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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나쁜엄마'가 따뜻한 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다.
해식은 긴 법정 싸움에 돌입했다. 그러나 용라건설 사람들의 짓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던 마을 주민들의 태도는 하루아침 돌변했다. 당시 화재가 돼지농장의 전기 시설 문제였고, 현장에서 발견된 시너통들은 해식이 보관하던 것이라는 거짓 증언이 속출했다. 결국 공소 기각 판결을 받은 해식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섰다. 다행히도 법정 밖에서 만난 이웃들은 그들의 돈과 힘 앞에 어쩔 수 없었다고 실토했다. 그리고 해식은 항소를 위해 담당 검사 오태수(정웅인)를 찾아가 모든 사실을 밝혔다. 그가 송우벽의 편에 선 썩은 동아줄이란 것을 알 리 없었다.
그날 밤 영순은 병원 영안실에서 싸늘한 주검이 된 해식을 마주했다. 중요한 증거를 찾았다며 화재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송우벽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던 남편의 수상한 죽음엔 의문을 품었다. 이에 오태수는 영순에게 해식이 남긴 통장을 건넸다. 배 속 아이를 위해 모아둔 돈이었다. 송우벽의 무자비한 범행을 알면서도 오태수는 해식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 믿게 만들었다. 더 이상 영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곧 만날 아이를 위해서라도 "살아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이 아이만큼은 우리처럼 살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만삭의 몸을 이끌고 조우리 마을로 향했다.
시간이 흐르고 영순과 강호의 노력이 빛을 발할 결전의 날이 밝았다. 바로 강호의 수능 시험일이었다. 하지만 강호를 응원하러 온 미주가 고사장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했고, 강호는 시험도 포기하고 병원에서 미주의 곁을 지켰다. 그에게 돌아오는 건 엄마 영순의 물바가지 세례였다. "왜 다른 사람 때문에 네 인생을 망쳐!"라는 영순의 한 마디는 평생을 참아온 강호를 자극했다. 그건 자신이 아닌 엄마의 인생이라며 "아빠가 억울해서 죽은 게 내 탓이에요?"라고 물었다. 또 "엄마는 그냥 힘없어서 당한 게 억울했고, 나를 이용해서 보라듯이 그 힘을 갖고 싶었던 것"이라며 나쁜 엄마 영순에게서 등을 돌렸다.
방송 말미에는 검사 강호가 법정에 선 모습이 그려졌다. 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건과 관련한 재판으로, 그는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하청업체 대표에게 징역 3년 형을 구형했다. 재판을 마치고 돌아온 검사실 앞에서는 피고인의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남편이 시공사 우벽건설 측으로부터 협박을 당했고, 변호사 역시 그들과 한패라며 강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강호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일이 좀 골치 아프게 됐는데요"라고 보고했고, 해식을 죽게 한 과거 용라건설의 이사이자 현재 우벽그룹의 회장 송우벽과의 심상치 않은 관계를 암시하며 예기치 못한 반전을 안겼다.
'나쁜엄마'는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 팽팽한 긴장감을 더한 전개로 차원이 다른 몰입감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극의 중심에서 서사를 이끄는 주인공 영순의 이야기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나는 행복합니다"를 노래하던 젊은 시절의 영순이 해식을 만나서 행복한 가족을 꾸려가는 모습은 저절로 미소를 자아냈고, 힘없고 가난한 소시민이라는 이유로 무참히 짓밟힌 진실은 함께 울분을 토하게 했다. 해식의 죽음을 극단적 선택으로 꾸민 송우벽은 물론 그와 공조한 오태수의 악행은 소름을 유발하는 동시에, 나쁜 엄마 영순의 변화에 설득력을 높이며 감정 동기화를 일으켰다.
섬세한 연출과 탄탄한 대본을 바탕으로 각자 제 옷을 입은 듯 캐릭터 그 자체로 분한 '믿보배' 군단의 열연은 기대를 확신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애틋함을 넘어 지독하고 처절하기까지 한 모성애를 그리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라미란의 열연은 단연 압권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호흡으로 아들 강호를 완성한 이도현은 임팩트 있는 엔딩으로 다음 이야기를 기대케 했다. 미주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배가한 안은진, 에너지 넘치는 코믹 연기를 펼친 유인수의 활약도 눈부셨다. '악의 축'으로 또 다른 극적 재미를 더한 정웅인과 최무성, '조우리 패밀리'로 뭉쳐 환상의 티키타카를 선보인 김원해, 서이숙, 장원영, 강말금 등이 완벽 그 이상의 시너지를 빚어냈다. 여기에 배세영 작가와의 인연으로 특별출연한 조진웅은 '나쁜엄마'의 서막을 알리며 힘을 더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