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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웹툰 작가로 이름을 알린 기안84는 이제 예능이라는 또 다른 무대의 중심에 서 있다.
"시상식은 항상 떨려요. 모르는 사람이 보고 있으니, 부담도 되고. MBC 시상식도 어색한데, 청룡은 또 배우분들도 많으니까 더 어색하더라고요. 평소 예능 안 하시는 배우분들도 계시니 신기했어요. 이병헌 형님도 그렇고, 주지훈 형님도 그렇고, 어렸을 때 TV에서 보던 분들인데 신기하더라고요."
그래도 그날을 '즐거웠다'고 기억했다. 기안84의 첫 청룡은 이러했다. "전체적으로 즐거웠어요. 속도감도 있어서, 요즘 시대에 딱 맞더라고요. 보시는 분들도 재밌게 보시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임시완 씨가 시상식 일주일 전에 밤에 연습하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청룡에서 뭘 한다고 해서 궁금했는데, 어깨가 무거워 보였죠. 그런데 아이돌 출신이라 그런지, 대단하더라고요. 즐겁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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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기안장'은 기안84가 직접 설계하고 구현한 예능이다. 울릉도 바닷가 위에, 암벽 등반과 봉타기를 조건으로 만든 낯선 민박. 그 모든 공간에는 기안84의 엉뚱함과 관찰력, 그리고 투숙객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다.
"제가 그린 그림으로 그렇게까지 구현해 주셔서 너무 신기했죠. 가볍게 웃으면서 상상한 건데, 만들어주셨어요. 넷플릭스가 글로벌이고 저에겐 새로운 플랫폼인데, 한 번 함께 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다 촬영하고 나왔을 때, 재밌는 것도 있고 아쉬운 것도 있었는데, 청룡 때문에 시즌1이 유종의 미로 끝난 것 같아요."
이러한 기안84의 열정은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졌다. '대환장 기안장'은 비영어권 글로벌 TOP 10에 진입했고, 시즌2까지 일찌감치 확정했다. "사실 할 때는 힘드니까 '또 어떻게 촬영하냐'라고 했는데, 집에 가면 근질근질해요. 절대 안 뛴다고 했지만 다시 뛰고 싶은 마음이 스믈스믈 올라오는 마라톤처럼요. 그래서 요즘 시즌2는 또 어떻게 그릴지 고민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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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10년 넘게 했는데, 지금은 시간을 많이 쓰고 있는 게 방송 쪽이네요. 이제는 데이터가 좀 쌓여서, PD님과 얘기할 때 '이런 거는 이렇게 가자'라고도 해요. 아무래도 말을 잘 하는 스타일은 아니니, 몸으로 고생하는 게 많죠. 그래서 사실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어요. 그렇다고 고생을 위한 고생은 아닌 것 같아요."
청룡시리즈어워즈 심사위원들도 그를 '룰 브레이커'라 부르며 표를 던졌다. "심사평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했어요. 만화를 그릴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연재했어요. 신선함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죠. 방송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잘 만든 다른 프로그램도 많잖아요. 이미 나와 있는 메뉴는 맛집이 많으니, 없는 건 뭐가 있을지를 고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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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스로 특이하다고 생각을 안 했어요. 그런데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주변에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 또래 아저씨들도 저를 보면서 '나도 저래'라고 생각은 하지만, 표현을 안 해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이제 기안84는 예능계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기안장'은 물론, '태계일주', '기안이쎄오', '인생84'까지. 자신의 이름과 캐릭터를 건 콘텐츠가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하다보니까 감사하게도 그렇게 됐네요. 그런데 웹툰 신작하듯이, 부담이 되긴 해요. 시청률 안 나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때문이죠. 웹툰할 때처럼, 주식창 보듯이 시청률 표를 들여다 보게 돼요. 그런데 넷플릭스는 다행인지 시청률이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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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이후 그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먹던 걸 먹고, 입던 옷을 입고, 주변도 그대로다. 하지만 마음속에선 조용한 고민이 시작됐다.
"변하면 무너질 것 같아서, 먹던 대로 먹고, 입던 대로 입어요. 사는 생활은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요. 그래도 고민은 이제 마흔둘인데... 저는 20대부터 그림 그리고, 방송하면서 살아왔어요. 60세까지 일한다고 치면 18년 남았죠. 그 시간 동안 뭘 해야 하지? 그 고민을 좀 하게 돼요."
'대상84', '청룡84', 그리고 다음 수식어는 무엇이 될지 알 수 없다. 그래도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다. 그는 또 뭔가 '대환장스러운' 걸 들고 나타날 것이다.
"만화는 처음 할 때부터 계획이 어느 정도 있었어요. 그런데 방송은 막연하게 하고 싶다고만 생각 했었는데, 아직까지 하고 있네요. 이게 어디까지 어떻게 갈진 모르겠어요. 그래서 지금이 되게 고맙고 즐겁죠. 일단 방송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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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