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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계 '제리 브룩하이머' 원동연(61)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가 신작 액션 판타지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김병우 감독, 리얼라이즈픽쳐스 제작)에 대한 논란에 진정성으로 마주했다.
원 대표는 2006년 김용화 감독의 '미녀는 괴로워'를 시작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12, 추창민 감독) '신과함께-죄와 벌'(16, 김용화 감독) '신과함께-인과 연'(17, 김용화 감독) 등 무려 3편의 1000만 돌파 작품, 한국 영화 시리즈 최초 쌍천만 기록을 세운 스타 제작자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히트 메이커인 그가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든 차기작은 영화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전지적 독자 시점'이다. 한국판 이세계물의 신기원을 연 부부 작가팀 싱숑의 글로벌 메가 히트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을 영화화했다.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가 소설의 주인공이 되면서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의 이야기를 다시 고쳐 써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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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많은 사랑을 받은 괴물급 슈퍼 IP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원작 팬들로부터 일찌감치 '가상 캐스팅'이 만들어질 정도로 영화, 드라마화에 대한 니즈가 컸다. 하지만 워낙 원작 팬의 기대치가 높고 영상화하기엔 방대하고 어려운 판타지 세계관 때문에 제작자들이 선뜻 도전하기 힘든 위험한 황금알이기도 했다.
이러한 '전지적 독자 시점'을 과감히 제작에 나선 주인공은 '신과함께' 영화화에 성공한 원 대표였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신과함께'는 1편과 2편 모두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히트 시리즈 역사를 썼다. 당시만 해도 흥행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감히 1편, 2편 동시 제작 및 촬영에 나서며 영화 제작 업계 파란을 일으킨 원 대표는 보란 듯이 '신과함께'를 성공 궤도에 올렸고 그렇게 쌓은 제작 노하우를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확장해 한국식 프랜차이즈 영화 신드롬을 이어갔다.
원 대표는 "솔직하게 '신과함께'를 끝낸 뒤 너무 힘들더라. 예산도 워낙 많이 든 블록버스터였고 영화를 개봉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려 제작자로서 심적으로 부담이 컸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감과 부를 준 고마운 작품이지만 정말 힘들었다. 내가 아이를 낳아보지 않았지만 아내의 표현처럼 거의 '출산의 고통'을 느낀 기분이었다. 오죽하면 개봉이 마무리되고 나니 지긋지긋하기까지 하더라. 그래서 다음 작품은 소프트하고 가벼운,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한 작품을 하려고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마침 그때 친한 후배 제작자가 작품 하나를 제안했는데 그 작품이 '전지적 독자 시점'이었다. 이 작품을 건네면서 '한국에서 보기 힘든 회귀물, 성좌물'이라는 설명을 더했다. 역시나 작품을 읽어보니 '이런 작품이 우리나라에 있었나' 싶었다. 독보적이었고 정말 흔치 않은 대작이었다. 이야기, 서사 뭐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큰 작품을 안 하겠다 선언했는데 본능적으로 끌리더라. 미친 듯이 이 작품에 매료됐고 그때부터 '전지적 독자 시점'을 파고 또 팠다. '이 원작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뿐이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안 하면 다른 제작자가 할 것 같은 불안감도 있었다"고 원작에 대한 첫인상을 털어놨다.
원 대표는 '전지적 독자 시점'의 적임자였다. 그리고 그의 자신감에는 VFX(시각특수효과) 기업 M83과 자회사 모더헤드가 있었다. '신과함께'를 함께했던 스태프들이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도 합을 맞춰 상상 속 판타지 세계관을 시각화하는 데 공을 세웠다. 원 대표는 "'신과함께'를 했을 때부터 VFX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고 그때 함께한 스태프가 '전지적 독자 시점'에도 도움을 줬다. 슈퍼바이저가 뼈와 혼을 갈아 넣겠다고 했다. 조금의 불안함도 그들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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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전지적 독자 시점' 개봉을 앞두고 내가 본의 아니게 '국가대표'가 되어 버렸다. 영화인이기도 하지만 상업영화를 제작하는 프로듀서로서 수익 창출이 중요한 과제다. '신과함께' 때는 워낙 영화 시장이 호황이었고 두 편을 동시에 찍어도 불안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2년간 블록버스터 작품이 원하는 성적을 못 내고 퇴장했다. 재작년엔 '그래도 잘 될 거야'라는 기대가 조금이나마 있어 이따금 블록버스터가 만들어졌는데 올해엔 진짜 전멸했다. 자본은 의미를 따지지 않는다. 돈은 한국 영화 부활에 관심이 없다. 그저 한국 영화가 돈이 된다는 원초적인 부분으로만 관심을 둔다. 그래서 우리가 증명해야 한다. '한국 영화는 아직 섹시하다' '겁먹지 말고 한국 영화에 투자해도 된다'라는 걸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보여주고 싶다. 심오한 아트버스터 영화도 좋지만 일단 영화 시장에 자본이 돌아야 한다. 지금 한창 성장 중인 후배 영화인들이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나와 같은 선배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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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원 대표는 "처음 '전지적 독자 시점'이 영화화가 된다는 발표를 했을 때 원작 팬들이 지금과 달리 기대를 많이 해줬다. 지금처럼 날 선 반응은 아니었는데, 일단은 비난하더라도 영화를 보고 비난을 해주십사 바랄 뿐이다. 원작 팬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원작을 본 수많은 독자야말로 김독자 그 자체다. 자신의 추억과 청춘을 쏟은 작품 아닌가? 당연히 영화화가 됐을 때 만족을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 김독자가 말했듯 '최악이다'라는 말을 할 수도 있다. 나는 그런 많은 김독자의 평가를 다 듣고 수용할 수 있다. '신과함께' 때도 진기한을 없애 엄청 욕을 먹었다. 이쯤 되면 영생의 길을 걷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며 "그런데 나는 일단 원작을 영화화할 때 등장인물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원작에 등장하는 수많은 등장인물은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존재한다. 관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등장인물보다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을 보면 이지혜의 활약이 후반에 등장한다. 확실한 포인트가 있는 독립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고 결정적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무기로 총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멸망한 세상을 다뤘다. 과거보다는 현대 시점의 배경인데 이지혜가 활을 쓸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무기로 활보다 총이 더 보편성이 있지 않나? 배우가 활을 쏘며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리고 해외 관객을 염두에 뒀을 때도 활보다 총이 설득하는데 좀 더 수월한 부분이 있다"며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원작을 본 팬과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 모두를 설득해야 한다. 실제로 '신과함께' 때도 1400만 관객 중 10% 정도만 원작을 본 관객이었고 나머지는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이었는데 아마 '전지적 독자 시점'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2시간이라는 한정적인 러닝타임에 배후성을 다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선택과 집중을 해서 지금의 '전지적 독자 시점'이 완성됐다"고 이해를 구했다.
만족도에 대해 "난 내 모든 작품이 다 좋다. 단 한 작품도 마음에 안 든 작품이 없고 모두 자랑스럽다. 누군가는 내게 '넌 네가 한 밥이 그렇게 맛있냐?'고 놀리던데 난 내가 한 밥이 제일 맛있다. 그게 제작자의 소양인 것 같다"며 "영화는 삶의 의미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좋은 콘텐츠다. 영화를 통해 장황한 메시지와 의미를 남길 수 있겠지만 그보다 사느라 팍팍한 우리네 인생에 2시간 만이라도 근심과 걱정을 다 잊고 좀 쉬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연대와 협력이 주요 메시지고 즐길 거리가 많은 오락 무비다. 관객이 무더운 여름 시원한 극장에 와서 가볍게 즐기다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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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