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정우성(50)이 돌아왔다.
특히 장르를 넘나들며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연기로 사랑받는 정우성은 '서울의 봄'에서 장태완 소장을 모티브로 한 인물 이태신으로 변신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라에 대한 충성심과 신념을 가진 군인 이태신은 탐욕의 아이콘이자 권력을 위해서는 못 할 것이 없는 권모술수의 대가 전두광(황정민)이 일으킨 군사반란에 맞서는 진압군의 리더다. 전두광과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이태신 그 자체가 된 정우성은 '나라 지키는 군인'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로 '서울의 봄'을 이끌었다.
|
그는 "김성수 감독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고 나와 뗄 수 없는 감독이다. 이 작품을 하긴 할 건데 사실 암담했다. 이태신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더라. 실제로 촬영 때도 이태신이라는 인물을 만들면서 마음적으로 김성수 감독에게 많이 기댔다"고 곱씹었다.
|
그는 "어느 순간부터 연기를 하면서 멋짐을 의식하게 되는데 그 멋짐을 의식하는 순간 멋이 없어진다. '멋있겠다' 의식하는 순간 멋이 다 날아간다. 그래서 이번 이태신 캐릭터도 그냥 그 감정에 충실하면 된다. 그리고 난 뒤 관객이 보고 평가해 주는 것을 느끼면 된다"며 "배우가 '나 스타야'라며 스타성을 의식하고 다니면 그때부터 흔히 '스타병'이고 사람들도 알게 된다. 영화 촬영할 때는 나도 멋짐을 의식하지 않았다. 다만 예외도 있다. 광고 촬영할 때 멋짐을 의식 많이 하게 됐다. 멋진 미소가 필요한 곳이고 다들 멋있다고 난리다. 연기할 때는 의식되는 순간 짧은 연기를 할 때도 미소가 떨리더라. 그래서 더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에 대해서는 "(황정민 형이)부러웠다. 보통 페르소나, 가면이라고 하지 않나? 가면 뒤에 숨을 수 있는 캐릭터였다. 황정민 형의 분장 테스트한 사진을 김성수 감독이 보내줬는데 그 가면을 쓴 정민이 형의 기세가 느껴졌다. 현장에서 민머리 황정민 형의 모습을 보기 싫었다. 보기 싫었는데 자꾸 보게 됐고 저 기세와, 저 불에 어떻게 하면 안 타 죽을지 연구했다. 정말로 제일 많이 관찰하려고 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태신은 고작 흰머리만 몇 가닥 붙이는 정도였다. 전두광은 감정의 폭주이고 더 맹목적일 수 있는 힘이 느껴지는 캐릭터다. 이태신은 군인으로서 본분을 지키려는 인물이다. 자극적 요소의 해법을 찾을 수가 없는 캐릭터다. 그저 반응하고 지켜보고 더 맞는 방향으로서 가는 캐릭터다. 그런 부분에서 느끼는 답답함이 있었다. 안개 속에서 혼자 있는 기분이었다. 안개 속에서 머물러 있으면 안 되니까 계속 가긴 하는데 그게 어느 방향인지도 모르는 상태가 바로 이태신이다"며 김성수 감독은 황정민이 불이라면 내가 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은 투명하고 유연하지 않나? 물을 표현하기 위해 차분함을 느끼려고 했다. 전두광은 개인적 사심의 폭주이기 때문에 더욱 이태신은 이성적으로 대처하려고 했다. 이태신은 한걸음 뒤로 물러서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캐릭터 이름을 떠나 정우성이라는 바다에 황정민이라는 고래가 헤엄치는 느낌을 받았다는 평도 받았다. 이태신은 물처럼 되고 싶었는데 그렇게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고마웠다"고 웃었다.
|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