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인터뷰] "송혜교·최희서 ♥할 수밖에..박효주 '지헤중' 만난 적절한 타이밍(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01-16 10:55 | 최종수정 2022-01-18 07:18


사진=와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박효주가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통해 인생작을 만났다.

최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제인 극본, 이길복 김재현 연출, 이하 '지헤중')는 '이별'이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 달고 짜고 맵고 시고 쓴 이별 액츄얼리를 담은 작품. 송혜교와 최희서, 박효주가 세 명의 '절친'으로 등장하며 워맨스를 그려냈다. 세 여자의 인생, 그리고 현실적인 우정을 그려냈다는 점에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모았던 작품. 시청률은 7%대를 유지하며 종영했다.

박효주는 세 친구들 중 가장 슬픈 인물, 전미숙을 연기했다. 전미숙은 하영은(송혜교), 황치숙(최희서)의 여고동창생이자 전업주부로, 가족을 먼저 챙기며 자신을 위한 것들은 미뤄온 인물. 모델로서 살았던 때도 있지만, 지금은 유치원생 딸 하나 키우며 살아가는 삶. 여기에 췌장암 말기 설정이 더해지며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박효주는 최근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통해 '지헤중'의 시간들을 돌아봤다. 그는 "대본 리딩 처음에 한 마디씩 하는데, 전 그런 얘기를 했다. '정말 반갑고 소중하고, 정말 잘 헤어지겠다'고 인사했는데, 늘 헤어짐을 준비하며 작업했던 것 같다. 그래서 미숙이 대사 중에 '나 그래서 오늘을 정말 후회 없이 열심히 살 거야'라고 했던 그 대사를 외우고 하면서, '아 내가 미숙이란 인물을 연기하는 나의 태도이겠다. 정말 후회없이 열심히 해야지. 그래야 잘 헤어질 것 같아'라고 생각했다. 헤어지는 중이라 굉장히 헛헛하지만, 잘 헤어지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사진=와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박효주는 '지헤중'을 다양한 멜로디를 담아낸 오케스트라라고 표현했다. 그는 "제목이 좋았다. 매일 이별하고, 매일 헤어지며 살고 있는 중이라는 얘기였고, 시적이고 함축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작발표회 때도 말했지만, 저희 드라마는 오케스트라 연주 같은 웅장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단조롭지 않은 다양한 멜로디가 있던 거다. 그중 미숙이의 죽음이란 피할 수 없는 베이스, 가장 큰 이별의 파트를 맡고 있는 베이스 담당이라 생각했고, 주 멜로디를 맡은 영은, 제국의 파트, 부모님들의 이야기, 치숙과 도훈의 이야기도 있었다. 사랄이 시작이지만, 그게 어떻게 보면 이별의 시작이기도 한. 그 아이러니한 삶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효주는 특히 극중 췌장암으로 말라가는 모습까지 연기해야 했다. 체중 감량을 포함한 외면을 변화시키려 노력했다고. 박효주는 "매회 지문마다 '점점 말라가는 미숙, 야위어가는 미숙'이라는 내용이 쓰여져 있어서 살을 매회 빠지게끔 애썼다. 짧은 시간이지만, 드라마의 시스템상 쉽지 않았는데, 그래서 조금 더 힘들기도 했다. 유지하면서도 빼야 하니까. 8부 이후로는 제 나름 계산했던 목표가 있었다. 그 템포를 잘 지키며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본을 보며 몰입을 하다 보니, 입맛이 사라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와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여기에 꾸밈이 없이 등장한 외면도 인상적. 노메이크업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고 연기를 위해 몰입했다. 박효주는 "저는 항상 덜 꾸미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미숙은 아무리 아파도 어느 정도는 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고 주변에서 말할 정도로 제가 너무 캐릭터처럼 나오는 것 같다고 걱정을 많이 하셨다. 8회 이후부터는 아예 메이크업을 안 했다. 살짝 해보려고도 했는데, 확실히 캐릭터와 연기에 방해가 되더라. 연하게 립 메이크업이라도 하면 그게 방해가 됐다. 미숙이에게는 파우더 가루의 느낌마저도 불편하게 느껴지던 때라서 최대한 연기에 도움이 되고, 연기할 때 방해가 되지 않는 것들을 선택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너무 민낯으로 Œ게 돼 드라마 보시는 분들에게 죄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크업을 해서 나왔다면, 제가 저에게 화가 많이 났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췌장암으로 말라가는 미숙의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지만, 남편인 곽수호(윤나무)와 그 내연녀 서민경(기은세)를 엮어주려는 미숙의 모습이 시청자들을 이해할 수 없게 하기도 했다. 박효주도 이에 "감정신이 많았는데, 찍고 난 다음에 '진짜 내가 살면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 너무 무서워'라는 말을 많이 했다. 또 한편으론 공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은 사람들을 위해 바람 피운 친구와 남편을 연결해주려고 하는 건, 촬영 전에 작가님께 '제가 미숙이랑 잘 걸어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부터는 미숙이 혼자 뛰어가는 것 같다. 제가 그 감정을 못 따라가겠다'고 했다. '말이 안돼!'가 아니라 '가능할 것도 같은데?'라는 부분도 있었고, 어려웠다. 제 남편이라면 저는 너무 열받을 것 같더라. 치숙의 말처럼 '부처야? 보살이야?'하면서, 그때 걸림돌이 한 번 있었고, 그래서 한 단계 더 미숙에게 다가갈 수 있는 순간이었기도 해서 '같이 가자 미숙아~'하면서 따라가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사진=와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박효주는 또 "그런데 만약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어땠을지, 감독님과도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상황에 따라서 아이가 있고 없고, 결혼 유무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결론은 '엄마이니까'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정말 극중 남편을 사랑하니 연애, 그리고 가족에 대해 사랑하고 헤어진다면 그 정도 마음까진 갈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남겨진 그대들을 더 많이 생각하는 순간에는. 이왕이면 내 눈 앞에 내가 아는 사람인 게 다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한 장면이었다"고 덧붙였다.

