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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개관 이후 신진 작가 공모, 중견 및 원로 작가 전시, 지역 협업, 사회적 의제를 반영한 프로젝트, 국제 교류 등 공공성과 참여를 우선시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미술관을 기록하다'에는 30∼78세의 국내외 작가 14명이 참여했다. 회화, 사진, 설치,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로 성곡미술관이라는 구체적 공간에 축적된 시간·기억·감각을 탐색한다.
미술관 1관 2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진한 커피 향이 가득하다. 조각가 이창원의 작품 '성곡의 조각들' 때문이다.
길고 가는 흰색 나무 패널을 블라인드처럼 촘촘하게 붙인 뒤 검은 커피 가루를 간격을 달리해 흩뿌려 음영을 표현했다. 성곡미술관 조각 정원의 풍경을 이렇게 형상화했다.
전시장 입구에는 이세경이 만든 30주년 기념 도자 작품이 놓여 있다. 이세경은 도자 접시에 머리카락을 문양처럼 배열해온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는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의 머리카락을 사용해 접시 위에 미술관 전경과 정원, 설립자 흉상을 새겼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루스의 작품 '서울 성곡1'과 '서울 성곡2'는 각각 미술관 1관과 2관에 설치됐다.
루스는 미술관 전시장을 하나의 캔버스로 삼아 2차원 도형을 3차원 공간에 구현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특정 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면 원형(서울 성곡1)이나 색색의 사각형으로 구성된 대형 사각형(서울 성곡2)이 드러나지만, 시점을 조금만 바꾸면 도형은 금세 흩어져 사라진다.
작가 민재영은 수묵화 '도시·전시·정원'을 선보였다. 4년 전 성곡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경험했던 기억과 정서를 회화로 다시 빚어낸 작품이다. 화면 전체를 짧은 가로선으로 촘촘히 채워 넣어 TV 주사선 같은 효과를 내는 작가 특유의 화풍이 돋보인다.
미술관의 역사적 공간이나 주목받지 못한 구석진 곳의 모습 혹은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을 기록한 사진들을 통해 성곡미술관을 재발견할 수 있다.
조각 정원의 소리를 담은 사운드 작품, 미술관 풍수지리를 해석한 설치 작품 등도 만날 수 있다. 1995년 개관 기념전 포스터부터 이번 30주년 전시 포스터까지 30년간의 기록물도 공개된다.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은 "성곡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망하고, 유망 작가를 발굴하며, 학술 연구와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왔다"며 "3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도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미술관으로서 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7일까지다. 유정미 작가의 사진 워크숍, 하계훈 미술평론가의 강연,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학교와 함께하는 도슨트 실습 등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열린다.
laecorp@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