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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하루에 7끼 먹으며 12kg 증량"…'경관의 피' 권율, 피땀눈물로 완성한 역대급 빌런(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2-01-06 09:52 | 최종수정 2022-01-06 11:29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범접할 수 없는 빌런의 탄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정서적 불안은 물론 쉽지 않았던 체중 증량까지 인내해야 했던 배우 권율(40)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악역으로 다시 한번 필모그래피에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범죄 영화 '경관의 피'(이규만 감독, 리양필름 제작)에서 접근 불가능 상위 1%만 상대하는 범죄자 나영빈을 연기한 권율이 6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경관의 피'를 선택한 계기부터 작품에 쏟은 열정을 고백했다.

일본의 소설가 사사키 조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경관의 피'는 감시당하는 경찰과 감시하는 경찰의 색다른 팀워크, 신념과 의심 사이 팽팽한 긴장감의 카타르시스를 담은 2022년 첫 번째 한국 영화 개봉작으로 주목받았다. 두 경찰이 서로를 믿지만 동시에 서로를 의심해야 하는 팽팽한 기싸움을 전면에 내세운 '경관의 피'는 '신세계'(13, 박훈정 감독) '내부자들'(15, 우민호 감독) '독전'(18, 이해영 감독)을 잇는 한국형 웰메이드 범죄 심리물로 등극, 새해 첫 극장가를 장식했다.

특히 '경관의 피'에서 강렬한 빌런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권율의 파격 변신이 눈길을 끈다. 광역수사대 에이스 박강윤(조진웅)조차 쉽게 잡을 수 없는 상위 1% 범죄자 나영빈을 연기한 권율. 그는 세상에 두려울 것 없는 나영빈을 소화하기 위해 12kg을 증량하고 발성법까지 바꾸며 치열하게 노력하며 캐릭터를 완성했다. 앞서 권율은 2019년 방영된 OCN 드라마 '보이스 시즌3'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마 방제수를 완벽하게 소화해 빌런 캐릭터의 새 역사를 쓴 바, 이번 '경관의 피' 역시 지금껏 본 적 없는 빌런 캐릭터로 다시 한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가장 먼저 권율은 코로나19 팬데믹 극장가에 용기 있는 개봉으로 관심을 받은 '경관의 피'에 대해 "개봉이 어려운 시기에 개봉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다. 나 또한 영화를 보러 가기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러 가지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영화를 관람하면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어려운 시기에 '경관의 피'가 용기 있게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더불어 개봉 첫날이었던 지난 5일 21일간 흥행 1위를 지켰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존 왓츠 감독)을 꺾고 흥행 1위를 기록한 것에 대해 "극장에 찾아와 준 관객이 많아졌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나 우리 영화를 통해 관객이 많아진 것은 감사한 일이다. 오랜만에 나온 한국 영화를 어여삐 봐주고 관심을 가져준 것에 감사하다. 지금 1위, 2위를 나누는 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열심히 한 시간들을 알아봐 주는 것에 더 감사하게 생각한다. 끝까지 관객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으면 좋겠다. 한국, 외화 영화를 떠나 극장은 안전한 곳이라 많은 관객의 발걸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경관의 피'에 대한 만족감도 솔직했다. 권율은 "만족도는 배우들 모두 비슷할 것이다. 자신의 연기를 봤을 때 100% 만족하는 배우는 없다. 작품적으로는 감히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볼 때 하나의 미덕을 보려고 하는데, 우리 영화가 장점과 미덕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관적인 시선이라 호불호가 있고 물론 내가 봤을 때도 단점이 보일 수 있겠지만 배우들의 연기, 케미, 분위기 등을 보면서 우리 영화의 미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에서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악역을 도전한 것에 "악역은 감정의 진폭이 큰 역할이라 실제로 해소되는 느낌도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정서적으로 안 좋게 축척되는 것도 있더라. 마음이 힘들기도 하고 예민하기도 했다"며 "어느 순간 악의 향기가 몸에 밴 느낌이다. 환기를 시키지 않거나 빼지 않으면 몸에 데미지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악역은 재미있지만 캐릭터와 분리하는 작업을 공들여서 해야 할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관의 피' 속 악역을 만들기까지 고충도 털어놨다. 권율은 "기존에 날카롭고 샤프한, 예민한 빌런을 해왔다. 이번 '경관의 피' 속 나영빈이란 인물은 박강윤(조진웅), 최민재(최우식) 두 지점의 충돌 사이에서 건드릴 수 없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증량을 하게 됐다. 증량으로 무게감이 보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퉁퉁하고 무거운 느낌으로 조금 더 범접할 수 없는 위치를 보여주고 싶었다.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시간에 운동과 식사를 6~7끼 나눠 먹었다. 운동으로 대사량을 올리고 4시간마다 알람을 맞춰 똑같은 양의 식사를 꾸준히 했다. 이규만 감독은 너무 근육이 쪼개진 몸은 원하지 않았다. 반대로 너무 살이 찐 모습은 어울리지 않았다. 각이 지지 않으면서 단단한 몸을 요구했다. 그래서 운동을 게을리하지 못했고 기름진 음식도 먹지 못했다. 꾸준히 먹으면서 운동을 했던 것들이 12kg을 증량할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 단시간 과도한 증량은 건강을 악화시킨다"고 웃었다.

