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18년만에 돌아온 새로운 '매트릭스'. 이게 최선이었을까.
마침내 공개된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네오 역의 키아누 리브스와 트리니티 역의 캐리 앤 모스가 복귀하고 전작의 레퍼런스를 120% 활용한 반가운 팬 무비였지만, 절대 다수의 관객들이 모두 흥미롭게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품이었다.
|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앞선 '매트릭스'의 레퍼런스들이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매트릭스' 철학의 핵심이 되는 빨간약과 파란약의 선택부터 네오를 진실로 이끄는 토끼 문신, '매트릭스' 이미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선글라스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새롭게 개입된 것들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이번 영화 최대의 흑막으로 등장하는 애널리스트 역의닐 패트릭 해리스다. 여타 다른 빌런들과 달리 힘이 아닌 지능과 말로 상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하지만 새로운 모피어스로 등장한 야히아 압둘 마틴 2세는 원조 모피어스를 연기했던 로렌스 피쉬번에 비해 카리스마가 한참 부족했고, 네오의 최대 숙적이었던 무시무시 했던 스미스 요원을 연기한 조나간 그로프도 원조 스미스 요원인 휴고 위빙의 엄청난 존재감을 넘어서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
▶복습은 필수…높은 진입장벽
'매트릭스: 리저렉션'에는 이전 시리즈의 레퍼런스가 단순히 재미를 위해 활용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앞서 워너브라더스 측은 이번 영화가 1편에 이어지는 영화가 될 것이라 발표했지만 막상 베일을 벗은 영화는 1편부터 3편까지 모든 이야기와 등장인물, 그리고 인물들의 관계와 갈등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이해가 가능한 영화였다. 이전 시리즈를 전부 보지 않는다면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영화의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 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이전 시리즈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매트릭스'를 사랑한 팬들에게는 반갑고 즐거운 일이지만 '매트릭스'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반 관객들에게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진입장벽, 그 이상도 아니다. 앞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이 이전 시리즈를 보지 못한 관객들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오락물을 만들어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이전 편들의 기억을 되살리도록 돕기 위해 친절하게 1~3편의 주요 장면까지 영화 중간 중간 삽입하지만 이 또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며, 이 시도가 오히려 이전 시리즈를 보지 못한 관객들을 '왕따' 시키는 느낌마저 준다. '매트릭스' 처럼 어머어마한 제작비가 들어가 막대한 오락 블록버스터는 최대 다수의 관객들이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다. 그런 면에서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실패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할리우드 영화들이 '매트릭스' 1편이 개봉했던 1999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마한 기술적 발전을 이룬 만큼, 이전 시리즈에서 다소 어색하게 그려졌던 특수 효과와 CG는 이번 영화에서 만큼은 최상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1편에서 처음선보이며 '매트릭스' 식 액션 스타일을 완서시켰던 슬로우 모션을 활용한 액션, 일명 불렛 타임 액션은 이번 영화에서 더욱 흥미롭게 활용된다. 네오의 무기로 사용됐던 불렛 타임 액션이 이번 영화에서는 네오와 트리니티를 위협하는 액션으로 쓰인다는 것부터 아니러니한 재미를 제공한다.
하지만 발전한 볼거리에 비해 스토리는 한없이 빈약하다. 3편에서 기계 세계의 최고 권력자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의 거래를 통해 최후의 인간 국가의 시온에 평화를 보장하고 장렬히 전사했던 주인공 네오. 그가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매트릭스 세계 안에서 의미없이 반복적인 삶을 살고 있고, 자신의 찾아온 이들로 인해 매트릭스 세계의 진실을 깨닫고 각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은 이미 1편에서 똑같이 그려졌던 일이다. 후반 벌어지는 네오와 트리니티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역시 전형적인 러브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간다. '매트릭스'의 레퍼런스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것을 넘어 이전 시리즈의 내용까지 그대로 반복하는 것. 겉모습은 화려한 예쁜 포장지로 포장했으나 그 안의 알맹이는 18년전 그것과 달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2022 임인년 신년운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