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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비밀은 없어' 고경표의 멈출 줄 모르는 '혓바닥'이 기어코 시상식에서도 '깽판'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가족들조차 그에겐 안식처가 되지 못했다. 팬들로부터 피신한 본가의 실체는 그가 '강남 출신 금수저'란 소문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아버지 송인수(신정근)와 엄마 나유정(강애심)은 지친 기백을 걱정하면서도 내심 지원받던 생활비 떨어질까 노심초사했고, 철없는 막내 송풍백(이진혁) 역시 용돈 생각뿐이었다. 둘째 송운백(황성빈)은 "연락도 없더니 왜 와서 식구들 눈치 보게 하냐"고 되레 큰소리를 쳤다. 'K-직장인'이자, 'K-장남'인 기백은 숨 막히는 집에서도 도망쳐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 기백을 위로한 이는 바로 예능작가 온우주(강한나)였다. 사실 기백의 난동 덕분에 우주 역시 위기를 맞았다. 피엔이 언어 폭력에 의한 PTSD를 호소하며 하차, 결국 프로그램 폐지를 면치 못한 것. 후배들 밥줄이 걸린 문제라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구질구질하게 매달려봤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상황에도 기백에겐 내심 고마웠다. 피엔이 인기 아이돌이랍시고 막내 스태프들 괴롭히는 거 알면서도, 참으라는 소리밖에 할 수 없었던 우주. 그로 인해 프로그램이 존속됐고, 광고도 붙었기 때문이었다. 우주는 기백에게 "속으론 백 번도 더 때려주고 싶었는데, 나 대신 혓바닥으로 후드려패줬다"는 취중진담을 전했다.
기백은 그날 밤 악몽에 시달렸다. 그는 강남 금수저도 아니었고, 지금 살고 있는 럭셔리한 아파트와 타고 다니는 고급 외제차도 본인 것이 아니었다. 해외 파견 나간 지인 대신 관리해주고 있었던 것. 꿈속에선 본의 아닌 거짓말로 잘난 껍데기를 쓰고 살았던 인생이 만천하에 까발려졌고,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다 가짜!"라는 비난을 받았다.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공포에 휩싸여 눈을 떠보니, 그의 휴대폰엔 정직과 감봉 징계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기백은 그나마 속을 터놓고 지내는 아나운서 선배 윤지후(고규필)의 제안으로 시끄러운 속을 달래려 바닷가로 떠났다. 높은 바위에 올라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보니 하염없이 원망이 밀려왔다. '인내의 아이콘'이라 불릴 만큼, 정말 열심히 산 죄밖에 없었다. 그런 기백 앞에 갑자기 우주가 등판했다. 때마침 현장 답사를 왔던 우주는 안 그래도 자신 때문에 기백이 이상해진 것 같아 신경이 쓰였는데, 신발을 벗어놓고 바위에 오른 기백을 보니 극단적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오해한 것이다. 인생 나락의 원인이 우주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기백은 "눈 앞에서 사라지라"고 소리치며 뒷걸음질쳤고, 우주는 그를 말리려다 발을 헛디뎠다. 두 남녀의 동반 입수 이후에 대한 궁금증이 이어졌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