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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슬의생' 신원호 PD "고민과 피로감 많아..시즌3 결정 쉽지 않을 듯" (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1-10-07 13:33


사진=tvN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시즌2까지 이어온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우정 극본, 신원호 연출, 이하 '슬의생')은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지기 친구들의 케미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로,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를 주연으로 시즌1과 시즌2를 거쳐오며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등 막바지까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달 16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 '슬의생'은 시즌1에 이어 1년 뒤 방영됐던 시즌2까지 관심을 이어오며 '시즌제 드라마의 좋은 예'로 남았다. 신원호 PD는 시청자들의 과분한 사랑에 감사한다며 "99즈의 케미, 음악, 환자와 보호자의 따뜻한 이야기, 러브라인 등 각각의 매력을 갖고 보시다가 또 다른 포인트들에 매력을 가지게 된 거 아닌가 싶다. 다섯 배우들이 만들어낸 캐릭터와 케미스트리, 그리고 그들이 그리는 율제병원 안의 소소한 사랑이야기에 점수를 많이 주신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특히 시즌1을 마무리하고 오랜만에 시즌2를 만들어내게 되면서 '내적 친밀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신 PD는 "시즌1에서 시즌2로 넘어오며 생긴 2년여의 시간 속에서 드라마 자체와의 친밀감, 캐릭터, 배우들과 갖게 되는 내적 친밀감이라는 게 생긴다. 익히 아는 캐릭터, 익히 아는 관계, 익히 아는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에 거리감이 좁혀졌던 게 시즌2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만큼 배우들의 호흡도 완벽했다는 전언. 신 PD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첫 촬영 날도 그랬고, 다섯 명이 모두 모인 신을 처음 찍던 날도 그랬고, 시즌1 이후 10개월 가까운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 같이 어제 찍다가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첫 촬영이라 하면 으레 서로의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생략되고 물 흐르듯 진행되다 보니 그게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다. 배우들이며 스태프들도 현장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했었고, 더 두텁게 내적 친밀감이 쌓이다 보니 시즌2는 훨씬 더 촘촘한 케미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무엇보다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부분은 '99즈' 인물들 각자의 러브라인. 특히 시즌2에서는 익송(이익준(조정석)-채송화(전미도)) 커플, 곰곰(양석형(김대명)-추민하(안은진)) 커플의 이야기가 주된 관심사로 떠올랐다. 신 PD는 "익준과 송화는 오랜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타이밍의 엇갈림 등 워낙 '응답' 때부터 많이 보여줬던 색깔이지만, 그때보다 더 연한 색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간의 케미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시즌1과 시즌2 전체의 축이 돼야 했던 러브라인이라 적당한 밀도를 지켜야 하는 점을 신경썼다. 찍으면서 눈빛이 진하거나 멜로 느낌인 것들은 걷어내려 노력했고, 더 천천히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익송' 커플의 경우 20년 친구가 연인이 되는 설정을 가졌기에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그림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연출 포인트였다고.

여기에 시즌2의 가장 큰 로맨스 축은 '곰곰 커플' 이었다. 신 PD는 "시즌1부터 차근히 쌓인 러브라인"이라며 "석형이 가진 여러 개인사에 대한 고민이 본인 스스로 해결돼야만 사랑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러브라인의 큰 얼개였다. 시즌1에서 그런 부분이 쌓이고, 시즌2에서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려 했다. 두 배우 모두 멜로 연기는 처음이었고, 다른 멜로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이 많다 보니, 보시는 분들이 얼마나 좋아해 줄지 고민을 했는데, 너무 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돼 저도 그렇고 배우들도 감사했다"고 말했다.


사진=tvN 제공
시즌제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하드털기', '슬기로운 캠핑생활' 등을 현명하게 사용해온 신원호 PD는 "예능 할 때만큼이나 힘들어서 나중엔 '내가 왜 이러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재미있었다. 10년 만에 예능을 하는 셈이니, '내가 10년 만에 자막을 뽑을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하다 보니까 예전의 세포들이 다시 움직이면서 사실은 되게 힘들고 되게 재미있었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를 할 때보다 더 즐기면서 했던 거 같다"는 속마음을 털어놨다.

아직 못 다한 얘기가 많다는 신원호 PD지만, 현실적으로 시즌3 제작은 쉽지 않다. 신 PD는 "시즌제를 처음 제작하면서 쌓인 이런저런 고민들과 피로감들이 많다보니 그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여걸식스'부터 17년을 함께해왔던 이우정 작가와도 당분간은 "휴식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신 PD는 "그 친구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아마 없었을 거다. 영역의 구분 없이 이야기를 만들고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 탁월한 재능을 가진 친구"라며 "앞으로도 다른 매체, 플랫폼에서 장르를 특정 짓지 않는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늘 많다. 훨씬 더 다크하거나 잔혹한 장르물에도 관심이 많고, 애니메이션이나 뮤지컬과 같이 전혀 다른 콘텐츠에도 관심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신원호 PD의 말처럼 시즌제를 이어온 만큼, 당분간은 휴식이 먼저가 될 전망. 신 PD는 "최근에는 집에 틀어박혀서 최근 3년간 못 본 콘텐츠들을 밤새서 보고 있다. 워낙 일 할 때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쉬는 시간이 생기면 제일 하고 싶은 건 아무도 안 만나고 아무것도 안 하고, 혼자 가만히 있는 거"라며 앞으로 작품을 위해 숨고르기에 돌입할 예정임을 알렸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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