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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강윤성 감독(54)과 권한슬 AI 연출(32)이 국내 최초 AI 영화 '중간계'를 통해 영화 제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15일 개봉한 영화 '중간계'는 이승과 저승 사이 중간계에 갇힌 사람들과 그 영혼을 소멸시키려는 저승사자들 간의 추격 액션 블록버스터로, '범죄도시', '카지노', '파인: 촌뜨기들' 등을 연출한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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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계'는 국내 최초로 AI를 활용한 장편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강 감독은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 "확실히 큰 화면으로 보니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래도 저희가 지금까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기술적인 흠을 찾기보단 스토리를 잘 쫓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연출 도전에 임하게 된 계기에 대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누군가가 시도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가 없지 않나. 그런 면에서 저희 영화가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기승전결에서 '기승'까지만 보여주고, 다음 편을 기약하는 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극장 영화를 이렇게 만들어도 되나 싶었는데, AI가 활용될 수 있다는 걸 침체된 영화 시장에서 보여졌으면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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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계' 연출 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 감독은 "AI 영화를 연출하기로 결정할 때부터 권 연출과 의논을 했다. 이걸 어떤 식으로 작업하고 역할 분담을 해야 하는지, 우리도 처음이었고 실사와 AI 합성은 그 어디에도 레퍼런스가 없어서 직접 다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촬영 방식도 의논을 했는데, AI 슈퍼바이저와 CG 슈퍼바이저가 현장에 상주를 하면서 그때그때 테스트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이야기도 어떤 주제가 적합할지 연출 제안받고 생각을 해보다가, 25년 전에 쓴 대본이 떠올랐다"며 "과거에 썼던 대본의 퀄리티가 좋지 않아서 이번에 다시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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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AI 연출도 "AI를 많이 쓰게 되면 신인들의 등용문이 좁아질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역설이 있다. AI로 제작비를 감축하면 오히려 배우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저도 마찬가지다. AI가 없었다면, 돌아 돌아 한참 걸리는 길을 걷게 됐을 거다. 저뿐만 아니라 AI로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은데, 계속해서 재능 있고 뛰어난 창작자들이 발굴되고 있다. 배우들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마련되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늘어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강 감독은 차기작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다음 작품도 영화를 연출하려고 한다. 저희가 느끼는 현재 영화 시장의 상태는 굉장히 좋지 않다"며 "혼자만 잘된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두가 활발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이뤄져야 한다. 거기에 좋은 키워드는 AI라고 생각한다. '중간계' 같은 AI를 실증한 작품이 영화산업에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