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연상호 감독의 샤라웃? 말도 안 돼"…'韓토론토 경쟁 최초' 윤가은 감독, '세계의 주인'으로 얻은 응원(종합)

최종수정 2025-10-23 07:09

[SC인터뷰] "연상호 감독의 샤라웃? 말도 안 돼"…'韓토론토 경쟁 최…
사진 제공=㈜바른손이앤에이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윤가은 감독이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응원과 지지 속에 신작 '세계의 주인'을 선보였다.

22일 개봉한 '세계의 주인'은 인싸와 관종 사이, 속을 알 수 없는 열여덟 여고생 '주인'이 전교생이 참여한 서명운동을 홀로 거부한 뒤 의문의 쪽지를 받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우리들',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윤 감독은 2019년 개봉한 영화 '우리집' 이후 6년 만에 '세계의 주인'으로 극장가를 찾았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그는 "저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새로운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데, 제가 너무 영화를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는 1인칭 시점의 영화를 줄곧 해왔고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주제를 들여다볼수록 1인칭 시점으로 보는 것이 맞나 싶더라. 또 이 이야기가 과연 개인의 비극인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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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계의 주인' 스틸. 사진 제공=㈜바른손이앤에이
장혜진과는 '우리들', '우리집'에 이어 '세계의 주인'으로 재회했다. 그는 "선배가 스케줄이 워낙 너무 많으셔서 당연히 거절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서로 힘들 때 늘 통화도 하고, 작품에 대한 고민도 나누는 사이다. 근데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제가 캐릭터를 잘 썼는지를 모르겠더라. 그리고 너무나 저예산 영화다. 정당한 개런티도 보장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며 "선배가 시나리오를 읽고 전화로 처음 하셨던 말씀이 있다. 이 대본이 다른 배우한테 먼저 갔으면 삐졌을 거라고. 이 이야기가 너무 좋지만, 세상에 어떤 모습으로 나오게 될지 모르겠다고도 하셨다. 또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과 테마에 너무나 공감을 하고 있고,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다. 다만 이 영화로 영화제에 가고 싶다거나 기가 막히게 잘 만들어서 물심양면을 누리겠다는 생각은 철저히 버리라고. 이 테마에 동의하는 좋은 사람들을 모아서 함께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선배가 그동안 여러 캐릭터를 맡으셔서 연기에 장식이 많이 붙었을 수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탈탈 털어달라고 하셨다"며 "선배가 말씀해 주셨던 방향성을 잘 파악하려고 했고, 저 역시 헛된 마음을 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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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계의 주인' 스틸. 사진 제공=㈜바른손이앤에이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신예 서수빈에 대해선 "눈에서 총기가 뿜어져 나왔다. 제 예상보다 키가 큰 친구가 왔다. 당시 수빈이는 보통의 체격이었는데, 요즘 친구들이 너무 말랐고 왜소하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딱 의자에 앉아 있는데 왠지 모를 예의와 절도가 들어가 있더라(웃음). 그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 친구의 짧은 인생에 대해 듣는데, 다양한 경험을 했더라. 자신의 경험을 하나하나 다 귀하게 여기는 친구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SC인터뷰] "연상호 감독의 샤라웃? 말도 안 돼"…'韓토론토 경쟁 최…
사진 제공=㈜바른손이앤에이
윤 감독은 '세계의 주인'을 통해 10대들의 성과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다뤘다. 그는 "이와 관련된 자료는 넘쳐났다. 너무나 많은 친구들이 성 고민을 온라인상에도 많이 올려주고 있다. 실제로 교사, 10대 청소년들을 통해 대면 조사를 하면 할수록 제가 옛날 사람이 된 걸 느꼈다. 문화가 바뀐 건지 예전보다 연애나 성 경험 시기가 빨라졌더라. 그거에 비해 어른들이 그 문화에 대해 깊숙이 알면서도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통로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부터, 모든 걸 다 경험한 친구까지 범위가 너무 넓어서 평균치를 낼 수가 없겠더라"고 말했다.

작품 속 주인(서수빈)과 찬우(김예창)의 키스신 촬영 비하인드도 전했다. 윤 감독은 "제가 직접 대본을 쓰면서도 얼굴이 붉어졌다. 배우들한테 이 역을 맡아달라고 프러포즈를 할 때도 시나리오에 나와있는 수위까지는 갈 거 같고, 사실적으로 찍을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도 같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걸 고려해 달라고 말했는데, 두 배우 모두 흔쾌히 오케이 해줬다. 그러고 막상 셋이 모여 앉아서는 멘붕에 빠졌다. 저희끼리는 '액션신'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영화를 만들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두 배우와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다 각자 레퍼런스 조사를 하고 브리핑을 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스킨십이 진행되는지,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지 터놓고 이야기했다. 이런 식으로 아주 디테일하게 여러 차례 이야기를 한 번 터놓고 나니 편해졌다. 현장에서는 촬영이 어렵긴 했지만,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가려고 했다. 실제로 키스신을 촬영할 땐 촬영 감독님만 안에 있었고, 나머지 스태프들은 다 밖에 있었다. 둘만의 공간처럼 느껴져야 해서 다 막아뒀다"고 밝혔다.


[SC인터뷰] "연상호 감독의 샤라웃? 말도 안 돼"…'韓토론토 경쟁 최…
사진 제공=㈜바른손이앤에이

'세계의 주인'은 개봉 전부터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국 영화 최초이자 유일하게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인 플랫폼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을 뿐만 아니라, 제9회 핑야오국제영화제의 국제신인경쟁 부문에 해당하는 크라우칭 타이거스 부문, 제69회 BFI런던영화제 경쟁 부문, 제41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로부터 릴레이 초청을 받았다.

특히 윤 감독은 '얼굴'의 연상호 감독과 박정민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세계의 주인'을 관람한 연상호 감독은 "보법이 다른 윤가은 감독님의 걸작"이라는 호평을, 박정민은 "엄청난 것이 나와버림"이라는 궁금증을 더하는 감상평을 남겼다.

윤 감독은 "말도 안 되는 샤라웃으로 감지덕지하다. 제가 독립영화만 세 편째인데, 독립영화인에게 흥행은 마치 '세계 평화가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과 같다. 연상호 감독님과 박정민 배우도 작품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해주실 때마다 저나 영화에 대한 칭찬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이야기가 어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주제가 무엇인지, 테마에 대한 지지를 보내주신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숨고 싶고 부끄러웠을 텐데 그분들이 손 잡아주시는 대상이 영화 자체라고 하기보단, 이 세상에 존재하는 주인이들을 위한 따뜻한 온기로 손을 내밀어주신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이 영화를 많은 분들께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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