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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여년에 걸친 방대하고 심원한 철학사를 73개 장(챕터)으로 정리했다. 주로 파르메니데스, 플라톤과 같은 인물 중심으로 살펴보지만, 프래그머티즘, 해석학, 페미니즘처럼 철학 운동을 조명하기도 한다.
대중과 호흡하는 철학을 피력한 저자답게, 방대하고 심원한 내용을 어렵지 않게 설명해 나간다. 철학 입문서 격인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철학의 핵심은 이성과 논증이다. 그러나 이성이 철학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이성을 앞세운 건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들어와서였다. 그 전에 철학은 신비주의, 오컬트, 마법, 마술, 연금술, 점성술 등과 함께 했다.
"서양에서 철학은 거의 언제나 오컬트와 함께했습니다. 그러다가 18세기 계몽주의가 오컬트를 미신으로 낙인찍어 학문에서 추방되었습니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살아남아 지금에 이르게 됩니다."
저자는 이처럼 철학이 오랜 세월 동안 신학, 과학, 신비주의 등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돼 왔다면서 철학이 논리 체계만이 아니라 인간이 진리에 다가가기 위해 사용해 온 모든 지적 도구의 총합이라고 설명한다.
열린책들. 656쪽.
▲ 새로운 끝으로 = 최원영 지음.
시작은 좋았다. 재벌 2세로 태어난 그는 30대 중반까지 사업가로 살았다. '객석'과 '시사저널'을 창간해 언론의 길을 걸었다. 예원학교와 경원학원을 운영하며 교육자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부를 지키는 건 확장하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젊은 그때는 몰랐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의 부도를 막으려다 죄를 저질렀고, 검찰 수사가 조여오자 미국으로 출국해 오랜 세월 숨어지냈다.
그는 출국 14년 만에 자진 귀국했다. 재판을 거쳐 몇 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옥중에선 글을 썼다. 동아그룹 최원석 전 회장의 동생 최원영 전 예음그룹 회장 얘기다.
노년에 이른 저자가 삶을 되돌아봤다. 재벌 2세로 태어나 도피와 수감생활을 한 곡절 많은 인생을 책에 풀어 놓았다. 김훈 작가, 스티븐 호킹, 윤이상 작곡가 등 그가 직접 만나 인터뷰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바둑과 골프의 공통점' 등 직접 쓴 에세이도 담았다.
조윤커뮤니케이션. 424쪽.
▲ 위대한 패배자 =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지구는 좌절의 별이다. 불운이 겹치고, 운명에 할퀴고, 로또 복권은 번번이 비켜 가고, 이 사람에 속고 저 사람에 넘어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진실을 담았지만 아름다운 이런 책의 첫 문장을 읽고 나면 독자들은 항복을 외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열 일을 제치고 곧 책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독일 언론인이자 문화사 전문가인 슈나이더는 '위대한 패배자'로 큰 명성을 얻었다. 역사 속에서, 문학 작품 속에서, 실패한 인물들의 스러져가는 삶을 조명해 주목받았던 이 책 말이다.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왔다. 본문을 전반적으로 다듬으면서 낡은 표현을 바꾸고 불분명했던 부분을 보완했으며, 각주를 더하고, 도판 일부를 교체·추가했다.
눈부신 재능을 가진 사람들조차 마음먹은 대로 살지 못하는 게 삶이라는 걸, 저자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조용히 보여준다.
을유문화사. 472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