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에마 스톤 "강렬함과 모호함이 영화 '부고니아'의 장점이죠"

기사입력 2025-08-29 07:12

[Focus Features, Fremental,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Atsushi_Nishijima_Focus_Features. 베네치아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작 주연…바이오 기업 CEO 역

란티모스 감독 "누구 응원할지 헷갈릴 것…배역 성별 바꾼 점, 현명"

(베네치아=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작품성에 비해 그리 주목받지 못해 '비운의 명작'으로 꼽히는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가 할리우드 영화 '부고니아'로 재탄생했다.

배우 에마 스톤이 주연을 맡고 '가여운 것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등을 연출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더욱 관심을 끈다.

'부고니아'는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28일(현지시간) 첫 공식 상영을 한다.

에마 스톤은 공식 상영을 하루 앞둔 27일 베네치아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를 포함한 세계 각국 취재진과 만나 "강렬함과 모호함이 더해진 층위가 각본가 윌 트레이시의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시나리오의 매력을 강조했다.

'부고니아'는 유명 바이오 기업 최고경영자(CEO) 미셸이 지구를 파괴하려는 외계인이라고 확신하고 그를 납치하려는 두 청년의 이야기를 그렸다.

스톤은 납치되는 미셸을 연기했다. 원작에서 배우 백윤식이 맡은 강 사장 역이다.

두 청년은 미셸을 납치해 감금하고 그를 추궁한다. 음모론에 사로잡힌 듯한 청년들의 모습을 보며 관객의 생각은 이들이 단순한 납치범이라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하지만 각 인물의 다양한 측면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종잡을 수 없게 된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폭력과 반전이 영화에 긴장감을 더한다.

스톤은 "극단적인 긴장감 속에서도 이야기가 계속 펼쳐진다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라며 "한 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다른 일이 일어나고 선한 누군가가 옳은 일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미친 자가 미친 짓을 하는 건지, 그 판단이 영화 내내 계속 뒤집힌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작 주요 배역의 성별을 바꿔 두 남자가 한 명의 여자를 납치하도록 설정한 것도 이런 모호함을 더한다고 덧붙였다. 원작에서는 강 사장(백윤식 분)이라는 남자를 병구(신하균)와 순이(황정민)라는 남녀가 납치한다.

란티모스 감독도 성별을 바꾼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며 영화가 가진 모호함과 다채로움을 강조했다.

그는 "영화에 여러 층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처음엔 그들이 어떤 인물인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이 가진 다양한 층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들이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 깨닫게 되죠. 때로는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조차 모를 지경이에요."

란티모스 감독은 "오늘날의 세상, 특히 기술은 우리를 아주 좁은 틀 속에 가둬버린다. 이미 믿고 있는 것만 강화해 주고 그 좁은 믿음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영화도 그런 구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는 음모론을 매개로 믿음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스톤은 "알고리즘으로 한번 뭔가를 (인터넷상에서) 보면 같은 것을 계속해서 제공해서, 토끼 굴(한 주제나 분야에 깊이 빠지는 것)로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 너무 쉬워졌다"면서도 "정말 무섭지만, 사실 새로운 현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인류의 탄생 이래 우리는 이야기가 필요했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에 홀로 버려진 채 삶이 무엇인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애쓰니까요. 누군가 믿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 믿음을 부여잡게 됩니다."

납치범 테디를 연기한 제시 플레몬스는 외계인 신봉자인 오랜 친구 얘기를 하며 미지의 존재를 향한 인간의 갈망을 거론했다.

그는 "제 친구 트레버와 이야기하면서 생각했던 게, (사람들은) 지금 내가 보는 것 이상이 존재하기를, 신이나 외계의 신, 혹은 다른 누군가가 이 모든 것을 조정하는 실을 당기고 있기를 바란다"며 "그건 어두운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지만, 동시에 신화와 이야기가 탄생해 이 미친 세상 속에서 자신에 대해 배우게 하는 점이기도 하다. 그게 인간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encounter24@yna.co.kr

<연합뉴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