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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어떻게 망가졌는가
광역시로 중부지방을 대표하는 도시 대전은 많은 사람이 경유지로 지나치는 바쁜 도시이기도 하다. 사통오달로 교통망이 발달한 도시답게, 사람들은 어디에 가는 길에 잠시 들르거나, 유명한 빵집에 가려고 대전을 방문한다.
대전은 예로부터 여러 사람이 드나들면서 상업이 발달했고, 건물들도 많이 지어졌다. 책 '서울 건축 여행'으로 주목받은 저자가 이번에는 대전으로 발길을 옮겨 근현대 건축물 속에 담긴 시간의 의미를 탐색한다. 그는 두꺼운 책을 꼼꼼히 읽는 성실한 독자처럼, 대전이라는 도시 곳곳을 부지런히 살핀다.
"근현대 건축물을 찾아가서 관찰하면서 만나보지 못한 인물을 떠올리고, 장면을 상상하는 이 시간. 편안한 의자, 알맞은 조명, 적절한 음악과 함께 책장을 넘기는 독서 시간처럼 완전히 다른 시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이런 의미에서 건축 여행은 적극적인 독서다."
저자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빵집 성심당 앞 대흥동성당에서 12시와 18시에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어보고, 대전 형무소 망루에 올라가선 도시전망대와 형무소 망루의 차이를 생각해본다. 옛 충남도지사 관사에 설치된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선 권력의 힘을 온몸으로 느껴보기도 한다.
저자는 대전과 청주, 공주, 옥천을 걸으며 발굴한 38곳의 건축물을 중심으로 도시가 지나온 시간을 되짚는다.
파이퍼프레스. 464쪽.
▲ 지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아이작 유엔 지음. 성소희 옮김.
작가인 저자는 진화생물학, 분류학, 생태학 같은 과학적 기반 위에 서정적 언어와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나무늘보, 삼엽충, 지의류, 플라나리아 등 그간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생명체들을 조명한다.
책을 관통하는 건 느림과 전복(顚覆)의 이미지다. 나무늘보처럼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는 시선, 잘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나 곤충의 자리에서 바라본 세상은 우리의 감각을 낯설게 한다. 저자는 가끔은 그 낯섦이야말로, 우리가 진짜 세계와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알레. 336쪽.
▲ 대한민국은 어떻게 망가졌는가 = 박현 지음.
일간지 기자인 저자가 윤석열 정권 출범에서 몰락까지 3년의 세월을 21개 사건으로 살펴봤다. 저자는 이들 사건이 '윤석열 정권의 무능·무법·무례가 초래한 한국 사회의 퇴보'라는 거대한 인과관계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지난 3년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경제가 퇴보했다고 진단한 저자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시민의 집을 재건하는 일이 그동안 허물어지고 새는 곳을 꼼꼼히 돌아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해문집. 270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