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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충무로에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많지만, 유아인(35) 같은 배우는 오직 유아인 뿐이다.
'온리 원'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유아인. 30대인 그가 두 번째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유아인의 도전과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2015년 영화 '사도'로 만 29세의 나이에 송강호, 황정민 등 대선배들을 제치고 청룡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그는 '소리도 없이'로 이병헌·정우성 등을 따돌리고 제41회 청룡영화상에서 생애 두 번째 청룡 남우주연상 트로피까지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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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냥 그 순간을 그대로 즐겼고 그때의 느낌 그대로를 말했다. 물론 시상식이 다가오면 1/5의 확률로 수상 가능성이 있으니, 만약에 내가 상을 받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말을 해야지'라고 준비해본 적은 없다. 그래서 유독 내 수상소감을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고, 또 그런 나의 소감을 기대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많은 분들에 기대에 비해서 파격적인 수상 소감을 하지 못해 아쉽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다시 흘렀다.
5년 전 수상과 현재의 간극, 절실함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유아인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실 이번에 상을 엄청 받고 싶었다. '사도'로 수상했을 때 보다 더 그랬다"고 토로했다.
"'사도'로 상을 받았을 때가 만 29세였는데, 그때 나의 수상이 요행으로 받게 된 것, 혹은 어쩌다 한번 이뤄낸 기적 같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 한 번의 수상이 '어쩌다' 이뤄낸 결과가 아닌 것을 증명하기 위해 청룡에서 다시 한번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꼭 받고 싶었다. '사도' 이후로 '버닝'으로 한 번 더 후보에 올랐었는데, 사실 그 해 '버닝'이 무관이라서 아쉬움이 컸다. 상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버닝'의 빈손이 아쉬웠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소리도 없이'라는 작품이 인정받길 원했다. '소리도 없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도전적인 작품이다. 또 제가 상업영화의 틀을 벗어나서 선택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청룡의 트로피로 '소리도 없이'라는 작품이 가진 예술성과 작품성, 또 저의 선택과 행보에 대해서 인정과 지지를 받고 싶었던 게 나의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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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다음 날 스포츠조선을 통해 공개된 심사표와 심사평을 확인했냐는 물음에는 "저, 청룡 심사표 보는 거 굉장히 좋아한다. '버닝' 때 0표를 받아서 섭섭했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이어 '유아인은 천재 배우'라는 한 청룡 심사위원의 심사평에 대해 "그렇게 평가해주시니 정말 감사하고 쑥스럽기도 한다"며 "사실 저는 평소에는 '천재'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천재'라는 단어가 굉장히 남발되고 그 단어의 의미도 퇴색되고 있는 느낌이 때문이다. 연기라는 것은 타고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노력을 하려는 의지는 어느 정도 타고 나는 것 같다. 그후에 것들은 후천적으로 스스로가 끊임없이 관리하고 버티고 이끌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고나는 재능이라는 것의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저를 '천재'라고 표현해주신 건 아직 제가 다른 후보 배우 선배님들에 비해서 어리고 젊은 배우여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아인은 올해 청룡에서 남우주연상과 함께 인기스타상도 거머쥐며 2관왕에 올랐다. 그는 "드라마 시상식에서도 베스트커플상을 받아 봤어도 인기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제가 인기가 많은 배우라면 배우고, 또 이슈메이커라면 이슈메이커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오로지 '인기' 그 자체로만 보면, 나라는 사람이 보편적으로 인기를 추구하는 연예인의 유형과는 많이 다르지 않나. 호불호가 심한 배우 아닌가"라며 "그런 면에서 아주 일반적이지 않은 유아인이라는 배우도 인기상을 받을 수 있다는게 기뻤다. 무조건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일만 하고 좋아하는 말만 하려고 하지 않고 나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인정받은 느낌이랄까. 제가 하는 행동이나 행위가 호불호가 나뉘는데, 그럼에도 나라는 사람을 솔직하게 받아들여주시고 재미있어 해주시고 사랑을 보내주신 것에 대해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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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 누나가 여우주연상을 받아서 정말 기뻤다. 미란 누나와는 예전에 드라마 '패션왕'에서 함께 연기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정말 좋았다. 누나와 저와 나이차이가 있는데도 정말 친구처럼 지냈다. 미란 누나가 가지고 있는 포텐이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 싶어서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 더군다나 '하이파이브'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니 나란히 수상한 것이 더욱 기뻤다. '하이파이브'는 다섯명의 배역이 이끌어가는 영화이고 다섯명의 캐스팅이 굉장히 중요한 영화다. 사실 출연하기 까지 고민이 좀 있었는데 미란 누나가 출연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조건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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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더 어릴 때는 '어린게 허세 떤다' '잘난 척하고 똑똑한 척하려고 한다'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또래의 보편성에서 벗어나는 나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에 서운할 수도 있었다. 다만 어떤 흔들림에도 휘둘리지 않고 나라는 사람의 중심에 놓고 나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 집중을 하고 꾸준히 걸어가다 보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대중과 어울러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20대를 보냈다. 30대 초반에는 나에게 있어 조금더 실험적인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올해 유아인은 그 전보다는 조금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배우로서 걸어온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돌아본 그는 앞으로도 변치 않을 배우로 살아갈 것을 약속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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