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인터뷰] "女서사 대단해? 너무 자존심 상하잖아"…이혜영, '파과' 도전의 이유(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5-04-28 15:29


[SC인터뷰] "女서사 대단해? 너무 자존심 상하잖아"…이혜영, '파과'…
사진=NEW, 수필름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레전드는 역시 레전드다. 한계 없는 레전드 배우 이혜영(63)이 스크린에서 날아 올랐다.

액션 영화 '파과'(민규동 감독, 수필름 제작)에서 모든 킬러들이 추앙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전설의 킬러 조각을 연기한 이혜영. 그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파과'의 출연 과정부터 조각을 쫓는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 역의 김성철과의 호흡까지 모두 털어놨다.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신성방역에서 40년간 활동 중인 레전드 킬러와 그를 쫓는 미스터리한 킬러의 숨 막히는 핏빛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 소설에서 가장 강렬한 여성 서사라는 호평을 이끈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특히 '파과'는 올해 만 63세 '중견 배우' 이혜영이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진 킬러로 변신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60대 킬러라는 유례없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신선한 액션과 여운을 남긴 매혹적인 서사를 다룬 '파과'의 주인공으로 일당백 활약을 펼쳤다.

이혜영이 극 중 연기한 조각은 40여년간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방역하며 킬러들 사이에서 '대모'라 불릴 정도로 전설로 추앙받는 레전드 킬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차 한물간 취급을 받고 여기에 갑자기 자신을 쫓는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가 나타나면서 생애 마지막 방역을 준비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혜영은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고 검술, 총술, 와이어, 그리고 맨몸 액션까지 액션 종합선물세트를 완벽히 소화하며 '파과' 속 조각으로 대체 불가한 열연을 펼쳤다.


[SC인터뷰] "女서사 대단해? 너무 자존심 상하잖아"…이혜영, '파과'…
이날 이혜영은 "이 작품은 소설을 먼저 봤다. 소설을 봤을 때 드는 생각은 남들에게 전설로 불리게 된, 남들이 그렇게 믿게 된 그녀의 수수께끼 같은 힘과 원천은 무엇인지 궁금했고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이 영화가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아무래도 킬러 연기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그림이 안 그려졌는데 민규동 감독이 영화로 만든다고 해서 믿어보게 됐다, 보통 흔히 액션 영화에서 보는 무드가 떠오르지 않아 궁금했다"며 "막상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 너무 두려웠고 촬영 내내 불안했다.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동안은 주로 홍상수 감독과 작품을 했는데 민규동 감독의 프로세스가 낯설었고 굉장히 타이트하게 느껴졌다. 민규동 감독은 콘티가 완전히 강철처럼 완벽했다. 그 사이에서 정해진 프레임 안에 기술적으로 연기하면서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여러 가지 주문이 쉽지 않아 불안했다. 완성된 영화를 본 뒤 '민 감독이 다 생각이 있었구나' 싶었다. 맨날 불평 불만 했던 내 자신이 미안했다"고 웃었다.

충무로에서는 쉽지 않은 60대 여성 서사를 이끈 이혜영에 대한 평가도 남다르다. 이에 이혜영은 "일단 이러한 이야기를 만들어준 원작자 구병모 작가에 감사하다. 그리고 이러한 인물에 관심 가진 민규동 감독에도 감사하다. 다만 연기자로서는 여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 인간일 뿐이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그 어떤 것보다 캐릭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여성 서사라고 하는데 '여성 서사'라는 틀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물론 내가 배우를 처음 하던 시절에는 여배우는 남자의 상대적 역할을 할 뿐이었다. 주로 멜로물이었고 멜로에 적합하지 않는 여배우는 밀려난다. 코믹한 이미지로 가거나 센 여자로 그려져 있다. 나 역시 그런 의미로 본진에서 밀려나 있던 것은 맞다. 그렇지만 지금은 조금 독립적이고 상대적 여성이 아니더라도 할 만한 롤이 많아지긴 했다. 비단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걸 내가 기뻐해야 할까 싶기도 하다. 자존심 상하지 않나?"라며 "나는 상대역이 없는 배우 중에 하나였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이나 내가 살아남은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강한 여성, 독립적인 여성 이미지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 남았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여배우라고 생각 안 한다. 나는 한 인간이다. 이미 여자라고 이름이 지어지면 그때부터 선입견이다. 그래서 이 작품도 '여성 서사'라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SC인터뷰] "女서사 대단해? 너무 자존심 상하잖아"…이혜영, '파과'…
사진=NEW, 수필름

