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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A는 관련 언급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고 답했다.
② B는 "두 사람 간 일체의 부조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B는 "두 사람 사이에 부조리가 일절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③ C는 "수사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범죄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 C는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 일체를 범죄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④ D는 "일체의 피의사실을 공표한 일이 없다"고 확인했다.
→ D는 "피의사실을 공표한 일이 일절 없다"고 확인했다.
⑤ E는 제기된 일체의 혐의를 부인/인정/자백했다.
→ E는 제기된 혐의 일체를 부인/인정/자백했다.
언론기사문에서 찾은 [일체의ˇ명사] 꼴 쓰임입니다. 말법을 정면으로 거스른다고야 보기 어렵지만 부자연스럽게 읽힙니다. 화살표 이하 예처럼 바꿔써 봅니다. 일체의 남용을 경계하고자 함입니다.
일체(一切), 이 한자가 문제입니다. 모두 체와 끊을 절, 둘로 읽히는 '切' 말입니다. 어느 때 일체이고 어느 때 일절인지 헷갈립니다. 구별하려면 말뜻을 아는 게 우선입니다. 일체는 첫째 뜻이 [모든 것]입니다. 명사(이름씨)입니다. 여기에 -로를 붙여 '일체로' 꼴로도 써서 [전부]나 [완전히]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그는 내게 권한을 일체로 맡겼다" 합니다. 그 자체로 [모든 것을 다]라고 하는 뜻의 부사(어찌씨)로도 쓰입니다. "스님은 식사를 일체 거부하고 안거 중이다" 합니다. '모두, 전부, 모조리, 몽땅, 다'와 유사한 어감입니다.
일절은 주로 부정문과 다니는 부사입니다. 그렇지 않을 때도 있기에 "주로"라는 수식어를 반드시 둡니다. 조사가 붙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일체와 차이를 보입니다. 아주, 전혀, 절대로의 뜻으로, 흔히 행위를 그치게 하거나 어떤 일을 하지 않을 때 쓰는 말이라는 게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입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부인하거나 금지하는 말과 어울려 아주, 도무지, 전혀, 절대로의 뜻으로 쓰는 말이라고 정의합니다. 없다/않다/말다 등이 들어간 부정문이 아닌데도 일절이 쓰이는 경우는 이렇습니다. 흡연이 일절 금지되어 있다 / 출입을 일절 금하다 / 발길을 일절 끊다. 그렇다고 '안주 일절'까진 아닙니다. '모든 안주'를 뜻하려면 '안주 일체' 합니다. 일체와 일절을 종합합니다. 한 식당 주인이 안내문구를 고민합니다. "우리 식당은 일체의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습니다"인가 "우리 식당은 화학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습니다"인가. '안주 일체'로 써 붙인 주인이라면 이번엔 일절 쪽으로 기울 거라는 데 한표 던집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일체/일절 (등록일 2024. 9. 6.) -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02452&pageIndex=1&searchCondition=qsubject&searchKeyword=일절
2. 국립국어원 새국어소식 통권 제82호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2005년 5월) - https://www.korean.go.kr/nkview/nknews/200505/82_13.html
3.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일절'과 '일체' 구분하기 (입력 2021.04.01 00:03)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4025248
4. 경향신문, 알고 쓰는 말글 헷갈리는 일절과 일체 (입력 2012.03.28 21:29) - https://www.khan.co.kr/article/201203282129375
5. 표준국어대사전
6.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7. 두산동아 사전편찬실, 『동아 새국어사전』, 두산동아, 1998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