'지헤중'은 박효주에게 송혜교와 최희서라는 좋은 친구들을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했다. 박효주는 "저는 시상식 때도 말했지만, '선물' 같은 동료들이었다. 가만히 우리가 왜 이렇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할까 생각해보면, 연기에 대한 집중과 태도, 애정의 온도가 비슷했던 것 같다. 미숙이는 감정연기가 주를 이루다 보니 상대방의 감정에도 많은 의존이 됐다. 영은이와 치숙이와 함께이다 보니 얻는 슬픔과 감정들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촬영 끝나고 나서의 친함도 친함이지만, 작업하며 연기하며 그 호흡이 좋아서 서로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미숙의 감정에, 그 배우들이 그 자리에서 충실히 해줌으로써 더 사랑하게 해준 것 같다. 촬영 순간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저는 미숙이었기에 영은의 눈을 보면 많이 슬펐고, 혜교 씨가 몰입의 여왕이라 정말 많이 배웠다. 영은의 눈이 해결해주는 게 되게 많았다. 혜교 씨와 함께했던 모든 감정신 오래 기억에 남는다. 희서 씨는 매력적인 에너지, 혜교 씨는 멋있는 배려심이 있다. 저희가 하나 될 수 있던 건, 혜교 씨의 큰 배려, 따뜻한 마음 덕분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사진=와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래서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박효주에게도 좋은 의미를 남긴 작품이 됐다. 박효주는 "적절한 타이밍의 작품이었다. 저의 어떤 시간이 있어서는 이런 계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제가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했고, 연기로서 안 해본 것, 낯섦에 대한 두려움도 경험해보기 필요한 시간이었다. 저 또한 한 사람으로 살면서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간과하고 있는 시점이었던 것 같다. 배우로서는 늘 그렇게 살아왔지만, 막상 결혼도 하고 가정도 생기며 생각보다 앞으로에 대한 불안감에 치우쳐 살고 있었구나 하는 것도 깨달았다. 그렇지만, 가장 소중한 게 뭔지, 조금 더 늦기 전에 '지헤중'을 통해 생각하게 됐다. 가장 적절한 타이밍의 작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2022 임인년 신년운세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