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평범한' 이준호·김민하의 성장 이야기..'태풍상사' 응원하는 이유

기사입력 2025-10-27 14:29


1997년, '평범한' 이준호·김민하의 성장 이야기..'태풍상사' 응원하…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태풍상사'를 향한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장현 극본, 이나정 김동휘 연출)가 회를 거듭할수록 호평을 이어가며 흥행 태풍을 일으키고 있다. '건실한 압구정 날라리'에서 책임감을 짊어진 사장이 된 강태풍(이준호)과 에이스 경리에서 상사맨으로 거듭난 오미선(김민하)의 성장기와 상사맨들의 생생한 직업 이야기, 그리고 그 시절을 고스란히 소환한 따뜻한 연출과 음악이 어우러지며, 2025년을 살고 있는 시청자들도 자연스레 빠져들어 함께 울고 웃으며 공감과 응원을 북돋는 중이다.

IMF의 거센 바람은 두 청춘의 꿈마저 삼켰다. 춤과 노래, 그리고 꽃을 사랑했던 압구정 청년 태풍은 무너진 시대 속에서 책임을 택했다. 그리고 "사람이 꽃보다 더 향기롭고 돈보다 더 가치있다"는 아버지 강진영(성동일)의 가르침을 따라, 상사맨으로서 사람과 신뢰를 지키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빚에 시달리는 동료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밤을 새우며, 이윤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상사맨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 현실의 파도는 거셌지만, 몇 번의 시련이 닥쳐와도 그는 포기 대신 다시 일어서며 온몸으로 부딪혔고, 처음으로 "내 자식 같은" 물건을 팔아보는 쾌거도 이뤄냈다.

퇴근 후 학원을 전전하며 대학 진학을 꿈꿨던 미선 역시 현실 앞에서 방향을 틀었다. 공부 대신 일터로 향해 냉철한 판단력과 이성적인 태도로 버티며 '논리파 상사맨'으로 성장했다. 영어 피칭으로 안전화 계약을 따내던 모습은 그간의 피나는 노력을 방증하는 대목이었다. 행동파 태풍과 논리파 미선,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성향으로 충돌해도,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해 가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다. 그렇게 실패에 낙담하고, 또 작은 성취에 웃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두 청춘의 생존기는 그 자체로 뜨거웠다. 또한, 거대한 IMF의 파도 속에서도 서로를 믿고 나아가고, 떨어지고 또 떨어져도 다시 날아오르려는 청춘이 얼마나 눈부신가를 보여주고 있다.

'태풍상사'의 또 다른 흥행 원동력은 시대 재현의 완성도다. 이나정 감독은 "그 시절의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이겨냈는지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고 싶었다"고 밝히며, 실제 상사맨들을 만나 취재하고, 박물관에서 소품을 직접 공수할 만큼 정교한 재현에 힘썼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을지로 사무실 거리, 로데오 거리까지 실제 촬영지를 기반으로 한 세트 구현은 "97년의 공기가 그대로 느껴진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장현 작가는 한국인의 '정'에 초점을 맞췄다. IMF라는 절망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가 그린 인물들은 좌절보다 연대에 더 익숙하다. 서로를 토닥이고 북돋아주며, 실패 앞에서도 다시 손을 내미는 인간적인 온기 속에 '태풍상사'만의 따뜻한 정서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달파란 음악감독의 사운드트랙이 더해져, 1997년의 공기와 감성을 지금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있다. 아날로그와 현대적 감성을 적절히 믹스하여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동시에 세련된 완성도를 선사하고 있는 것. 이처럼 섬세한 연출과 각본, 음악이 유려하게 맞물린 '태풍상사'는 추억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1997년을 살아낸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지금 세대의 감정선에 맞게 되살려낸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매회 "없던 추억도 생긴다", "그 시절을 다시 살게 된다"는 반응을 보내고 있다.

IMF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매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상사맨들의 재치와 생존력을 유쾌하게 풀어낸 직업의 세계는 또 다른 도파민 포인트. 2화에서는 태풍이 납품 트럭을 가로막고 드러눕는 장면을 통해 절박한 상황에서도 직접 행동에 나서는 인물의 성격을 드러냈고, 3화에서는 원단 창고 공사를 함께 하며 직원들과 생일 미역국을 나누는 등 연대와 정이 뒤섞인 장면들이 웃음과 공감을 유도했다.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버티며 서로를 챙기는 모습은 드라마의 정서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또한 본격적인 비즈니스 전개가 더해지며 극의 흐름에 속도감과 긴장감을 더했다. 야드·미터 단위 혼동을 역이용해 뒤통수를 친 표상선에 시원한 한 방을 날리고, '두 눈'을 걸고도 포기하지 않은 비디오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장면은 예측을 뛰어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특히 악덕 사채업자 류희규(이재균) 앞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고, 손바닥 도장으로 맞불을 놓은 태풍의 '지장 엔딩'은 상사맨의 미친 패기를 완벽히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폭발시켰다. 빠르게 바뀌는 변수들 속에서 태풍과 미선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반전들은 드라마를 경쾌하게 이끌며 인상 깊은 에피소드들을 쌓아가고 있다.


'태풍상사'는 매주 토, 일 오후 9시 10분 tvN에서 방송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