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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한옥도 달항아리도 모두 보따리…삶의 기억 싸매는 것"
보따리 작가 김수자(67)가 거울을 통해 위와 아래를 맞붙여 무한히 펼쳐지는 공간 '호흡-선혜원'을 탄생시켰다.
작가가 '호흡' 작업을 한옥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컬렉션에서 지름 29m 크기 원형 돔 전시장 바닥을 418개 거울로 뒤덮은 '호흡' 작업을 통해 전시장을 거대한 구체(球體)로 탈바꿈시킨 바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처음 경흥각 문을 여는 순간 이건 두말할 것 없이 거울이다. 내가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선혜원을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선혜원 아트 프로젝트 1.0'에 초청된 김수자는 3일부터 열리는 '호흡-선혜원'전에서 동명 작업을 비롯해 총 4개 작품 11점을 선보인다. 김수자로서는 서울에서 10년 만에 여는 전시다.
전시장 로비에 설치된 2023년 작 '연역적 오브제-보따리'는 조선백자의 상징인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일반적인 달항아리와 달리 반구형에 가까운 두 그릇의 테두리를 정교하게 맞춰 만들어졌다. 입구는 막혀있고 바늘구멍 하나만 뚫려 있다.
2023년 작 '땅에 바느질하기: 보이지 않는 바늘, 보이지 않는 실'은 도자기 재료로 제작된 평면 작품이다. 마르지 않은 백자토에 바늘을 사용해 다양한 리듬과 방향으로 빛의 구멍을 뚫었다. 함께 전시된 '연역적 오브제-보따리'의 달항아리를 평면으로 펼친 형태다.
지하 1층에는 그의 대표 작품 '보따리'가 설치됐다. 싸고 묶는 보따리는 삶을 감싸고 이동하는 이동식 보금자리의 의미다.
작가는 달항아리나 거울 작업이 모두 공간을 연결해 감싸는 보따리 작업의 변형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거울 작품의 경우 "거울은 모든 것을 비추지만 자기 자신은 비추지 않고,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는다"며 "거울은 결국 펼쳐진 바늘"이라고 말했다. 그의 보따리 작품의 핵심인 바느질 작업에서 바늘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관계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거울도 위와 아래를, 나와 자아를 연결해 주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작가가 다양한 방식으로 만든 보따리로 싸매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보따리에는 주로 헌 옷을 담는데 결국 옷 주인의 껍질"이라며 "내 보따리는 결국 개개인의 삶의 시간과 기억을 싸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가 열리는 선혜원은 SK 창업 회장의 사저다. 그룹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다 올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번 전시는 포도뮤지엄의 첫 번째 서울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10월 19일까지 열리며 네이버에서 '선혜원'을 검색해 예약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laecorp@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