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성기와 배창호 감독이 13일 서울 상암동 시네마테크에서 진행된 안성기 데뷔 60주년 기념 '한국 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 전' 개막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상암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4.13/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창호 감독이 배우 고(故) 안성기와의 추억을 공유하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고 안성기의 영결식이 9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 채플홀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됐다.
이날 영결식에서는 공동 장례위원장인 배창호 감독과 배우 정우성이 추모사를 낭독했다. 안성기는 배창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려왔다. '꼬방동네 사람들',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황진이', '기쁜 우리 젊은 날' 등 총 13편의 영화를 함께 만들었다.
배 감독은 "조감독 시절 1980년 봄이었던가. 광화문에서 우연히 안형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어린 시절부터 스크린 속에서 안형의 모습을 봐왔다. 김기영 감독의 '10대의 반항'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은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성인이 되어 만난 안형의 모습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지닌 고인의 모습도 떠올렸다. 배 감독은 "안형은 '바람불어 좋은 날', '만다라', '고래사냥' 등 연이은 화제작에 출연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며 "안형과 영화 촬영을 마치고 맥주잔을 기울이며 같이 할 다음 작품에 대한 논의를 나누기도 했다. 어느 날엔 안형이 우리집으로 불쑥 찾아와 고민을 털어놨다. 유명 커피 광고 모델 제의를 받았는데, 이를 수락하면 영화에 대한 자신의 열정이 방해되지 않을까 했다. 그런 저는 광고 일을 수락하면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져 출연작 선택에 더 신중할 수 있을 거라고 조언했다. 안형은 오랫동안 광고 하나에만 출연하며 친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어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영화에만 전념하던 안형이 '90년대 국민배우'라는 호칭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까 했다. 우리는 13편의 영화를 함께했다. 3년 전 제 특별전에 모습을 드러낸 안형은 갑작스럽게 투병 사실을 알려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럼에도 꿋꿋했다"고 덧붙였다.
5일 고(故) 안성기 배우의 빈소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2026.1.5/
끝으로 배 감독은 "안형의 영정사진은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의 모습이다. 그땐 우리 모두에게 젊은 날이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우리의 곁을 너무 일찍 떠나 마음이 아프지만, 엄숙하게 보내드리려 한다. 영화를 사랑하고 촬영장을 집처럼 여긴 안형. 남한테 싫은 소리 한 번 안 한 안형. 투병의 고통을 말없이 감내한 안형. 그동안 함께하여 즐거웠고 고마웠다"며 "간병하느라 자신의 몸도 돌보지 않은 오소영 여사, 그리고 두 아들 다빈과 필립이 하느님의 돌봄 아래 모두 평온하길"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안성기는 5일 오전 9시 별세했다. 향년 74세.
안성기는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이어가다 2020년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정기 검진 과정에서 약 6개월 만에 재발해 다시 치료를 받아오던 중, 지난달 30일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입원 6일 만에 별세했다.
9일 오전 '국민배우' 고(故)안성기의 영결식이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엄수됐다. 영정은 정우성, 훈장은 이정재가 들고 설경구, 박철민, 유지태, 박해일, 조우진, 주지훈이 고인의 운구를 들었다. 추모 미사를 마치고 명동성당을 나서는 운구 행렬. 명동성당=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1.09/
장례는 (재)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사)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진행됐다. 명예장례위원장 신영균, 배창호 감독, 한국영화배우협회 이갑성 이사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직무대행 신언식, 한국영화인협회 양윤호 이사장 등 4인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았다. 영화계 후배들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같은 소속사 식구인 정우성은 영정을, 이정재는 금관문화훈장을 들었다. 설경구, 박철민, 유지태, 박해일, 조우진, 주지훈 등은 운구를 맡았다. 영결식 이후 고인은 양평 별그리다에서 영면에 든다.
안성기는 1957년 만 5세의 나이로 영화 '황혼열차'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59년 개봉작 '10대의 반항'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으며 '천재 아역'의 탄생을 알렸다. 생전 고인은 영화 '투캅스', '실미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라디오 스타', '한산: 용의 출현', '탄생', '노량: 죽음의 바다' 등 60여 년간 2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고인은 '남부군'을 통해 1990년 열린 제11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과 인기스타상을 수상했다. 이어 1992년 열린 제13회 청룡영화상 인기스타상을, 2001년 열린 제22회 청룡영화상에선 영화 '무사'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06년 열린 제27회 청룡영화상에선 영화 '라디오 스타'로 박중훈과 공동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