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용·호랑이가 생생…조선 후기 갑옷과 투구, 국가유산 된다

기사입력 2025-10-31 09:13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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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갑주함, 오른쪽은 간주함과 간주 보자기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와 갑주함',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예고

전용 보관함까지 온전히 갖춰…"공예 기술 연구·복원에 중요한 자료"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 말 정교한 기술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전통 갑옷 등이 국가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와 갑주함'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갑주(甲胄)는 갑옷과 투구를 함께 이르는 말이다.

갑옷은 화살이나 창검을 막기 위해 쇠, 가죽 등으로 만든 미늘을 붙여 제작한 옷이며, 투구는 무기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쓰는 모자를 뜻한다.

충남 아산 온양민속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은 1975년 박물관 개관을 준비할 당시 설립자인 구정 김원대(1921∼2000) 선생이 지인의 집안에 전해오던 유물을 산 것이다.

갑옷과 투구 등은 19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보관함을 비롯한 부속품까지 온전히 남아 있는 데다 보존 상태가 우수하며, 당대 갑옷과 투구의 형태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국가유산청은 "높은 공예 수준으로 보아 왕실 의장용이나 전시용으로 제작·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조형성과 예술성 역시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갑옷과 투구 곳곳에는 정교한 공예 기술이 깃들어 있다.

붉은빛이 감도는 갑옷은 조선 후기에 제작된 전형적인 두루마기형 전갑(氈甲·모직물 등으로 만든 갑옷) 형태로, 활동이 편하도록 양옆이 트여 있다.

겉에는 둥근 두정(頭頂·금속으로 만든 둥글납작한 장식)을 일정 간격으로 붙였다.

또 발가락이 4개 달린 용을 뜻하는 사조룡(四爪龍)과 호랑이 형상, 여의주 등을 금빛으로 장식하고, 어깨 부분은 용 모양 장식을 달았다.

머리를 보호하는 투구 역시 곳곳에 섬세한 장식이 돋보인다.

감투 부분은 은을 얇게 입힌 실을 써 금속 바탕에 무늬를 장식했으며, 앞뒤 양옆에는 봉황과 사조룡 형상 장식을 붙였다. 가운데에는 꿩과의 조류인 백한을 섬세하게 투각한 옥판도 달았다.

감투 앞쪽에는 금속 차양을, 그 아래에는 눈 주위 곡선을 따라 이마 가리개를 붙여 투구가 갖는 보호 기능을 강조한 점도 돋보인다.

전통 목칠 기법으로 장식한 갑주함은 위아래에 투구와 갑옷을 각각 넣어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해 실용성을 더했다.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와 갑주함은 공예사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조선 말기 갑주와 관련 공예 기술을 연구하고 복원하기 위한 귀중한 학술 자료로 평가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ye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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