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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시옷 폐지 반대 초불집회를 열겠다"(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Kij***')
"난 딱히 나무잎 사이로 비치는 해살을 보거나 깨잎에 고기를 싸먹고 싶지 않은데…"('H3R***')
최근 국립국어원이 '사이시옷' 규정 개편을 검토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사이시옷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굳이 왜 폐지하느냐"와 "없애도 상관없으니 폐지하지 않겠느냐"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해당 보도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시대 흐름에 맞춰 어법이 변화하는 것은 맞지만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이시옷이란 두 명사가 결합할 때 그 사이에 덧나는 소리를 표기하기 위해 덧붙이는 시옷을 말한다.
18일 국립국어원의 한국어 어문 규범에 따르면, '한자어+고유어'이거나 '고유어+한자어', '고유어+고유어'로 된 합성어의 앞말이 모음으로 끝날 때 발음의 변화가 일어나면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다.
예컨대 고유어인 '회'와 한자어인 '집'이 합쳐지는 경우, 뒷말인 '집'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받쳐 '횟집'으로 쓴다.
예외적으로 두 음절로 된 한자어 중에서는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만 사이시옷을 받쳐 쓴다.
다만 사이시옷 규정이 정교하지 않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8년 최형강 인하대 강사는 한국어문학회 학술지 '어문학'에 게재한 논문 '사이시옷과 두음 법칙 재고'에서 "'집'으로 끝나는 낱말 가운데 고깃집과 횟집은 사이시옷을 쓰면서도 화초집은 사이시옷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초와 회는 모두 판매 대상이 되면서 한자어이고, 집의 발음도 공통으로 된소리가 나는데 왜 횟집만 사이시옷을 쓰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외에 '죄값'과 '죗값' 등 사이시옷과 관련한 표현이 헷갈린다는 질문이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문의란에 종종 올라오기도 한다. '죗값'이 옳은 표현이다.
앞서 2008년에는 교과서에서 '최대값', '대표값'이 '최댓값', '대푯값'으로 표기되기 시작하면서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 "불편하다고 다 없애냐" vs "없애도 상관없다"
그러나 막상 사이시옷 규정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SNS에는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엑스에는 "불편하면 없애버리자 식의 조치가 왜 자꾸 생겨나는 거지?"(이용자 'rxn***'), "헷갈린다고 띄어쓰기도 빼시지"('r_i***'), "사이시옷을 사이시옷 현상이 일어난 모든 단어에 사용하는 쪽으로 가면 안 되나요"('Che***') 등의 글이 올라왔다.
"관용적으로 굳어진 표현을 헷갈려하니 혼란이 오는 건데 그건 그대로 두고 신조어를 없앤다?"('haz***')며 개편 방향에 의문을 던지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헷갈리는' 사이시옷이라 했다… 없애도 상관 없는 걸 폐지하겠지요"(엑스 이용자 'min***'), "'공기밥' 같은 된소리 나는 것들은 폐지가 편할 것 같고"('lov***') 등 보완 작업이 문제 없어 보인다는 의견도 올라오고 있다.
다만, 국립국어원은 사이시옷 규정에 대해 현행 유지, 보완, 폐지 중 정확한 방향이 설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어법 변화 자체는 유연하게 바라보면서도 구체적인 조정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남길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언어 규범은 대중의 언어 사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이시옷 규정에 있는 한자어와 고유어를 구분하기란 일반인에게 쉽지 않다"며 "더 편리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라면 언어 규범을 꼭 고수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동훈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불합리한 규정이라도 함부로 바꾸는 것은 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며 "제한된 영역이나 새로 생긴 말에 한해 예외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도 "문법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기존 문법에 영향을 주거나 대중에 혼선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라고 짚었다.
haemo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