 안아주지 못했고 국내 팬들은 기쁨과 동시에 아쉬움을 가져야만 했다.

아쉬움이 큰 건 한예리도 마찬가지일 것. 워낙 주변, 국내 팬들의 기대가 컸고 1차 후보까지 지명된 상황인지라 여러모로 아쉬운 뒷맛이 남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이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한예리는 함께한 '미나리' 크루의 아카데미 후보 지명에 진심 어린 축하와 마음 가득 담긴 애정을 전하며 '미나리'의 앙상블을 과시했다.

한예리는 아카데미 후보 발표 다음 날 "'미나리'가 많은 분께 사랑받았다는 증거인 것 같아 감사하다. 윤여정 선생님은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스티븐 연 역시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정말 의미가 깊은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정이삭 감독과 에밀 모세리 감독, 윤여정 선생님과 스티븐 연 모두가 이루어낸 성과에 제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 너무 기쁘다"며 "매일 촬영이 끝나면 함께 모여 서로를 응원하고 다독였던 식사 시간이 제일 그립다. 꼭 다시 만나 축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예리의 아카데미 진출은 불발됐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오는 4월 4일 열리는 미국배우조합상(Screen Actors Guild Awards, SAG)을 비롯해 아직 '미나리' 한예리의 진가를 입증받을 자리는 많다. 그는 배우조합상 최고의 영예인 앙상블상 후보로 선정, 팀 '미나리'의 앙상블을 전 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미나리'를 통해 할리우드 진출 쾌조의 출발을 알린 한예리. 앞으로 오스카를 점령할 예비 후보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한예리의 역사는 지금부터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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