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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갓벽한 시너지였다. 김하늘, 이혜영, 김성령이 여성 서사의 저력을 입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모란의 죽음 후 현욱(김재철)과 마주한 우현. 그는 우현에게 모란과 정현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는 곧 우현에게 새로운 패가 되었다. 옥선의 계략으로 편성에서 밀려난 우현은 그를 찾아가 "정현이는 자기 친모가 기모란 전무라는 거 알려나"라며 진실을 들춰냈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정현은 걷잡을 수 없는 후회와 혼란에 사로잡혔다. 결국 고통의 고리를 끊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정현. 그 소식은 옥선에 이어 우현까지 뒤흔들었다. 자신의 욕망이 무고한 사람마저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위험한 행보를 계속하려 했던 우현은 스스로가 두려워졌다. 욕망의 탑이 단번에 무너진 순간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 했을 뿐이라는 변명은 오히려 더 큰 자책과 후회만을 불러왔다. 용서를 빌 틈도 없이, 생사의 고비를 겨우 넘겼다던 정현은 다시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옥선은 모란의 유골함 앞에서 용서를 빌 용기를 얻었고, 쇼호스트를 그만둔 우현은 엄마로서 평범한 삶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속죄의 연장선으로 보육원에서 봉사하며 살아가던 옥선에게 우현이 찾아왔다. 잠적했던 정현까지도 함께였다. 모자의 재회를 이뤄주고 나서야 비로소 미소 짓는 우현의 모습은 모든 것이 처음부터 승자가 없는 승부였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전쟁의 끝을 알렸다. 반전은 또 있었다. 바로 우현이 전무에, 정현이 사장의 자리에 오른 것. 마치 모란과 현욱을 연상시키는 듯한 두 사람의 만남은 새로운 첫걸음을 뗀 우현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짙은 여운을 남겼다.
김하늘, 이혜영, 김성령의 시너지는 완벽했다. 흑화하는 우현의 면모를 진폭 큰 연기와 탁월한 완급 조절로 담아낸 김하늘의 눈부신 활약은 극을 이끈 핵심이었다. 이혜영 역시 독보적인 카리스마로 '이혜영 표' 모란을 구축해내면서 '믿보배'의 진가를 입증했다. 여기에 두 얼굴의 야누스적 매력을 지닌 옥선을 그려낸 김성령은 수많은 반전 명장면들을 만들어내며 보는 이들을 매료시켰다. 무엇보다 적나라할 만큼 공격적으로 욕망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특별하고도 흥미로웠다. 적극적으로 탐하고, 질투하고, 분노하는 세 여자의 모습은 때로는 씁쓸하게, 때로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기며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재미의 한 축을 책임진 '전쟁 변수'들 역시 큰 사랑을 받았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재벌 캐릭터를 구축한 김재철은 우현, 모란, 옥선과 각기 다른 텐션을 만들어내며 신선함을 더했다. 반전의 '욕망캐'에서 우현의 각성을 도우며 톡톡히 활약한 정의제 역시 눈길을 끌었다. 그와 함께 매력적인 성장 서사로 소소한 웃음을 전한 문지인과 마지막까지 반전의 열쇠로 궁금증을 유발했던 전노민, 욕망의 결정체로서 세 여자에게 밀리지 않는 강렬한 아우라를 보여준 한수연의 열연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까지 뜨겁게 휘몰아친 욕망 전쟁을 완성한 김하늘, 이혜영, 김성령의 열연에 뜨거운 호평이 쏟아진 '킬힐'. 최종회 시청률 역시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5.0% 최고 6.9%, 전국 가구 기준 평균 4.7% 최고 6.2%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를 경신, 호응 속에 유종의 미를 거뒀다. (케이블, 위성 등 유료플랫폼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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