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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SBS '악귀'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소가 있다. 악귀에 씐 김태리가 찾아가는 한강다리다.
이러한 폭력은 1958년 장진리에서 염매를 당해 죽임을 당한 여자 아이 '이목단'의 사연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김은희 작가는 SBS가 공개한 1회~4회 코멘터리 영상을 통해, 이러한 악습을 소재로 택한 이유를 직접 밝혔다. "드라마에 나왔던 1958년 당시 기사는 '실제' 기사였다"라는 놀라운 사실과 함께, "가정 폭력과도 비슷한 악습이었다. 실화였기 때문에 쓰면서도 마음이 아파서 기억에 남는다. 그런 가슴 아픈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의도를 전했다. 믿었던 가족과 이웃의 배신에 죽임을 당한 이목단이 악귀라고 확신한 산영이 "나라도 그렇게 복수하고 싶었을 것"이라 분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어 3-4부에선 급전이 필요한 대학생들을 등친 불법사채업자가 등장했다. 인생의 변수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어린 청춘들이 어쩔 수 없이 기댔던 불법 사채. 하지만 겉잡을 수 없이 몇배나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와 사채업자의 협박에 시달리던 대학생들이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수족관을 아지트로 쓴 사채업자는 돈을 빌리러 온 학생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비싼 물고기가 든 어항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 물고기에 옮겨붙은 '자살귀'는 생활고와 취업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춘들의 약한 마음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 "귀신보다 더 무섭고 악한 인간"은 역사적으로도 뿌리 깊은 '인간 말종'인 불법사채업자였다.
이처럼 민속학과 민간 신앙 등, 역사적으로 오랜 세월을 거쳐 한국 사람들이 믿거나 두려워했던 존재들을 2023년의 현실과 절묘하게 결합해 청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고 있는 김은희 작가. 앞으로 산영과 해상(오정세)이 추적중인 악귀 미스터리엔 어떤 거대한 진실과 메시지를 심었을지 기대가 날로 증폭된다.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 '악귀'는 매주 금, 토 밤 10시 SBS에서 방송된다.
사진제공= 스튜디오S, BA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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