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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 시선 교차하며 호흡…묵직한 타건에 객석 기립박수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악장. 1악장보다 한층 느려진 음들을 제자 임윤찬이 강한 타건(打鍵)에 실어 보낼 때 스승 손민수는 부드럽고 속삭이듯 음들을 어루만졌다. 두 대의 피아노 앞에 선 스승과 제자는 그렇게 대화하며 음을 쌓아나갔다.
지난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 공연은 서로 다른 두 피아니스트의 열정적인 하모니로 가득 찬 듀오 리사이틀이었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한국을 대표하는 두 피아니스트로 스승과 제자 사이다. 서로를 존경하는 두 연주자가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공연은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무곡',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두 대의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해 구성됐다. 세 곡 모두 두 대의 피아노 버전 외에 다른 악기 구성의 버전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같은 곡의 다른 소리를 비교하는 것도 관전 요소 중 하나였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피아노의 소리와 매력을 극대화하는 연주를 보여줬다. 브람스의 피아노 5중주에서 노래하듯 애절한 현악대신 피아노의 묵직한 소리가 공연장을 채웠다. 브람스의 곡과 라흐마니노프 곡의 피날레 부분에서는 두 대의 피아노가 교차하며 소리를 고조시킴으로써 관현악 못지않은 역동적이고 풍성한 소리로 관객을 압도했다.
작곡가 이하느리가 편곡한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모음곡'은 피아노의 다채로운 소리를 실험하는 듯했다. '장미의 기사 모음곡'은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 중 주요 장면을 발췌한 관현악 모음곡으로 여러 색채를 지닌 곡으로 평가된다. 이하느리가 편곡한 곡에서도 피아노는 격정, 환희, 위태로운 분위기 등으로 전환하며 다양한 모습을 띠었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둘 간의 호흡을 놓치지 않았다. 곡을 시작할 때와 끝마칠 때, 합주해나갈 때 계속해 서로를 바라보며 호흡을 맞춰갔다. 그러면서도 각자의 개성은 도드라졌다. 임윤찬이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며 연주를 해나가는 동안 스손민수는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연주를 이어갔다. 그런 스승마저 절정의 순간에는 뛰어오르듯 몸을 써가며 제자와 폭발적인 고조를 빚어냈다. 스승과 제자가 '따로 또 같이' 그려낸 뜨거운 하모니였다.
관객들은 연주가 끝나자 기립 박수로 두 연주자에 찬사를 보냈다. 스승과 제자는 손을 맞잡은 채 관객에게 인사하며 화답했다. 앙코르곡으로는 이하느리가 편곡한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모음곡' 중 '퀵 왈츠'(Quick Waltz)를 들려줬다.
듀오 리사이틀은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 차례 더 열린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이후 스위스 베르비에에서 열리는 '2025 베르비에 페스티벌' 무대에 같이 선다.
encounter24@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