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 내가 슬로바키아에서 살게 될지 누가 알았겠나?"…류승범의 '굿뉴스'는 지금부터(종합)

최종수정 2025-10-23 07:48

[SC인터뷰] " 내가 슬로바키아에서 살게 될지 누가 알았겠나?"…류승범…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인생 3막을 연 배우 류승범(45)이 '굿뉴스'를 통해 여유를 찾았다.

넷플릭스 범죄 액션 영화 '굿뉴스'(변성현 감독, 스타플래티넘 제작)에서 정체불명 해결사 아무개(설경구)와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을 압박하는 권력의 중심, 중앙정보부장 박상현을 연기한 류승범. 그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굿뉴스'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을 전했다.

'굿뉴스'는 1970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1970년 3월 일본 내 반정부주의자 9명이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승객 129명을 태우고 출발한 일본항공 351편 여객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넘어가고자 한 '요도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주목받은 변성현 감독의 차기작으로 사상 초유의 더블 하이재킹 사건을 둘러싸고 비밀 작전을 펼치는 인물들의 수싸움과 갈등, 시시각각 변하는 관계를 위트 있게 다뤘다.

특히 '타짜: 원 아이드 잭'(이하 '타짜3', 19, 권오광 감독) 이후 '굿뉴스'로 6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류승범의 신선한 변신이 전 세계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그동안 개성 가득한 캐릭터들을 선보이며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류승범은 '굿뉴스'에서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앙정보부장 박상현을 열연, 특유의 생활감 넘치는 캐릭터로 전형적인 권력가의 모습을 비틀며 작품의 재미를 높였다.


[SC인터뷰] " 내가 슬로바키아에서 살게 될지 누가 알았겠나?"…류승범…
이날 류승범은 "내가 참여한 작품이지만 구성도 재미있고 메인 캐릭터가 관객에게 대사를 건네는 것도 새로운 방식이었다. 그런 요소가 '굿뉴스'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 같다. 또 이 사건이 실화라는 것도 나에게는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였다"며 "앞서 이 작품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고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오해가 좀 있다. 이 작품 전체에 대한 고사가 아니라 이 작품을 제안 받았을 당시 전작이 바로 끝난 상태였고 '굿뉴스' 촬영도 곧바로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작품을 분석할 시간도 없이 바로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부담스러워서 그런 이유로 한 차례 고사를 했던 것이다. 이후 다시 시기가 조정됐고 '굿뉴스' 시나리오도 워낙 즐겁게 읽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함께하는 배우들과 변성현 감독에 대한 호기심도 컸다. 초반부터 이 작품에 대한 흥미나 호기심은 계속 지속됐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배우들은 쉬지 않고 계속 자신을 가동하면서 에너지를 얻게 되는 경우도 있고 나처럼 쉼이 다른 의미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며 "나는 한 작품이 끝나면 나를 씻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이 없이 돌아왔을 때 작품을 함께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 싶더라. 내가 작품에 참여한 이상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하는데 나를 깨끗하게 온전히 줘도 도움이 될지 말지인데, 그런 상태가 덜 된 상황에서 다음 작업을 하는 게 신중하게 고려를 하게 되더라. 적어도 함께 작업에 임하는 이들에게 피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굿뉴스'는 시간적 여유를 줬고 그런 시간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변성현 감독에 대해 "변성현 감독이 나와 동갑이다. 서로 연대를 느꼈다. 변성현 감독과 개인적 소통을 한 것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은 묘한 연대감을 많이 느꼈다. 그런 지점이 이 작품에서 발견한 새로운 지점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흥미로웠던 작업이다"며 "변성현 감독에게 '굿뉴스' 출연 제안을 받고 뒤늦게 그의 전작을 봤다. 굉장히 스타일리시하고 자신의 색깔이, 방식이 확실히 있는 감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작업 하면서도 매력이 많더라. 굉장히 디테일했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이 머릿속에 있다. 정확한 커트를 만들어 가는 스타일의 감독이더라"라며 감독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SC인터뷰] " 내가 슬로바키아에서 살게 될지 누가 알았겠나?"…류승범…
기존 영화에서 그려졌던 권력가형 빌런을 류승범식으로 푼 과정도 특별했다. 류승범은 "내가 연기한 박상현은 굉장히 어린아이 같았으면 좋겠다는 변성현 감독의 주문이 있었다. 70년대 권력의 끝인 정보부장인데 어린아이 같은 설정이 처음에는 너무 안 어울렸다. 변성현 감독이 어떤 의도에서 이런 말을 했을까 궁금했고 이후 내게 숙제로 다가왔다. 어울리지 않는 물과 기름 같았다. 그런데 그 부분이 변성현 감독의 의도였더라. 보통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그러한 인물을 떠오렸을 때 표현되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런데 박상현은 그 틀에서 벗어난 인물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변성현 감독한테 '나의 어떤 부분 때문에 제안했냐'고 물었더니 본인은 뻔한 것을 하는 게 싫다고 하더라. 그래서 마음껏 틀을 벗어나게 표현했다"고 웃었다.


