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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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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기자회견 서사의 시작은 '파격' 그 자체였다. 첫 기자회견은 2024년 4월 하이브가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하며 고발에 나선 직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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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5월 열린 두 번째 기자회견은 분위기가 달랐다. 법원이 어도어 대표 해임안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인용하며 민희진 측이 일단 법적 우위를 확보한 직후였다.
당시 민희진은 1차 기자회견 때와는 180도 다른 화사한 노란 재킷과 미소로 나타나 처음으로 하이브에 화해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뉴진스를 위해 하이브와 타협할 의사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갈등 봉합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후 어도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분쟁은 장기화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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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및 어도와의 갈등이 한창 소송전으로 치닫던 중 열린 세 번째 기자회견이었다. 당시 하이브와의 풋옵션 256억 원 1심 판결을 코앞에 둔 시기인 동시에, 어도어가 '뉴진스 템퍼링 의혹'으로 민희진과 멤버 다니엘에게 약 430억 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한 이후였다.
그런 만큼, 이날 기자회견은 '뉴진스 템퍼링' 의혹을 둘러싼 공방 속에서 진행됐다. 다만, 민희진이 아닌 법률대리인이 기자회견장에 섰다.
이날 민희진 측은 템퍼링 의혹 자체가 왜곡된 프레임이라고 주장하며, 일부 외부 세력과 멤버 가족 간 결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자신들이 오히려 이용당한 피해자라는 논리로, 뉴진스 멤버 가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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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5일 민희진은 네 번째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종전'을 선언했다. 1심 승소로 확보한 256억 원의 풋옵션 대금을 포기하는 대신, 하이브가 제기한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뉴진스와 팬들을 평온한 일상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제안이다.
민희진은 "무대 위에 있어야 할 아티스트가 법정에 서는 현실을 끝내고 싶다"는 취지로 이번 결정을 설명했다.
"돈보다 아티스트가 먼저"라는 명분은 화려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하루 전 기습 공지 후 열린 기자회견은 질문 하나 받지 않고 15분 만에 끝났기 때문. 현장에서 기자들은 "이럴 거면 왜 불렀나", "사진 찍히러 나온 쇼냐"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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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은 "법정이 아닌 창작의 무대에서 만나자"고 제안하며 회견장을 떠났다. 민희진의 '256억 원 포기' 선언은 과연 하이브의 완주 의지를 꺾기 위한 '출구 전략'인가, 아니면 정말 아티스트를 위한 '희생'인가.
사실 256억 원이라는 숫자는 분명 하이브에게도 충분한 크기다. 하지만 하이브는 이 제안을 과연 받아 들일까. 1심에선 민희진이 이겼지만, 하이브도 돈을 떠나 돌려놓고 싶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수백억 원의 지급 여부를 떠나 이번 소송을 통해 회복해야 할 '경영의 원칙'과 '기업의 명예'가 걸려 있기 때문.
1심 판결문이 민 대표의 독립 모색 정황은 인정하면서도 실행 단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준 상황에서, 하이브는 항소심을 통해 '배신적 행위'의 구체적 실행 증거를 보강함으로써 멀티 레이블 시스템의 기강을 바로잡고 해임의 정당성을 법적으로 완결 지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음반 밀어내기' 등 기업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힌 의혹들에 대해서도 항소심을 통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하이브는 천문학적인 돈을 아끼는 대신 도덕적 불신이라는 더 큰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에 하이브가 쉽게 물러서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결국 이번 분쟁의 종착지는 금액이 아닌 '명분'과 '서사'의 영역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질의응답 없는 15분간의 독무대 끝에 '256억 원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남은 가운데, 민희진의 이 파격적인 제안이 K팝의 화합을 이끌 '신의 한 수'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여론전의 '방패'일지는 이제 하이브의 응답과 대중의 해석에 맡겨지게 됐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