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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는 비교적 늦었지만, 2019년 개봉한 영화 '엑시트'로 누적 관객수 942만 명을 기록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에 그는 "'악마가 이사왔다'보다 '엑시트'가 세상 밖으로 먼저 나오게 됐다. 제작사 외유내강에서 ('엑시트'는) 신인 감독이라는 위험성을 안고 가야 해서 쉽지 않지만, 그만큼 신선해서 신인 감독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로 가면 좋겠다고 제안해주셨다"며 "'엑시트' 이후 갑작스럽게 코로나19가 닥쳤고, 2020년 이후 어떤 작품을 개봉하는 게 좋을지 컴퓨터 폴더를 뒤지다가 '두시의 데이트'가 눈에 띄었다. 근데 제가 기억하던 시나리오와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보자마자 시나리오가 왜 채택이 안됐는지, 바로 알겠더라(웃음). 영화를 좀 더 좋아했던 풋풋함과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 강했다. 아이디어는 최대한 유지하되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다시 썼다. 등장인물의 이름 빼고 작품 제목부터 스토리를 싹 다 바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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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의 또 다른 흥행 주역 조정석과는 올여름 극장가에서 흥행 대결을 펼치게 됐다. 조정석이 출연한 영화 '좀비딸'은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감독은 "정석 씨와 외유내강 창립 20주년 기념 '엑시트' 스페셜 GV(관객과의 대화)에서 만났다. 당시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좀비딸'이 잘 될 거라는 기대감이 이미 퍼져 있던 상태였다. '좀비딸'이 흥행하면 영화적 체험 기회가 더 높아질 거고, 그 기회가 우리 영화에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며 "사실 '조정석 주연, 세 글자 영화 제목, 7월 30일 개봉'은 흥행 불패 조합 아닌가. 이걸 정석 씨한테 말하니까, 이미 다 알고 있더라(웃음). '좀비딸'의 흥행 기운이 '악마가 이사왔다'에도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저희도 열심히 달리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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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길구 역에는 배우 김선호가 물망에 올랐으나, 2021년 불거진 그의 사생활 논란으로 인해 캐스팅 교체 이슈가 발생했다. 이후 안보현이 최종 합류하면서 캐스팅이 마무리됐다. 이 감독은 "처음엔 길구 캐릭터가 명확하게 잘 안 떠올랐다. 순수하면서도 순정 가득한 만화 캐릭터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정확히 사람으론 안 떠오르더라. 왠지 제가 생각한 것과 완전히 다른 사람을 캐스팅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배우가 누가 있을지 검색을 많이 해봤는데, 보현 씨가 딱 떠올랐다. 마초적이고 굵직한 비주얼이어서 반전 매력을 한 번 끄집어 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아라 역을 맡은 주현영에 대해선 "캐스팅 당시 현영 씨는 'SNL 코리아'의 MZ 오피스 코너로 이미 핫한 상태였다. 이 친구가 코미디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일단 코미디 연기를 잘하려면, 관찰력이 뛰어나야 한다"며 "제가 예전부터 코미디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향한 존경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현영 씨를 보면서 '이 사람은 뭘 해도 잘할 거다'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감독은 데뷔작인 '엑시트'가 큰 흥행 성과를 거둔 만큼, '악마가 이사왔다' 개봉을 앞두고 부담감을 털어놨다. 그는 "영화를 편집하면서 한 500번 넘게 본 것 같다. 장면 장면마다 그리라고 하면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다 외우고 있다. 지금은 작품에 너무 많이 개입된 상태여서 객관적인 판단이 잘 안 된다. 관객들이 영화를 봐주신 후에 차분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