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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거장 감독들의 제자를 향한 남다른 내리사랑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봉준호 감독은 신예 유재선 감독의 '잠'에 발로 뛰는 지원사격에 나서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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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이날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각본도 읽었고 가편집본도 봤다. 다 아는 내용인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영화가 정통파 같은 태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시 봐도 재밌다. 트릭이나 잔재주를 부리는 게 전혀 없기 때문에 만드는 태도가 순수하고 담백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며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세계가 사랑하는 거장 박찬욱 감독이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지지를 보냈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또 다른 한국 거장 감독인 봉준호 감독은 신예 유재선 감독의 '잠'에 지지를 보냈다. 유재선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17) 연출팀으로 실력을 쌓은 대표적인 '봉준호 키드'다. 유재선 감독은 2014년 단편 '영상편지', 2018년 단편 '부탁'을 거쳐 올해 '잠'으로 충무로에 입봉했고 봉준호 감독의 제자 답게 첫 장편 데뷔작으로 올해 5월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이름을 올리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유재석 감독 역시 군더더기 없는 명료한 스토리, 그리고 허를 찌르는 블랙 코미디 등 스승 봉준호 감독의 연출에 영향을 받은 연출 스타일로 데뷔작부터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중. 봉준호 감독은 앞서 '잠' 캐스팅 당시 주연을 맡은 정유미, 이선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유재선 감독을 추천, 캐스팅을 물심양면 돕기도 했다. 여기에 제자의 첫 영화에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이자 스마트한 데뷔 영화'라는 감상평을 더하며 예비 관객의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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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감상평에 그치지 않고 유재선 감독과 함께 지난 26일 '잠' GV를 개최, 내리사랑을 실천했다. 특히 이번 GV에서 봉준호 감독은 주인공의 자리를 유재선 감독과 배우 이선균에게 넘김과 동시에 자신은 모더레이터로 참여해 GV 전반을 이끌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도 읽었고 편집본도 봤기 때문에 스토리와 전개를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4분 내내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며 "스토리와 배우들의 힘으로 94분을 숨 막히게 끌고 갈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영화적 힘 자체가 빛나는 영화가 나왔다는 것이 너무 반갑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또한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 신인 감독이 데뷔할 때 여러 허들과 많은 어려움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작지만 단단한, 보석 같은 영화'가 나왔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응원을 보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