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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요란한 텐션 대신 쭈뼛쭈뼛한 샤이함. 그 속에서 그는 진심을 요리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동과 유머를 버무리고, 웃음을 끓여내며, 대중의 주문서에 맞춰 간을 더한다. 그리고 마침내, 청룡 트로피라는 미슐랭 별로 그 맛을 증명했다. 이는 넷플릭스 '주관식당'으로 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신인 남자예능인상을 거머쥔 문상훈의 '예능 레시피'다.
"팀에서 너무 축하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최강록 셰프님도 '축하축하'라고 문자 보내주셨고요. 사실 정말 예상하지 못 했어요. 평소 제가 너무 재밌게 본 콘텐츠들에 출연하신 분들과 함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축제처럼 느껴져서 이미 좋았거든요. 그런데 수상까지 하게 돼서, 너무 행복한 밤이었어요."
특히 "노력 중이라는 말 뒤에 숨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진솔한 소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제가 부족하다고 느낀 순간이 많았어요. 인간관계든, 촬영장에서 멘트를 잘 못할 때든, 스스로 '아직 노력 중이다'라며 미루고 넘어갔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건 사실 노력이라는 핑계일 뿐이었죠. 이제는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 말에 숨지 않으려고 해요. 진짜로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만 끝내 말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가족과 자신을 처음 방송의 세계로 이끌어 준 유병재, 유규선이다. "가족, 부모님 이야기를 못했더라고요. 그리고 저를 데뷔하게 도와준 유병재 형, 규선 형님이 생각났어요. 사실 '주관식당'과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그 형들이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없었을 테니까요. 끝나고 유병재 형이 '본방 못 봤는데 왜 내 얘기했냐'고 장난 문자를 보내기도 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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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고 최강록 셰프님도 그렇고, 둘 다 좀 쭈뼛쭈뼛 캐릭터예요. 분위기를 확 끌어올리는 타입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낄낄대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제작진이 그런 모습을 애정 어린 편집으로 살려주셨어요. 시청자분들도 오히려 그 템포를 좋아해 주셨던 것 같아요. 그런 '사이드 캐릭터' 같은 결을 봐주셔서 감사했죠. 댓글 중에는 '둘이 숨도 못 쉬는 것 같은데, 보는 나도 숨 참고 보게 된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저희만의 템포가 전달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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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프다거나 다치거나, 그렇게 되면 팀의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게 부담이 되기고 하고, 책임감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전 어릴 때부터 약간 사이드에 있지만, 그래도 항상 날 봐주면 좋겠다고는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촬영이나 기획, 편집할 때 모두 저를 봐주죠. 감사하고 즐거운 책임감으로 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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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저는 네티즌에 가깝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그날 아이유씨, 박보검씨 등 다 계시니 너무 신기했어요. 엄지윤씨와 김원훈씨도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죠. 정말 다들 너무 멋있으셨는데, 그 중에서도 이병헌씨가 저희 채널에 나와주신다면 너무 영광일 것 같아요."
시상식 현장에서 마주한 배우들은 그에게 여전히 신기한 존재였지만, 사실 문상훈 역시 연기 무대에서 또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코미디와 예능은 물론, 연기까지 넘나들며 자신만의 색깔을 확장해 왔기 때문. 'D.P.',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짧지만 강렬한 연기로 '신스틸러'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예능에선 즉흥 상황극을 연기할 때 웃음이 커지고, 연기에선 예능처럼 애드립할 때 재미가 있더라고요. 두 장르가 서로 보완이 됩니다. 사실 제가 처음 이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로망이 '코미디언 싱어송라이터'였어요.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처럼, 저도 코미디·연기·제작 다 해보고 싶었습니다. 감독님들이 저를 연기자로 봐주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해요."
실제 그는 지난해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올해의 새로운 남자배우상'을, 올해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신인남자예능인상을 연달아 받았다. 연기와 예능, 두 영역에서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저만 아는 뿌듯함인데, 연기로도, 예능인으로도 상을 다 받게 됐죠. 마치 싱어송라이터로 두 개 다 받은 것 같아서, 행복해요. 실제 세스 로건이 제 롤모델이에요. 코미디언이자 배우이고, 제작자이기도 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사람이고 싶어요. 시청자들이 '문상훈=코미디언'이라고 떠올려 주시면 정말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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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네티즌에 가까운 사람'이라 말하지만, 대중은 이제 그를 청룡이 인정한 새로운 맛집으로 기억한다. 인터뷰 내내 입에 올리던 그 '쭈뼛쭈뼛함'을 비밀 재료로, 웃음과 감동을 끓여내는 요리사. '주관식당'으로 안은 청룡 신인상을 시작으로, 문상훈의 주방에는 첫 미슐랭 별이 달렸다. 이제 그의 샤이한 레시피는 더 많은 이의 입맛을 사로잡을 준비가 됐다.
"어릴 때부터 청룡은 '별들의 축제' 같은 대명사였잖아요. 영화상에서 시리즈까지 장르와 저변이 확장되면서, 저도 그 자리에 갈 수 있었던 게 너무 영광스럽습니다. 그래도 당연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제가 지키고 싶은 원칙이죠. 그래서 솔직한 마음으로는, 지금 이 순간이 정점이라 해도 저는 정말 괜찮아요. 충분히 지금도 행복하고요. 그래도 이번 수상처럼, 발전 가능성을 봐주신다면, 저의 그 뻘쭘해 하고, 쭈뼛쭈뼛한 이 템포를 좋아하는 분들이 조금씩 많아지면 좋겠어요. 그 코드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좀 더 많아지는 게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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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