또한 "증량할 당시 내 몸무게가 78kg까지 갔다. 지금은 71kg까지 약 7kg 감량을 했다. 실제로 몸이 무거워지니까 연기적으로 바닥에 붙는 느낌이 들었다. 테너나 바리톤이 무게감을 가지고 노래하지 않나? 그들처럼 나도 툭툭 밀고 나가는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다. 운동을 하고 식단을 하면서 증량을 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옷이 타이트해져 트레이닝복을 많이 입게 됐다. 주변에서는 덩치가 커지니까 얼굴이 더 작아졌다고 하더라. 7kg이 쪘는데 살이 빠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런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강윤 역을 맡은 조진웅과 호흡에 역시 완벽했다. 권율은 "나는 평소에도 조진웅 형을 잘 놀리는 후배다. 진웅이 형이 그만큼 후배들에게 연기적으로 강하게 밀고 오라며 열어주는 스타일이다. 나 역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현장에서 좋은 분위기를 타면 캐릭터 연기에 영향을 받는다. 대립 신이 있을 때는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한다. 오롯이 집중해 터트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대립 신 때는 대화도 잘 안 하고 밥도 따로 먹으려고 한다. 이런 부분까지 조진웅 형님이 다 받아주고 이해해준다. 집중하게 만들어 주고 도와주는 부분이 많았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권율은 "한 번은 촬영에 몰입해 손가락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는데 그래도 그 감정을 이어가며 연기를 했다. 보통은 이럴 때 상대 역할 배우가 부담스러워하기도 하는데 진웅이 형은 그런 부담보다 걱정을 많이 해줬다. 내가 몰입해 집중하는 연기를 지지해주고 내 몸에 대해 걱정해줬다. 빨리 내 감정을 이어갈 수 있게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평소에는 정말 장난치고 놀렸을 텐데 그때 나를 걱정해주는 모습이 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민재 역의 최우식을 향한 애정도 빠지지 않았다. 권율은 "최우식은 형들에게 정말 잘한다.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럽다. 삐약삐약 한다.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면 눈이 바뀐다. 최민재의 향기를 입고 등장한다. 그런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대중도 저런 최우식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 같다. 영화를 봤을 때도 그런 모습이 너무 멋졌다"고 밝혔다.

'경관의 피'는 출처불명의 막대한 후원금을 받으며 독보적인 검거실적을 자랑하는 광수대 에이스와 그를 비밀리에 감시하는 임무를 맡게 된 원칙주의자 경찰의 위험한 수사를 그린 작품이다.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권율, 박명훈 등이 출연했고 '아이들' '리턴'의 이규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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