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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빛이 아닌 어둠에 집중하면서도 묘한 위로가 되는 영화 '아무도 없는 곳'. 김종관 감독의 독특하고 몽환적인 세계관의 확장이다.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연우진)이 낯선 사람들과 만남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무도 없는 곳'(김종관 감독, 볼미디어㈜ 제작). 16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김종관 감독, 연우진, 이주영, 윤혜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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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종관 감독은 "창석이라는 인물이 짧은 시간 여러명의 인물들을 만나면서 심적인 변화를 겪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전작을 보면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하는 영화를 많이 만들어왔다. 좀 다른 형식적인 실험을 해보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며 "전작에도 조금씩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의 레이어를 쌓아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부분은 전작과 닮기도 했지만, 한 인물이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에 대해 형식적 차이가 있다. 빛과 어둠이 있다면 어둠의 영역을 더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아무도 없는 곳'을 통해 '창작'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다는 김 감독은 "이 안에서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극중 창석은 이야기를 만드는 소설가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쓰여지는지, 창작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예전부터 표현을 해보고 싶었던 내용이다. 꿈도 현실도 아닌 어떤 경계에서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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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테이블'에 이어 김종관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 창석 역의 연우진은 "감독님과 작업하는 순간 순간은 정말 감동이다. 바쁘게 살아가면서 시간에 쫓기기도 하는데 감독님과 만나고 작품을 할 때만큼은 제 인생에서도 어느 순간을 가만히 서서 그 시간과 순간을 가만히 서서 들여다보게 된다. 연기자로서 편안해지면서 제 삶은 들여다보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 같다. '더 테이블'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반대로 감독님께 베풀어 드리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감독님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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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리 역시 김종관 감독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며 "시나리오를 처음 만났을 때는, 감독님의 전작 '더 테이블'을 보고 느꼈던 특별한 말투가 이 영화에서도 느껴졌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인물이 나이에 비해서 더 조숙한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낯설다고 해서 그 표현을 못하고 싶진 않았다. 그런 말투를 가진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까 고민을 했다. 감독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중 한명으로 정말 즐겁게 참여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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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김종관 감독은 '아무도 없는 곳'이 빛 보다는 어둠을, 또 그림자에 집중하는 영화임에도 결코 어둡지만은 않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어두운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지만 관객들이 슬픔에만 잠기지 않을가라는 확신한다. 슬픔이든 죽음이든 그것을 위장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바라보면서 삶에 대해 이야기 할 수도 있고 늙음에 대한 서글픔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누군가와 같이 늙어가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둠도 포근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연우진 역시 "우리의 영화가 상실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주는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무 도 없는 곳'은 '조제',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 '폴라이드 작동법', 넷플릭스 '페르소나' 등을 연출한 김종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 이주영, 윤혜리 등이 출연한다. 오는 31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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