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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레전드 마라토너 이봉주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난치병으로 인해 지옥 같았던 4년 간의 투병 생활을 모두 이겨내고 두 발로 다시 뛰었다
유재석은 "건강하게 뵙게 돼서 너무 반갑다"며 "저도 뉴스를 통해 봤습니다만 요즘은 괜찮냐"라 물었다. 이봉주는 "보시다시피 잘 걸어다니고 조금씩 뛰기도 한다. 주변에서 안부 많이 물어본다. 만나서 물어보는 게 '건강이 어떠냐'다"라 답했다. 이어 "어떤 사람들은 제가 죽은 줄 알더라. 가짜뉴스로 사망설이 돌았다"라 했다.
4년 간 투병 끝에 이봉주는 다시 일어섰다. 유재석과 조세호는 이봉주를 반갑게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이봉주는 MBC '무한도전'의 '못친소' 때 입었던 의상을 그대로 입고 오기도 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황영조 선수가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이봉주가 기대와 주목을 받았다. 유재석은 "이 당시가 기억이 난다. 코스 3분의 2 정도가 남았을 때 세 선수가 엎치락 뒤치락 했다"라 언급했고 이봉주는 "35km가 제일 힘든 구간이다. 에너지가 다 소비된다. 선수들이 다 떨어져나가고 남는 사람만 남는 거다. 세 명이 남았다. 운동장 앞까지 예측이 안되는 상황이었다"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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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봉주의 어머니는 꽹과리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좋아했다. 동네 잔치도 열렸다. 이봉주는 "그런 마음으로 어머니가 좋아하셨다"며 미소 지었다.
세계 4대 마라톤인 보스턴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이봉주는 견제 없는 독주로 1위를 차지했다. '아프리카 킬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유재석은 "대한민국은 이봉주 선수가 우승하면서 51년 만에 대한민국 세 번째 챔피언이 되셨다. 2001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 후 금의환향하셨다. 공항에서 카퍼레이드도 했다"라고 회상했다.
40세에 41번째 마라톤 완주를 하고 은퇴한 이봉주는 "기분이 시원 섭섭하더라. 그간 뛰었던 수많은 대회 생각과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라 했다. 아내는 "남편이 은퇴하던 날 눈물이 많이 났다. 결혼하고 나서 매일 1년 내내 새벽 4시 40분만 되면 나간다. 겨울에 살이 에일 정도로 추운데도 나가면 마음이 아프다"고 속상해 했다.
마라톤에서는 30km가 넘으면 데드포인트라고 가장 힘든 구간이라 불렀다. 이봉주는 4년 전 방송 촬영 중 갑자기 타이어를 끌다 이상 증세가 왔다.
이봉주는 "배가 제 의지와 상관없이 뛰더라. 조금씩 안좋아지다가 걷잡을 수 없 게 됐다. 똑바로 눕지도 못하고 계속 허리가 굽어지고 복부는 경련 수축이 반복됐다"고 털어놓았다.
아내는 "저도 놀랐다. 유명한 대학병원, 한의원은 수도 없이 찾아갔다. 19개월간 열심히 병원에 다녔는데 상태가 더 나빠졌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어서 약만 처방해주고 침 맞고, 스포츠 마사지도 받아봤다. PT를 받아보려고 해도 경련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목이 조여가서 음식을 삼키기도 어려워 했다. 숨 쉬는 것도 힘들어할 지경이었다. 24시간 잠을 못 잤다. 정말 마음이 아팠는데 수술도 해보고 모든 걸 다 해봤다"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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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는 "이런 병이 왜 나한테 왔을까 했다. 그래서 결국 수술까지 감행했다. 아내는 반대했다. 평생 후회할 거라고 강하게 반대 했는데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병원에서 수술하면 7~80%는 좋아질거라 했는데 아내는 안믿었다. 결국 혼자 결정으로 수술을 했는데 더 안좋아졌다. 목이 더 꺾였다. 집에 가니까 아내는 '거봐라 수술 문제가 아니다'라 하더라. '앞으론 당신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했다"라 밝혔다.
아내는 "마지막으로 수술까지 다 해봤는데 더 나빠져서 이제까지 한 건 다 아니다 싶었다. 그냥 우리가 하자 하고 병원에서는 상태 체크만 하고 제가 제철 식재료로 식단을 짜고 해줬다. 처음엔 음식을 못 먹으니까 다 갈아서 줬다. 잠을 못자니까 환경을 만들어주고 식단도 연구했다"라 전했다.
그렇게 2년 반 동안 자기 치료한 끝에 증상이 사라졌다고. 아내는 "남편의 부교감 신경을 올려줄 수 있는 게 뭘까 해서 의료 서적들을 막 찾았다. 매일 배와 목을 마사지 하다보니까 조금씩 몸이 부드러워지는 걸 본인이 느끼더라. 조금씩 잠도 잤다"라며 희망을 이야기 했다.
이봉주는 "4년 동안 지옥에 갔다 온 것 같다"며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산에도 다니고 조금씩 걸었다"고 했다. 2024년 4월 황영조 마라톤 대회에서 이봉주는 기적처럼 다시 두 발로 뛰기 시작했다. 아내와 아들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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