그는 "신기한 작품이다. 변성현 감독은 웃기기 직전 컷을 넘기고 심각하기 전 정면을 전환한다. 웃음이 안 어울릴 법 한 장면에 코미디를 넣으면서 비틀었다. 관객이 작품에서 좀 떨어져 있길 바랐던 것 같다. 이런 의도 때문에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려웠다. 이 인물이 가진 특성이 있어서 매칭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이 캐릭터를 연기로 풀어가야 하는 내겐 숙제였다. 다만 워낙 변성현 감독의 의도가 명확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믿고 따라갔다. 무엇보다 나는 대본을 탐구하면서 박상현에 충청도 사투리를 쓰면 어떨까 싶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변성현 감독이 내 아이디어에 처음에는 의아해했지만 내 생각에 합의가 이뤄지면서 캐릭터에 궁금증을 갖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를 즐길 때도 있지만 숙제처럼 어려울 때도 있다. 특히 '굿뉴스'는 첫 촬영 때 엄청 떨었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입술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떨었는데 이런 작품은 또 처음이었다. 약간의 흥분상태였던 것 같기도 하다. 특별한 떨림이었다. 항상 매번 긴장도 되고 떨리기도 하지만 유독 '굿뉴스'는 더 떨렸던 것 같다"며 "변성현 감독과 이미 몇 편을 같이 한 크루들이 '굿뉴스'에도 이어졌다. 그 사람들이 현장에 주는 안정감이 있더라. 전체적인 분위기를 굉장히 안정감을 갖게 해줬다. 나는 처음이었지만 다들 서로 친밀감도 컸고 호흡이 딱 맞는 걸 보면서 차츰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덧붙였다.


[SC인터뷰] " 내가 슬로바키아에서 살게 될지 누가 알았겠나?"…류승범…
앞서 류승범은 활동을 한창 이어갔던 2007년 돌연 유럽여행을 떠나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12년 프랑스, 2017년 스페인 등으로 거처를 옮겨 생활하며 공식석상 노출을 줄이고 자유의 시간을 가진 그는 이후 2019년 '타짜3'를 통해 4년 만에 공식석상에 컴백, 2017년부터 3년간 교제한 슬로바키아 출신 여자친구와 사이에서 딸을 가지면서 가정을 꾸렸다. 현재 아내와 딸은 슬로바키아에 살고 있으며 류승범은 슬로바키아와 한국을 오가며 생활 중이다.

배우에서 남편, 아빠로 인생 3막을 연 류승범은 "휴식기 이후 달라진 점은 개인적인 일이라 조심스럽다. 내가 의도한 경우가 아닌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고 운명이 나의 삶을 바꾸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슬로바키아에서 살게 될지 몰랐다"며 "아내는 내가 배우라는 것을 알지만 내 작품을 찾아 보는 편은 아니다. 아내의 개인적인 성향이라 존중하고 싶다. 아내에게 난 그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남편이다. 다만 우리 딸은 커서 아빠의 작품을 보고 싶을 수도 있고 아마 보지 않을까 싶다. 딸의 취향이 궁금하긴 하다"고 고백했다.

이어 "가족이 내겐 엄청난 서포트가 됐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남편이 되고, 부모가 되는 경험이 지금까지 없지 않았나? 누군가 부모는 라이선스가 없다고 했는데 정말 그 말이 맞다. 모든 게 처음하는 것 같다"며 "이제 나이를 내가 먹는 게 아니라 찾아 오는 것 같다. 나이를 조금씩 체감하지만 굳이 그 변화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하루를 살듯이 자연스럽게 살려고 한다. 지금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그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털어놨다.

'굿뉴스'는 설경구, 홍경, 류승범 등이 출연했고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길복순'의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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