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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정재(53)가 '오징어 게임'의 결말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언급했다.
이정재는 지난 5년간 성기훈으로 살아왔다. '오징어 게임'의 상징이 되는 인물인 성기훈으로서 게임 안에 존재했고, 강렬한 최후를 맞으면서 시리즈의 종결을 알리기도 했다. 이정재는 "항상 작품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초반에는 캐릭터를 잡기가 어렵고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그럴 때는 되게 힘들다.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나가고 캐릭터에 익숙해지고, 작품에 내가 빠져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부터는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항상 끝회 정도 촬영 분량에 와서는 '촬영을 좀 더 오래 하면 좋겠다, 4부에서 6부는 더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2편이 나와서 캐릭터가 연속성을 가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게 시원하다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고, '이렇게 끝인가'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의 시즌3에서는 이정재가 연기하는 성기훈이 222번 준희(조유리)의 아이를 살리고 자신이 죽는 방향을 택하는 충격적 엔딩이 그려졌다. 시청자들도 충격을 받았지만, 그동안 열심히 구축해왔던 캐릭터의 최후를 지켜본 이정재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정재는 "작가 겸 연출자의 의도가 분명히 보였다. 이전 시즌이 워낙 큰 성공을 했기 때문에 원래는 '이게 언제 끝나는 거지?' 할 정도로 시즌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잖나. 그러면서 몇 년을 더 프로젝트를 끌고가고 프랜차이즈 프로젝트로 진행이 되게 되는데, 그런 성공을 누리는 것보다도 작품의 완결성을 위해 이런 선택을 한다는 용기에 놀랐다. 이 사람은 자신의 성공보다, 물질적인 일에 연장선보다는 작품성에 더 집중하고 애정을 갖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황동혁 감독의 선택에 대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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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정재는 "시즌4는 없다"는 황동혁 감독의 강력한 의지에 놀랐다면서 "저는 드라마도 찍고 왔다갔다 하는 편인데, 황동혁 감독님은 영화만 찍으셨던 분이잖나. 영화에는 엔딩이 항상 중요하다. 엔딩에서 관객들이 느껴야 하는 감정들이 더 증폭돼야 하고 연결감이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재미와 메시지를 딱 마무리지어야 하는 부분이 있기에 영화를 하는 사람들은 기승전결을 통과한 마지막 엔딩을 어마어마하게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런 측면에서 본인이 생각한 큰 프로젝트의 엔딩을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싶다. 그런 생각은 제가 묻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아는 것이고, '그런 엔딩'으로 작가가 하고 싶어하는 열망이 이 정도로 강렬한가를 느꼈다. 저도 그런 엔딩인지 몰랐고, 저도 놀랐다"고 말했다.
'그런 엔딩'에 도달하기 위한 이정재의 노력도 상당했다. 황동혁 감독은 촬영하는 1년 내내 이정재가 채소만 먹으며 체중 감량을 했다는 '미담'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정재는 "감독님도 '오징어 게임'을 사랑해주는 팬들을 생각하며 글을 썼을 것이고, 찍었을 것이고, 저도 사실은 이렇게 큰 지지와 사랑을 받은 적이 없었기에 그 부분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해보고 싶었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무엇이든 하려고 했었는데, 그 '무엇' 중의 하나가 외형적 변화를 조금이라도 보여드리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즐거운 회식도 마다하고, 점심시간에 같이 식사를 하지도 못했다. 식당에서 식사를 준비해주시는 분께 그날 반찬 나오는 것 중에 채소가 있다면 그것만 좀 쪄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러면 도시락 용기에 세끼를 싸주신다. 그걸 점심 때 받아서 하나를 먹고, 저녁에 하나를 먹고, 그 다음에는 숙소로 가져가서 다음 날 아침에 하나를 먹었다. 중반부터는 세 개를 두 개로 줄였고, 마지막에는 하나로 줄였다. 마지막 신을 찍는 두 달 전부터는 하나를 세 끼로 나눠 먹었다. 그러면서 10kg 정도를 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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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향으로 이정재는 국내를 넘어 할리우드에서도 다양한 제안을 받는 배우로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이미 디즈니+와는 '애콜라이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정재는 "(해외에서도) 제안은 많이 받고 있다. 그런데 아직 결정할 단계는 아니다. 제안받는 것 중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물론 있지만, '헌트' 이후 '감독 이정재'를 기다리는 팬들 역시 상당한 상황. 이정재는 "글도 많이 쓰고, 연출도 준비하고 있다. 사실은 시나리오는 이미 끝내서 준비를 하는 중이다. 제가 연출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아이디어를 내서 작가분과 제작하는 작품도 있다. 뭐가 먼저 촬영에 들어가게 될지는 지금 찍고 있는 '얄미운 사랑'을 잘 마무리하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현재는 진행이 꽤 된 상황"이라고 밝혀 '오징어 게임'의 성기훈 이후 이정재의 삶에도 궁금증을 높였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