총술, 검술, 맨몸 액션은 물론 와이어 액션까지 소화해야 했던 이혜영의 고군분투도 눈물겹다. 이혜영은 "'파과'는 내가 '우리집'이라는 드라마를 출연하는 중에 출연이 결정됐다. 드라마 끝나고 열흘도 안 돼 촬영이 들어가 몸을 만들 시간도 없었다. 다행인 건 민규동 감독은 자연스럽게 보이길 원했다. 정말 노쇠한 듯한 몸에서 에너지가 나오길 바랐다. 그래서 액션 배우로서 몸을 만들어서 해본 적이 없다. 그래도 나중에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훈련을 좀 해야 하지 않았나 나중에 생각하게 됐다. 내게 '파과'의 키워드는 감정과 기술 사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액션을 하면서 많이 다쳤다. 첫 촬영이 이태원에서 구덩이에 빠지는 액션이었는데 그걸 촬영하면서 갈비뼈가 나갔다. 이태원 촬영이 2박 3일 안에 끝나야 했는데 그래서 참고 하다가 갈비뼈가 하나 더 나갔다. 이걸 하면서 몸은 망가지고 영화가 제대로 안 나오면 어쩌지 불안함과 고독이 밀려왔다. 이 작품을 촬영하면서 부상을 계속 입었다. 조깅하는 장면만 촬영해도 발목 부상을 입었다. 무슨 장면을 찍어도 다 병원을 가야 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날도 더웠는데 내복을 입고 보호대를 찼다. 붕대를 한 몸에 내복을 입고 다시 그 위에 보호 장치를 하니까 연기에 몰입하는 모든 게 방해됐다.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었고 감정과 기술의 경계에서 연기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민 감독에게 배운 게 많다. 지금까지는 연기를 내 맘대로 했다. 한편으로는 올드한 연기일 수 있다. 감정이 올라올 때까지 상대가 기다려 줬다. 드라마를 할 때 가만히 생각하니 모든 연출이 날 많이 봐준 것 같다. 갑자기 내가 바꾼다고 하면 연출들이 내 말을 다 들어줬다. 그런데 민 감독은 안 들어줬다. '콘티 안 읽어봤나?' '100여명의 스태프가 다 기다리고 있다'고 혼나기도 했다. 민 감독 만나고 완전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SC인터뷰] "女서사 대단해? 너무 자존심 상하잖아"…이혜영, '파과'…
조각과 날선 대립각을 펼쳐야 했던 투우 역의 후배 김성철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혜영은 "김성철은 조각과 투우의 관계를 만들어 내는 힘이 있더라. 신인이고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임에도 저돌적인 면모가 느껴졌다. 그래서 오히려 더 청순함이 느껴졌고 용감함도 보였다. 조각과 관계는 내가 특별히 연기를 해서가 아니라 김성철이 만든 그림이다"며 "어린 친구인데 그 순결함이 느껴진다. 뷰티풀한 열정이 느껴진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클지 모르겠지만 지금 딱 김성철이 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준 것 같다. 모처럼 그런 상대 남자 배우를 만나서 영광이다. 조각이 매력적이고 섹스어필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건 전부 김성철이 만든 것이다"고 극찬했다.


[SC인터뷰] "女서사 대단해? 너무 자존심 상하잖아"…이혜영, '파과'…
사진=NEW, 수필름
'파과'는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그리고 김무열, 신시아 등이 출연했고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 '간신' '허스토리'를 연출한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30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