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로운, 처음엔 무시했는데"..추창민 감독, '탁류'로 느낀 젊은 피의 힘 (종합)

기사입력 2025-10-31 07:15


[SC인터뷰] "로운, 처음엔 무시했는데"..추창민 감독, '탁류'로 느…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탁류' 추창민 감독이 젊은 배우들과의 작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탁류'(천성일 극본, 추창민 연출)는 조선의 모든 돈과 물자가 모여드는 경강을 둘러싸고 혼탁한 세상을 뒤집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각기 다른 꿈을 꿨던 이들의 운명 개척 액션 드라마로, 로운과 신예은, 박서함, 박지환 등이 출연해 열연했다. 추창민 감독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7년의 밤', '행복의 나라' 등을 만들었고, '탁류'를 통해 시리즈에 첫 도전했다.

'탁류' 종영 후 스포츠조선과 만난 추창민 감독은 첫 드라마 연출을 돌아보며 "해보지 못한 분야기도 했고, 두 시간 짜리 (영화만) 하다가 지금은 거의 8~9시간의 긴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남다르고 어려웠던 것 같다. 특히 3~4개월 만에 촬영을 끝내던 영화가 아니라 8~9개월을 찍으니 힘들었지만, 반면에 재미있거나 흥미로운 지점도 많았다. 다만, 길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8~9개월을 스태프, 배우들이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그래서 사람이 좋은 스태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분들을 중점적으로 꾸려서 수월한 촬영 기간을 보낼 수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인급 연기자들을 대거 기용한 것도 처음이었다. '광해'에서는 이병헌과, '7년의 밤'은 장동건, 류승룡과 함께했다. 또 '행복의 나라'에서는 조정석이 주축으로 활약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로운, 신예은, 그리고 박서함이라는 신인 배우들과 함께했다. 추창민 감독은 "기존에 영화를 하면서 아주 잘하는 중년 배우나 장년 배우와 함께했는데, 실험 삼아 젊은 배우와 풋풋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걸 디즈니+에서 긍정적으로 봐주신 것 같다. 젊다는 힘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연기는 중장년 배우들보다 훨씬 못하지만, 편집 기사님이 '기분이 좋아진다. 얼굴을 봐도 좋고, 기운도 좋다'고 하신 적이 있다. 찍을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젊은 배우들 중에는 일종의 자기방어를 하는 배우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세 분은 거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 연기하는 형국이었기에 좋은 재료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들의 연기에 만족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추 감독은 "이렇게 세밀한 연기를 젊은 배우들이 많이 해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TV라는 매체가 어떻게 보면 감정을 전달하기 쉬운 정도의 표현을 원하는 것 같은데, 슬픔에도 다양한 종류의 슬픔이, 기쁨에도 다양한 종류의 기쁨이 있듯이 그걸 잘 쪼개서 표현하려고 했다"며 "사실 로운 같은 경우 처음에는 제가 조금 무시했던 것 같다. 저에게 아이돌이고 잘생긴 배우는 연기를 좀 못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었는데 로운이를 보니 감정적으로 깊은 감성이 있더라. 연기자에게 필요한 요소였다. 그 감정에만 빠지게 만들어주면 진짜처럼 나오더라. 그 시간과 요소를 주지 못했었기에 지금까지 저 친구가 겉으로 드러난 연기만 했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제대로 감정을 주니까 누구 못지않은 감정 연기가 나오더라"며 칭찬했다.


[SC인터뷰] "로운, 처음엔 무시했는데"..추창민 감독, '탁류'로 느…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추창민 감독은 특유의 디테일로 '탁류' 속 장시율(로운)을 완성했다. 검은칠을 한 분장에 얼기설기 붙은 수염으로 로운의 외모를 가리고 왈패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다. 추 감독은 "다양한 옷과 분장을 시도했고, 허리까지 머리를 길게 붙여본 적도 있다. 수염이나 머리, 피부톤까지 수십 번의 테스트를 거쳐서 나온 거다. '이런 모습이 장시율이겠다'고 생각한 모습을 완성했다"면서 "(비주얼이 좋은 배우라) 한 번쯤 뒤에는 수염을 좀 깎자는 얘기도 하고 씻고 나오자고도 했는데, 아무리 봐도 대본에 그럴 만한 장면이 없더라. 대본에 다른 장면이 나왔다면 멀끔하게 나오는 장면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저도 아쉽다"며 웃었다.

'탁류'는 전쟁 발발이라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됐고, 이에 따라 시청자들은 시즌2에 대한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추 감독은 "뒷 이야기를 준비한 것은 없다. 그걸 염두에 두고 마무리를 했던 것은 아니다. 어쨌든 마지막에는 복수, 왕해(김동원)의 죽음으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끝내기보다는 여운을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드라마가 시즌제로 가는 것이 유행이기도 하고, 주인공이 죽지 않았으니 일말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시즌제로 가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단호히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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