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리뷰] 전치 12주 조인성 無자비 액션→신발 멜로 완성 박정민까지..온 우주의 기운이 '휴민트'로(종합)

기사입력 2026-02-05 07:29


[SC리뷰] 전치 12주 조인성 無자비 액션→신발 멜로 완성 박정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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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보기만 해도 전신이 결리는 듯한 조인성의 자비 없는 액션부터 신발로 귀결된 박정민의 절절한 로맨스까지. 도파민 터지는 첩보 액션의 외피를 쓴 진득한 휴먼 멜로 '휴민트'가 서늘하지만 뜨거운 온도로 설 극장을 찾는다.

올해 설날 간판 영화로 출사표를 던진 첩보 액션 영화 '휴민트'(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제작)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올해 첫 번째 흥행 시험대에 오른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이 지난 2013년 선보인 '베를린' 이후 13년 만에 다시 첩보 장르로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작품이다.

'베를린'은 개봉 당시 류승완 감독의 전매특허 리얼 액션과 쫀쫀한 서사, 반전에 반전을 더한 구성으로 716만 관객을 사로잡은바, 재미와 의미 모두를 만족시키는 밀도 있는 웰메이드 '한국형 첩보물'로 호평을 얻으며 많은 관객에 인생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휴민트'로 다시 한번 첩보 액션에 도전한 류승완 감독은 '베를린'보다 더 농밀해진 이야기와 확장된 세계관, 카타르시스 터지는 액션까지 설날 극장 관객을 오감 만족 시킬 장르 영화로 위용을 과시했다. '베를린'에 직결되는 속편은 아니지만 '베를린'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휴민트'는 '베를린'의 속편을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을 위한 표종성(하정우)의 근황(?)을 암시하는 장치도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블라디보스토크 원웨이"로 상징되던 '베를린'의 엔딩은, 이번 작품의 출발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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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속 베일을 벗은 '휴민트'의 이야기는 이렇다.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고 또 짙어지는 의심과 불확실한 진실 사이에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되는 이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다뤘다. 북한의 여성들이 러시아 외화벌이 일꾼(해외 파견 노동자)으로 파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적인 마약 유통, 인신매매 등을 조사하던 국정원 요원 조 과장(조인성)이 작전을 위해 채선화(신세경)를 휴민트로 선택하게 되고 동시에 러시아에 주둔 중인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을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까지 사건에 얽히고설키면서 복합적인 첩보 세계를 구축한다.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이 선보인 한국형 첩보 영화의 진화를 보여주는 역작이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냉기 어린 분위기처럼 차갑게 흐르는 심리전과 정보전 사이로 전매특허 날 것 같은 액션이 정교하게 배치된다. 영화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류승완 감독이 '휴민트'의 주요 테마를 구원과 희생으로 설정한 만큼 '인간은 무엇을 위해 희생하고, 누구를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국가의 대의를 위한 첩보가 아닌 '사람을 위한 선택'에 초점을 맞췄다. 끊임없이 실탄을 쏘아대는 뻔한 액션물이 아닌 인간적 깊이를 부여한 고품격 첩보물을 빚어낸 '휴민트'. 액션은 장식이 아닌, 인물의 결단과 희생을 증명하는 서사적 장치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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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도 더할 나위 없었다. 매 임무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만 정보원을 잃는 사건 이후로 트라우마를 겪는 국정원 요원 조 과장 역의 조인성은 '휴민트'의 기둥으로 묵직한 서사를 관통한다. 인적 정보 수집을 위한 공적인 조력자를 대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조 과장의 고뇌와 괴로움, 여기에 쌓인 피로감을 온몸으로 표현한 조인성은 '휴민트'의 정체성으로 119분을 가득 채웠다. 무엇보다 국정원에서 훈련된 최정예 요원다운 기품 있는 총기 액션부터 특유의 긴 다리와 피지컬을 활용한 강렬한 타격감의 맨몸 액션까지 군더더기 없는 액션의 정석으로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조인성의 리얼한 액션 연기 덕분에 보는 이들의 전신이 결리는, 이른바 전치 12주 대리 통증 체험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휴민트'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류승완 감독 세계관 속 조인성은 언제나 '정답'이다.


'청룡 전남친'으로 데뷔 이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박정민도 '휴민트'에서 제대로 칼을 갈았다. 어둠 속에서 다트를 던지며 등판하는 박건은 2013년 개봉한 '관상'(한재림 감독)의 수양대군(이정재) 등장 신을 넘어서는 강렬함과 카리스마로 단번에 관객을 얼어붙게 만든다. 북한 사투리 대사는 흠잡을 곳 없이 안정적이며 황치성과 불꽃 튀는 신경전도 결코 꿇리지 않는다. 수분기 하나 없는 거칠한 상남자 박건 그 자체가 된 박정민은 '휴민트'의 중·후반부 심장이 아리는 절절한 순애보 멜로로 촉촉함까지 선사한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46회 청룡영화상에서 가수 화사와 '굿 굿바이(Good Goddbye)' 무대에서 빨간 구두 퍼포먼스를 선보여 뭇 여성들을 설레게 한 '멜로 장인' 박정민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휴민트'에서 다시 한번 채선화를 향한 신발 로맨스를 선보여 '멜로 유죄 인간'으로서 입지를 굳힌다.

여기에 2014년 개봉한 '타짜-신의 손'(강형철 감독) 이후 '휴민트'로 12년 만에 장르 영화로 컴백한 신세경과 분노를 자아내는 빌런으로 변신한 박해준도 '휴민트'에서 일당백 열연으로 균형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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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민트'는 과잉된 감동이나 인위적인 반전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축적된 감정과 희생을 바탕으로 묵직하고 깊이 있는 결말로 영화가 끝난 뒤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장르적 쾌감과 인간적 깊이를 동시에 확보한 '휴민트'는 올해 가장 밀도 높고 완성도 높은 설 연휴 영화로, 극장가에 의미 있는 울림을 남길 전망이다.

한편, '휴민트'는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 등이 출연했고 '베테랑' '베를린' '모가디슈'의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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