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머리카락에 숨고 싶지 않았어요"..'자백의 대가' 김고은, 삭발로 완성한 연기의 민낯(종합)

기사입력 2025-12-18 20:55


[SC인터뷰] "머리카락에 숨고 싶지 않았어요"..'자백의 대가' 김고은…
사진제공=넷플릭스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고은(34)이 삭발로 연기의 민낯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자백의 대가'(권종관 극본, 이정효 연출)는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린 '윤수'와 마녀로 불리는 의문의 인물 '모은', 비밀 많은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5일 공개 이후 2,200,000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2위에 등극했다. 또한 대한민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총 9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올랐다. 김고은은 극중 감정이 부서진 인물 모은을 연기하며 파격적인 열연과 압도적 화면 장악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시선을 모았던 부분은 김고은의 삭발이다. 김고은은 아무렇게나 자른 것 같은 삭발로 등장해 묘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시청자들을 '자백의 대가'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는 "배우마다 연기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외형이 많이 떠오르는 편인 것 같다. '은교' 때도 제가 단발을 제안드렸었다. 사실 모은이 같은 역할을 떠올리면 머리카락 사이로 째려보는 게 연상이 되는데, 이상하게도 모은이는 머리카락에 숨겨지지 않으면 좋겠다는 느낌, 다 드러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김고은은 "제 생각보다는 조금 덜 자르기는 했다. 다들 많이 불안해하셨다. 저는 바리캉을 대서 진짜 확실하게 자르는 것을 상상했는데, 다 가위로 커트를 한 거다. 반삭은 한 번쯤 해보고 싶기는 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캐릭터에 안 맞는데 자르는 건 아니니까, 그럴 만한 역할이 없지 않았나 싶었다"면서 "다들 보는 분들마다 '어우!' 하셨고, 저는 그렇게까지 잘라본 적이 없어서 다운펌의 중요성을 몰랐었다. 왜 이렇게까지 남자 분들이 다운펌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싶었는데, 한 번 다운펌을 했을 때는 가지런히 잘 눌렀다고 생각했지만, 열이 나는 운동을 하고 나니까 바로 잔디처럼 솟아오르더라. 완전 잔디인형 머리가 됐다. 그래서 다운펌을 반복적으로 했고, 그것 외에는 짧은 머리라 편했다"고 말했다.

모은은 김고은의 머리와 연기로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본의 빈틈을 김고은의 연기로 채워냈다. 그는 "캐릭터적으로는 제가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하면서 만들어낸 부분이 많았다. 사실은 모은이라는 인물의 방향성이 사이코패스처럼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이 인물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시청자 분들도 속여야 되는 거다. '실은 사이코패스가 아니었다'는 것이 대본상으로는 후루룩 재미있게 읽혔지만, 연기를 하려고 들어가 보니 제 캐릭터의 개연성과 안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입을 열었다.

김고은은 이어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차라리 모은이는 가만히 있는데, 다수가 모은이를 오해하고 멋대로 생각하는 방향이 더 맞지 않을까 싶었고, 모은이 가만히 있는데 오해를 받게 하기 위해서 사이코패스가 감정을 모르고 공감을 못하는 유형이다 보니, 나중에 전사가 나오고 완전히 감정이 고장난 사람이라고 가면 어떻겠느냐 싶기도 했다. 감정적 거세를 당해버린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사가 확실히 드러나야 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고, 그렇게 접근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SC인터뷰] "머리카락에 숨고 싶지 않았어요"..'자백의 대가' 김고은…
다소 어려운 작품이었지만, 그럼에도 "하길 잘했다"는 생각만 든다는 김고은이다. 그는 "모은의 방향성을 잡고 나서, 감독님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얘기를 잘 했던 부분이었다. 그래서 결국엔 하기를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만 있었다. '은중과 상연'에서는 제가 주야장천 나오고 현장에 거의 매일 있었는데, '자백의 대가'는 도연 선배님이 은중 롤처럼 현장에 계속 계시고, 저는 어쩌다 한 번 선배님 만나러 갈 생각하면 설레고, 선배님은 회차가 많고 액션도 많고, 비도 맞고 그러시니 체력적으로 지쳐있으실 것 같아서 저는 촬영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생각으로 신나서 가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전도연과는 '협녀, 칼의 기억' 이후 10년 만의 재회였다. 김고은은 "사실 이번 촬영에서 저와 선배님이 캐스팅이 확정된 뒤 전화로 '너무 좋다. 잘해보자'했는데, 정말 만나기가 어렵더라. 현장에서 붙는 장면이 많지가 않았다. 징벌방에서도 찍을 때 하루 종일 있어도 서로 호흡을 맞춘다는 느낌보다는 벽에 대고 얘기를 하는 거고 그러니 아쉬웠다. 언제 호흡을 맞춰보나 했는데, 호송차나 샤워실 신이나, 나중에 엔딩이나 이런 장면을 찍을 때 저는 느낌이 남달랐다. 왜냐하면 '협녀' 때는 제가 도연 선배님을 보고 배우의 꿈을 꿨던 사람이고, 처음 배우라는 직업에 꿈을 갖게 해준 배우가 전도연 선배님이었다. 그래서 '협녀' 때는 '꿈이냐 생시냐'하면서 구경하게 되고, 동시대에 있어서 이 사람을 따라갈 수 있는 게 너무 좋은 배우들이 있잖나. 저에게 도연 선배는 그런 분이기에 내가 배우가 됐고, 그 배우와 호흡하는 순간이 기적 같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SC인터뷰] "머리카락에 숨고 싶지 않았어요"..'자백의 대가' 김고은…
사진제공=넷플릭스

김고은은 또 "선배님을 오래 옆에서 보다 보니 진짜 진심만 말하는 분이시다. 듣기 좋으라는 칭찬을 해주시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선배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저에게는 좀 크다. 그래서 '고은아 수고했어. 고생했어'가 아니라 '고은아 너 오늘 너무 잘했어'하면 '나 오늘 진짜 잘했나 보다' 이렇게 받아들이게 된다. 많은 분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그런 얘기를 해주셨을 때 크게 다가온 것 같다. '자백의 대가'를 하면서 그렇게 크게 다가오는 칭찬을 몇 번 해주셔서 참 좋았다"고 말했다.

'자백의 대가'는 김고은이 또 다시 자신의 한계를 깬 작품이 됐다. 제1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김고은은 수상 인터뷰에서 "제가 좀 한계가 없다. 그러니 믿고 맡겨주시면 좋겠다"는 인상 깊은 한 마디를 남긴 바 있다. 김고은은 이 말을 이어서 하듯 "제가 자기 PR을 했기에 저에게 이런 역할을 맡겨 주신 것이고, 그간에는 이런 결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거니까. 한계가 없다고 자꾸 PR을 하는 것은 '저는 용기가 있으니, 다양한 결을 맡겨 주시면 어떨까'의 의미였던 것이다. 그걸 맡으면 전전긍긍하고 괴롭기도 하면서,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니까. 그건 모든 배우들이 다 똑같겠지만, 그럼에도 하고 싶다는 말이다"라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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