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 '보지도 않고 무조건 비난'→'자이언트'의 데자뷰…'설강화' 논란 옳은가

기사입력 2021-03-31 11:34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JTBC 새드라마 '설강화'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일부 공개된 시놉시스에 6·10민주항쟁과 간첩을 연관시킨 듯한 스토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SBS '조선구마사'의 전격 폐지로 가뜩이나 긴장한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설강화'가 똑같은 전철을 밟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대로 '조선구마사' 폐지로 자신감이 붙은 네티즌들은 무차별적인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구마사'와 '설강화'에 대한 논란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조선구마사'는 방송 내용과 중국풍 배경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반면 '설강화'는 단순히 시놉의 파편만으로 일어난 공격이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남자주인공과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 준 여대생의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대중은 주인공이 남파공작원과 안기부 팀장, 여자 주인공 이름이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천영초와 비슷하다는 것 등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설강화' 측은 두차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인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대선정국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다. 미완성 시놉시스의 일부가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앞뒤 맥락없는 특정 문장을 토대로 각종 비난이 이어졌지만 이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2차 입장문을 발표하며 "현재의 논란은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됐다.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며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다. 오히려 80년대 군부정권 하에 간첩으로 몰려 부당하게 탄압받았던 캐릭터가 등장한다. 배경과 주요 사건의 모티브는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1987년 대선 정국이다. 다만 여성 캐릭터의 이름은 수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묘하게 데자뷰되는 상황이 있다. 바로 2010년 방송한 SBS 드라마 '자이언트'다. '자이언트'는 1970년대 경제 개발기에 도시가 팽창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한 남자의 성공과 복수, 그리고 사랑을 담은 드라마지만 방송 전 시놉만 보고 독재정권을 미화하는 드라마라는 딱지가 붙어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받았다.

특히 주인공 이강모(이범수)가 건설회사 사장이 된다는 것으로 건설회사 CEO 출신 당시 현직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며 크게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현직 대통령을 미화하는 드라마라고 비난했고 정치적 의도까지 의심했다.



하지막 뚜껑을 열어본 결과 작품의 스토리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조필연(정보석)으로 대변되는 신군부의 개발정책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후반부에는 국제그룹이 등장하면서 국제그룹 해체사건이 신군부의 탄압에 의해서라고 아예 못박아 버렸다. 이에 각종 호평이 쏟아졌고 결국 '자이언트'는 SBS에서 방송한 드라마 중 마지막으로 시청률 40%가 넘는 작품이 됐다.

'설강화'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어떤 내용이 전파를 탈지는 아무도 모른다. 방송이 시작하면 이미 늦는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조선구마사'의 선례가 생겼다.

방송전 비난은 부작용도 있다. 이런 식으로 드라마가 방송도 못해보고 없었던 일이 돼버리면 창작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작품을 쓰면서도 과도한 자체 검열을 하게 된다. '설강화' 측도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하는 수많은 창작자들을 위축시키고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인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된 이상 '설강화'는 중도 폐지까지 각오하고 방송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지금은 '중립'을 택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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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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