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노래로 뿌리와 정체성 이을 것"
가수 솔혁(본명 안솔혁)은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4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제23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개막식 무대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솔혁이 속한 그룹 '하모나이즈'는 애틀랜타 무대에서 '아름다운 강산', 서울올림픽 주제곡 '손에 손잡고', 그리고 '린 온 미'(Lean on me)를 불렀다. 동포들이 함께 따라 부르며 하나로 어우러진 순간은 곧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사절단'이라는 하모나이즈의 비전을 확인한 장면이었다.
솔혁은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자리였다"며 "멤버들과 미국에서 외치던 구호 '하모나이즈, 세계로 그리고 우주로!'가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공연 일정 내내 이어진 웃음과 열정은 음악이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동포와 연결되는 사명임을 일깨워줬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4일 경복궁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전야제 무대도 그에게 잊지 못할 전환점이었다. SBS가 마련한 '우리는 빛이다' 공연에서 그는 "역사적인 공간과 우리의 음악이 만나면서 뭉클했다"며 "우리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길을 함께 노래하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청중의 눈빛에서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이 특별한 경험은 평생 기억에 남을 무대가 됐다고 전했다.
하모나이즈는 재외동포청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지난해 6월 재외동포청 출범 1주년을 기념해 열린 '2024 코리안 페스티벌' 무대가 대표적이다. KBS가 주관한 이 공연은 전 세계 700만 재외동포와 함께 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다지는 자리였다. 하모나이즈는 한국의 음악을 전 세계 동포들과 함께 나누며 문화적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솔혁은 "재외동포들은 하와이 사탕수수밭과 중남미 선인장 농장에서 번 돈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보냈고, 일본에 있는 대한민국 대사관과 총영사관 공관 대부분도 재일동포의 기증으로 조성됐으며, 서울올림픽과 외환위기를 극복할 때도 재외동포는 모국에 힘을 보탰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모국 방문 행사 때 노래를 선사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특히 차세대 동포들의 모국 방문 행사 공연에서 "노래로 뿌리와 정체성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솔혁은 최근 아티스트로서의 첫 자작곡 '그 여름 아래서'를 발표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풋풋한 여름의 정서를 담은 이 곡은 황순원 작가의 소설 '소나기'를 떠올리며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을 다니며 맛집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으며 영감을 얻는데, 풍경과 하늘을 담는 순간들이 곡과 가사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의 음악적 메시지는 '성장과 희망'이다. 솔혁은 "누구나 슬픔과 이별을 겪지만, 그 안에서 배우고 더 나은 나로 나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언젠가 누군가 제 노래를 들으며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겠구나' 하는 용기를 얻는다면, 그것이 아티스트로서 가장 큰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솔혁은 진선여고에서 특강과 보컬 동아리 지도 활동도 하고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너희만의 길을 믿고 걸어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당장 답이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거예요. 음악이든, 다른 길이든 경험해보면서 스스로 배우고,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phyeonso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