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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작품의 규모, 캐릭터의 비중은 중요하지 않다. 46세에 입대설이 불거질 만큼 다작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 오정세의 행보에는 '노력'과 '진심'이라는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
지난 7월 29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악귀'(김은희 극본, 이정림 연출)에서 어머니를 죽인 악귀를 쫓으며 오직 귀신에만 몰두하는 민속학 교수 염해상을 연기한 오정세. 그가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악귀'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에 쏟은 애정을 모두 털어놨다.
특히 '악귀'의 오정세는 김은희 작가가 극본을 맡은 2021년 tvN 드라마 '지리산' 이후 2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춰 기대를 모았다. 오정세는 극 중 어렸을 때부터 귀(鬼)와 신(神)을 볼 수 있었던 인물로, 어릴 적 문을 통해 들어온 악귀가 어머니를 자살하게 만든 순간을 목격 후 악귀를 추적하게 된 민속학 교수를 연기했다. 어느 날 구산영(김태리)을 만나 그토록 찾아다니던 악귀와 재회하게 된 이후 구산영과 함께 악귀의 폭주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 염해상을 연기한 오정세는 캐아일체된 열연으로 매회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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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이어 김은희 작가와 다시 호흡을 맞춘 오정세는 "김은희 작가는 이 작품을 들어가기 전 내게 '정세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했다. 초반 염해상 캐릭터는 설명하는 해설자 느낌이 강해 대사가 일상 톤이 아니었다. 그래서 설명하는 대사 부분이 굉장히 버겁게 다가와 내 방식대로 일상어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마저 충돌이 생기더라. 지금 생각해 보니 염해상은 일상 톤으로 이어가면 안 되는 인물이었다. 해상의 말투를 갖기까지 초반에는 방황한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김은희 작가는 '편하게 해'라고 배려해줬지만 현장에서 결국 대본대로 하게 되더라. 속으로 '또 김은희한테 졌어'라며 인정하게 됐다. 김은희 작가가 설계한 캐릭터가 정확히 맞았다"고 신뢰를 전했다.
'악귀' 초반 김은희 작가의 전작 '지리산'의 흥행 실패로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오정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매 작품 여러 산이 있다. 이 작품도 전작 '지리산'에 대한 부담감, 역할에 대한 부담감, 주연으로서 부담감이 등이 많이 있었다. 그 많은 숙제 중 나한테 가장 큰 숙제는 염해상을 만나는 것이었다. 그게 너무 큰 산이어서 사실 다른 부담이 잘 안 보였다. 전작에 대한 부담감은 한참 뒤 산이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염해상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무속인을 비롯해 민속학자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특히 몇 분의 무속인을 찾아가서 만나면서 염해상 캐릭터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했다. 그렇다고 무속인들에게 '악귀'가 흥행할 수 있는지 물어보지는 않았다"며 "염해상은 귀신을 보는 설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초자연적인 부분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현실 인물처럼 보이길 바랐다. 결국은 똑같은 사람 아닌가? 결국은 사람이구나 정리가 됐다. 각자의 외로움과 공허함이 있는 한 명의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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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 이후 달라진 변화도 털어놨다. 오정세는 "'악귀'를 촬영하면서 인간 오정세로서 달라진 부분도 상당하다. 일단 '악귀'에 임할 때 시청자와 어디까지 선한 마음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또 시청자와 공감이 되는 지점이 반드시 있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가지고 접근했다. 지금 현실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안타까운 사건, 사고를 접하면서 한 사람으로서 기리는 마음이 갖게 됐다"며 "예전에는 안타까운 사건, 사고를 접하면 그저 '안타깝네'라는 마음만 가졌다면 '악귀' 이후에는 조금 더 가까운 마음에서 그들을 위로하는 마음을 보내려고 했다. 예를 들어 사고, 사건이 발생한 장소나 관련된 지점에 가서 마음을 더 주고 오는 순간들이 생겼다. 특정 사건을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혹여 이런 내 마음이 잘못 전달될까 봐 조심스럽기도 해 어떤 사건을 특정해 밝히고 싶지 않다. 다만 내 마음이 조금 더 그곳에 전달되길 바란다. 최근 '악귀' 마지막 모임에서도 일부 장소에 다 같이 가서 마음 드리고 오기도 했다. 내 안에서 '악귀'라는 작품은 장르적 재미를 추구한 것도 있지만 그 안에서 내면의 변화를 많이 경험한 작품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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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는 '악귀'에 대해 '김은희 작가 작품 중 가장 로맨스가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되기도 했다. 이에 오정세는 "개인적으로 김태리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구산영에게 강해상이 그런 틈을 줬다는 게 미안하다. 시청자가 좋게 봐줘서 러브라인으로 느낀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염해상은 정말 외로운 사람이다. 친구도 없는 사람인데 결국 구산영이라는 친구를 만나면서 진정한 친구를 만난 것이다.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이 좋게 러브라인처럼 보인 것 같다. 이성의 감정보다는 해상도 응원하고 싶고 산영도 응원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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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는 김태리, 오정세, 홍경, 진선규, 김해숙, 박지영, 김원해 등이 출연했고 '싸인' '유령' '시그널' '킹덤'의 김은희 작가가 극본을, 'VIP'의 이정림 PD가 연출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프레인TPC,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