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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트라 곡에 정열적 춤사위도…27일까지 GS아트센터 공연
1947년 ABT가 세계 최초로 공연한 이 작품은 차이콥스키의 '관현악 모음곡 제3번 G장조'를 바탕으로 한 '미국 발레의 아버지' 발란신의 대표 안무작이다. 러시아 황실 발레의 전통을 품은 고전미와 정교한 테크닉, 대형 군무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명작으로 꼽힌다.
이날 무대에 오른 수석 무용수 캐서린 헐린 등 ABT 소속 무용수들은 가녀리면서도 단단한 몸짓, 힘차고도 유연한 움직임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빠른 회전과 완벽한 균형, 절도 있는 몸짓은 무대 위에서 정제된 아름다움으로 살아났다. 클래식 발레가 지닌 형식미와 품격이 오롯이 담긴 순간이었다.
무대를 가득 채운 클래식 선율과 무용수들의 조화는 마치 '움직이는 음악'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고전 발레의 품격과 세련미가 잘 어우러진 무대에 관객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조연으로 등장한 한국인 발레리나 박선미의 존재감도 빛났다. 2019년 ABT에 입단해 3년 만인 2022년 솔리스트로 초고속 승급한 박선미는 무대에서 안정감 있는 표현력과 기품 있는 연기로 고국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2020년 한국 발레리노 최초로 ABT 수석 무용수에 오른 안주원도 '돈키호테' 파드되(2인무)로 인상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동료 수석 무용수인 크리스틴 셰우첸코와 함께 경쾌하면서도 화려한 작품의 특성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안주원은 공중에서 양다리를 교차하는 고난도 점프 기술과 연속적인 회전, 공중에서 다리를 180도로 벌리는 동작 등으로 큐피드의 화살을 맞아 청년으로 변신한 돈키호테의 탄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2012년 동양인 최초의 ABT 수석 무용수인 서희는 ABT가 1977년 초연한 '나뭇잎은 바래어 가고' 파드되로 최고참의 관록을 과시했다. 비(非)드라마 발레 형식인 이 작품은 20세기 현대 모던 발레의 선구자로 불리는 앤터니 튜더의 대표 작품이다. 4분 남짓한 짧은 공연임에도 서희는 고향을 그리는 여성의 간절함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한국인 무용수가 출연하진 않았지만, 미국의 전설적인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의 음악을 기반으로 창작된 '시나트라 모음곡' 파드되도 관객의 열띤 호응을 이끌었다. 시내트라의 대표적인 히트곡 '마이 웨이'에 맞춰 23년 차 수석 무용수인 헤르만 코르네호가 경쾌하면서도 정열적인 춤사위를 펼치자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러시아 마린스키와 볼쇼이 발레단, 영국 로열 발레단과 함께 세계 3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ABT의 내한 공연은 27일까지 GS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25일 공연부터는 첫날 볼 수 없었던 '변덕스러운 아이들'과 '다락방에서', '라 부티크' 등 ABT의 대표 안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ABT 공연으로 정식 개관한 GS아트센터는 오는 6월 29일까지 총 9편의 '개관 페스티벌' 공연을 올린다. 하반기에는 대관 공연인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7월)와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11월)도 예정돼 있다. GS아트센터는 서울 강서구로 이전한 LG아트센터 옛 공간을 32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객석 1천200석 규모 공연장이다.
hy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